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다 관객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7월 5일 개봉한 ‘스파이더맨: 홈커밍’(이하 ‘홈커밍’)이다. ‘홈커밍’ 관객 수는 725만 8678명이다. 2015년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1022만 9716명, 2016년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가 867만 7249명을 동원, 각각 그 해 최다 관객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였던 점을 감안하면 결코 많지 않은 관객 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스파이더맨’ 시리즈로는 역대 최다 관객의 ‘홈커밍’이다. ‘홈커밍’은 ‘스파이더맨’ 시리즈 6번째 작품이다. 그 족보부터 잠깐 정리해보자. ‘스파이더맨’이 첫선을 보인 건 2002년이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이 가동되기 전이라 정확한 건 알 수 없지만, 조선일보(2002.12.27.)에 따르면 서울 관객 수는 114만 2123명이다. ‘마이너리티 리포트’(140만 2700명),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139만 5700명)에 이어 외화 흥행순위 3위였다.
이후 통합전산망 집계를 보면 ‘스파이더맨2’(2004)의 관객 수는 150만 6199명이다. 단, 236만 명이란 뉴시스 보도도 있다.(전라매일, 2017.7.11.참조) 어쨌든 ‘스파이더맨3’(2007) 459만 명,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012) 485만 명,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2014) 416만 명이다. 특히 2007년부터 3편이 400만 넘는 대박영화로 기록됐다.
이를테면 국내에서 모두 흥행 성공한 ‘스파이더맨’ 시리즈인 셈이다. 3년 만에 돌아온 ‘홈커밍’은 725만 8678명을 동원했다. 가히 폭발적인 증가세다. 다소 이해가 안 되는 필자의 생각과 상관없이 15년에 걸친 한국인의 ‘스파이더맨’ 사랑이라 할까. ‘어벤져스’나 2014년까지의 ‘트랜스 포머’ 시리즈가 그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다.
영화의 인기는 여전하지만, 그 사이 감독과 피터 파커 역의 주연배우는 바뀌었다. ‘스파이더맨’ 1~3편은 샘 레이미 감독과 토비 맥과이어였다. ‘어메이징’ 시리즈 두 편은 마크 웹 감독과 앤드루 가필드였다. 이 5편은 소니 픽처스 제작 영화이다. 마블 스튜디오 제작(그래서 ‘집으로 돌아온’의 ‘홈커밍’이다.) 1호작은 2015년 데뷔한 신예 존 와츠 감독과 톰 홀랜드가 맡았다.
이들은 국내 개봉을 앞두고 내한, 기자회견 등 영화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존 와츠 감독은 “10대들의 어설프고 신나고 혼란스러운 감정을 묘사하려고 했다”(경향신문, 2017.7.4.)고 말했다. 톰 홀랜드는 “어벤져스로서의 책임감, 부담감을 주지 않으려는 아이언맨과 어떤 일이든 잘할 수 있다고 믿는 스파이더맨의 케미스트리가 <홈커밍>의 재미”라고 말하기도 했다.
‘홈커밍’의 흥행 성공이 어벤져스‘에 상당히 빚져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긴 ‘홈커밍’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노골적인 예고가 있었다. 예고대로 ‘홈커밍’은 15세 ‘꼬맹이’ 피터 파커의 스파이더맨으로서의 활약상을 펼쳐 보인다. 아이언맨이 수시로 등장하는 등 어벤져스의 새 멤버가 되기 위한 테스트 영화라 할까.
‘홈커밍’은 시리즈 전편에 비해 15세 고교생으로 연령과 신분이 변해서 그런지 감독 말처럼 10대들의 어설프고 신나고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전편들에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맞아 하는 의문을 안겨준 ‘멜로 버스터’(멜로와 블록버스터의 결합)도 다소 완화된 모양새다. 그래도 고교생 피터 파커의 자질구레한 일상사가 훨씬 많아 슈퍼히어로 영화치곤 좀 시시한 편이다.
물론 구슬 던져 대형 트럭 지붕 가르기, 갈라지는 큰 배 거미줄로 막기, 날고 있는 비행기에 달라붙기, 천장에서 걷기 등 볼거리도 있다. 좋아하는 여친 리즈(로라 해리어) 아빠 벌처(마이클 키턴)가 무찔러야 할 악당인 것도 깜짝 반전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725만 넘는 사람이 ‘홈커밍’을 본 의문이 다 풀린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