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즌’⋅‘보안관’⋅‘범죄도시’⋅‘청년경찰’⋅‘꾼’의 공통점은? 2017년 흥행성공한 입봉작이란 점이다. 신인감독의 데뷔작 성공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무엇보다도 차기작 러브콜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의미다. 그것은 감독 개인적인 즐거움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흥행작 등 감독의 연출 저변 확대라는 점에서 영화산업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이미 우리는 ‘뜻밖의 대박 일군 입봉작’이란 제목으로 ‘범죄도시’와 ‘청년경찰’을 만나보았다. 한교닷컴에 빌표하진 않았지만, 역시 입봉작인 ‘프리즌’과 ‘보안관’도 그보다 전에 만나보았다. 흥행 실패한 ‘미옥’까지 주연배우 김혜수에 끌려 만나보았으니 이제 ‘꾼’(감독 장창원)만 남은 셈이 됐다. 굳이 이름 붙인다면 뜻밖의 대박 일군 입봉작 3탄 ‘꾼’이다.
2017년 11월 22일 개봉한 ‘꾼’의 관객 수는 401만 8337명(1월 4일 기준)이다. 손익분기점이 180만 명쯤이니 완전 대박이랄 수 있다. 2017 한국영화 흥행순위 8위의 수치이기도 하다. 물론 해를 넘겨 상영중인 ‘강철비’와 개봉 9일 만에 300만 명을 돌파한 ‘1987’이 있어 유동적이긴 하지만, ‘꾼’의 401만 8337명은 100억 넘게 들인 대작의 그것과 다른 흥행임이 확실하다.
먼저 ‘꾼’이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과 그로 인한 수능 1주일 연기 덕을 톡톡히 봤다는 분석이다. 11월 15일 선보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저스티스리그’와의 대결을 피하려고 개봉을 1주일 뒤로 미룬 전략이 오히려 대박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물론 연말 성수기를 겨냥한 대작들 공세를 피하자는 기본 전략과 함께였다.
‘꾼’은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사건을 모티브로 한 범죄오락영화다. 이미 1년 전 같은 사건을 영화로 만든 ‘마스터’가 714만 넘는 관객을 불러모으는 등 크게 히트한 바 있다. 그만큼 기시감이라든가 식상함이 악재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제작⋅개봉했고, 대박을 일구었다. 다름 아닌 신인 장창원 감독에 의해서다. 하여간 범죄오락영화에 깜빡 죽는 한국인이라 할까.
“좋았던 건 기억이 나질 않는 영화”라는 블로그 글도 있지만, 필자가 보기에 ‘꾼’은 ‘마스터’보다 오히려 더 재미있다. 외형적으로 사기꾼으로 사기꾼 잡기가 핵심 내용인데, 특히 반전의 연속이 영화의 몰입도를 높인다. 사기 피해자들의 아들이나 형 등 가족이 모여 복수하는데다가 가해자 장두칠(허성태)보다 그를 비호해준 권력층에 대한 응징이란 차별화가 신선해 보인다.
그런 복수가 현실적으론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에 영화의 오락기능이 빛을 발한다. 박희수(유지태)같이 자신의 야망 달성을 위해 권력의 개가 되고, 그것도 모자라 살인까지 하는 등 그렇게 극악한 검사가 있는지 ‘미옥’의 최대식과 함께 다소 놀랍기도 하다. 대선 후보니 언론사를 포함한 권력층 까발리기는 일종의 보너스라 해도 무방하다.
승용차에 사람을 가둔 채 번개탄 피워 죽이려는 장면은 어떤 영화에서도 본 기억이 없다. 살인행위에 대한 표현이라 좀 뭐하지만, 그래서 참신해 보인다. “신인의 패기나 재기발랄함 대신 클리셰(자기 생각없이 반복한다는 뜻. 진부하다는 말로 쓰임.-인용자)가 넘쳐난다. 그 점이 못내 아쉽다”(한겨레, 2017.11.20.)는 지적이 있지만, 시간 죽이기 범죄오락영화로서 크게 흠 잡을 것 없는 ‘꾼’이다.
오히려 아쉬운 건 따로 있다. 장두칠에게 잡혀 무릎을 꿇린 채인 황지성(현빈)은 입에 테이프까지 발라져 있는데 반해 얼굴이 너무 매끈하다. 소홀한 분장이다. 이와 달리 배성우(고석동 역)가 유치장에서 보여준 표정 연기는 일품이다. 걸그룹 에프터 스쿨의 나나(춘자 역) 역시 계속 배우 해도 되겠다 할 만큼 무난한 연기를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