천 개의 고원 그리고 한국 문학의 지평

2017.12.11 14:50:37

들뢰즈, 카프카, 김훈

한 해의 끝자락입니다.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리고 교회 마다 반짝이는 불빛이 아름답습니다. 저 역시 송년회를 한 곳에서 하였습니다. 벗들과 경주에서 모여 맛난 것을 먹고 술도 한 잔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보냈습니다. 그 중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지인은 무척 얼굴이 상해 있었습니다. 20년 사업을 하면서 현재가 가장 힘들다고 털어놓았습니다. 회사에서 보유하였던 땅과 재산을 처분하여 겨우 운영이 되었다고 하며, 앞으로 더 힘들면 사업을 접어야 하는지 아니면 자기만 바라보는 회사식구들을 위해 버텨보아야 하는지 짙은 고민이 어려 있었습니다.

 

저 역시 지난 한 해를 아직 제대로 반성하지 못하였습니다. 우선 차분하게 돌아볼 틈이 없이 방학 전까지 행사들로 빼곡하고 개인적인 공부도 끝자락에 있어서 마무리를 해야 합니다. 2017년의 저와 2018년의 저는 다른 사람이 아닐 것입니다. 2017년의 부채와 자금을 그대로 연계되어 다시 시작하는 나이겠지요.

 

계속해서 읽고 있는 책이 있습니다. 장석주가 쓴 들뢰즈, 김훈, 카프카입니다. 이 책은 질 들뢰즈와 가타리의 천 개의 고원을 바탕으로 한국문학의 작품들에 대한 평론이 들어있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 저는 들뢰즈와 가타리의 천 개의 고원을 넘기 위해 여름 방학을 꼬박 그 책에 매달려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들의 고원은 높고 깊어서 힘이 들었습니다. 마음 속에서 간질간질 이해가 될 듯 안 될 듯 이렇게 저를 괴롭히면서 놓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그런데 장석주는 이 책을 여러 번에 거쳐 읽고 나름의 방향을 잡았다고 합니다. 들뢰즈, 김훈, 카프카속에서 그런 들뢰즈의 이론들이 주루룩 밀려옵니다. 제가 이해하지 못했던 유목론, 탈지층화, 리좀, 전쟁기계 등의 단어들이 저에게 접속을 요구하고 저를 탈주시킵니다. 즐겁고 행복하면서 질투가 올라옵니다.

 

새로운 책을 쓴다는 것은 세계를 종과 횡으로 횡단하는 선들, 경도와 위도, 그 양태를 꿰뚫고 나아가며 유동하는 선을 찾는 일이다. 좌표, 역학, 정향들의 체계들은 항상 창조적인 탈영토화가 아니라 초월 지리들을 우선적으로 머금고 있다. 사유는 그 의미화의 지층에서 올라오는 진동과 압력을 받는다. 모든 방향으로 열린 접속을 찾는다면 우리 사유를 ~되기를 향해 열린 절대적 극한으로 몰아가야 한다.

/P13

 

어둠이 최고조이 이르는 동지가 멀지 않았습니다. 한 해의 가장 깊은 어둠 속으로 우리들은 새 날을 열기 위해 버텨야 합니다. 모두 한 해 마무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새로운 지층을 향해 새롭게 접속하시는 12월 되십시오.

 

들뢰즈, 김훈, 카프카, 장석주 지음, 작가정신, 민음사, 2006

 

이선애 수필가, 경남 지정중 교사 sosod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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