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자진 폐교와 구조조정이 주는 함의(含意)

2018.01.15 09:01:15

스스로 변화하지 않는 대학, 시대 소명 역행 대학은 도태돼

이제 대학이 철밥통 상아탑으로 존재하는 시대는 지났다. 어쩌면 저출산 초고령 시대와 인구 절벽 시대를 맞아 20여년 후에 가장 먼저 된서리를 맞을 우려가 있는 곳이 대학이라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할 즈음이다. 
 
최근 수년 간 재단의 분규 내홍과 신입생 감소로 경영난을 겪어온 경북 경산의 전문대인 대구미래대가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자진 폐교를 신청했고 교육부가 인가를 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대학이 운영비리 등으로 행정 기관의 폐쇄명령을 받은 적은 있지만 스스로 자진 폐교를 신청하고 교육부가 승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불어 서남대, 대구외대, 한중대 등도 교육부로부터 폐교명령을 받고 다음 달 문을 닫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실  30-40여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 구실을 하려면 대학 졸업은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 례로 간주되었다. 대학이 상아탑과 더불어 우골탑으로 지칭된 것도 이 즈음이다. 부모들의 못배운 한을 자녀들의 고등교육 이수를 통한 대리만족도 그 시대의 시대상이었다. 하지만, 이제 가장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제2의 대구미래대, 제2의 서남대로 지연 도태될 집단이 곧 대학이라는 사실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불명예스럽기는 하지만, 이번 대학 자진 폐교 신청을 한 대구미래대 폐교의 직접적 원인은 학생수 감소다. 최근 3년 간 대구미래대의 신입생 충원율은 16개 학과 정원의 1/3 정도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충원율이 급감한 대학은 재정부족에 허덕이게 마련이고 이 영향은 자로 재단과 학생들에게 미치게 된다. 
  
장기적인 우리나라 인구 추이에 따르면 2020년을 고교 졸업생과 대학 입학생의 인원 역치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히고 있다. 우리나라 고교 졸업생 수는 2017학년도 56만2000여 명, 대학 입학정원은 49만9000여 명이다. 고교 졸업생 수는 2018년 54만9000여 명, 2023년에는 40만 명 수준으로 줄어들 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구(未久)인 2020년경 졸업자보다 입학정원이 더 많아지는 역전현상이 일어난다. 대학의 수, 대입 학생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것은 대학 자체의 변화를 추동하고 있다. 과거처럼 대학이 학위 공장(?)으로서 근엄한 자세로 서 있기만 하면 된다는 상투적인 입장은 금물이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실용학문과 인문학 등 기초학문의 양 날개로 날아야 한다.

인문학이 위기이고 이공학이 설 자리를 잃었다고 세간의 호소가 엄살이 아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전문대 특성화 학과에 재입학하여 취업을 도모하는 학생들이 급증하는 세상의 흐름(trend)을 외면하는 대학은 도태될 수 밖에 없다. 이제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학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대학의 소명이 진리, 학문에 취업과 비전(vision)으로 그 폭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정권들의 무조건 대학 인가에 따른 방만해진 대학의 수와 학생수를 적정 수준으로 줄이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은 명백하다. 대학이 상극(相克)이 아니라 상생(相生)을 위한 몸부림을 쳐야 할 때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교육부는 대학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2014년부터 대학 구조개혁 평가를 거쳐 입학정원을 감축하여 2016년까지 3년 간 4만7000여 명을 감축한 바 있다. 교육부는 2023년까지 부실 판정을 받은 대학을 중심으로 총 16만 명을 줄일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자타의적으로 폐교 등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도래하는 것이다. 
  
물론 자본주의인 우리나라에서 대학의 자율성, 재단의 운영을 국가가 통제하는 것은 최소화해야 한다. 대학과 사학의 자율성, 재단 운영의 자율성은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정부가 구조조정의 잣대로 사용하는 재정 지원 확대와 정원 감축이라는 ‘당근과 채찍’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도 없지 않다. 어디까지나 대학과 재단이 자율적으로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을 도모하는 것이 최선이다.
  
결국 이번 대구미래대 자진폐교에 즈음하여 우리가 가슴 속 깊이 새겨야 할 함의(含意)는 인구절벽과 사회 변화에 따른 대학의 자율적 혁신이다. 스스로의 변화가 이 시대 대학의 소명이다. 변화하지 못하는 대학은 도태의 강에 빠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대학이 미래 시대에는 진리, 학문, 취업이라는 새 시대 비전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변하지 않는 대학은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편, 교육부는 향후 제2의 대구미래대 사태가 속출할 수 있다. 따라서 재학생들을 인근 대학, 동일계 학과 특별 편입학 등 규정을 입안해 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폐교 등 구조조정 때 마다 인근 대학에 억지 편입학하여 학생, 대학에 어려움을 주는 사태를 예방해야 한다. 미리 규정을 정해 놓고 사안이 발생할 때 마다 그에 준하여 처리하는 시스템(system) 구축이 선행돼야 하는 것이다.
박은종 공주대 겸임교수 ejpark7@kongju.ac.kr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