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반감기 시대를 사는 지혜

2018.01.22 09:04:02

<명견만리>에 담긴 통찰

밝은 생각으로 만 리를 내다보는 안목이 절실한 시대



지금 우리가 가져야 할 미래지식을 조망한 책

-인구, 경제, 북한, 의료 편

-문재인 대통령이 읽은 책


〈명견만리〉가 다루는 주제들에는 대체로 절박감이 배어 있다. 무한 질주하는 세상의 전망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명견만리(明見萬里)라는 사자성어는 뛰어난 통찰력으로 미래의 일을 환하게 살펴서 알고 있음을 뜻한다. 변화의 시대에 절실한 덕목이다. 아마도 향후 50년 동안 인류는 이 책에서 다룬 주제들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초유의 변화도 결국 인류의 협력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세상은 각자의 손바닥 안에서 촘촘하게 엮여 있다. 손바닥 안의 스마트폰 속에서 인류의 생각과 실행의 결과들이 모여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이 변화로 인해 생기는 절박한 문제가 있다면 그 역시 머리를 맞대고 함께 풀어갈 수 있다.   ---「프롤로그」중에서


지식 빅뱅의 시대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  대한민국


미래학자 버크민스터 풀러는 '지식 두 배 곡선'으로 인류의 지식 총량이 늘어나는 속도를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인류의 지식 총량은 100년마다 두 배씩 증가해왔다. 그러던 것이 1900년대부터는 25년으로, 현재는 13개월로, 20130년이 되면 지식 총량이 3일마다 두 배씩 늘어난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내용 중 가장 충격적인 것은 2750년이 되면 대한민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하는 나라가 된다는 내용이다. 2009년 유엔미래포럼에서 발간한 <유엔미래보고서 2>는 심각한 저출산으로 인해 2305년이 되면 한국에는 남자 2만 명, 여자 3만 명 정도만 남게 될 거라는 경고다. -49쪽


저출산의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심각한 취업난은 결혼을 포기하게 하였고, 결혼을 한다 하더라도 난임과 불임으로 고생하는 부부들의 이야기는 어디서나 들을 수 있다. 동네이건 아파트촌이건 아기 울음소리를 듣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힘들게 아기를 가진 산모들도 아기를 출산하기까지 엄청난 고생을 한다. 전문적으로 아기를 돌보는 병원에는 조산아들이 넘쳐나고 있고, 조산모들을 돌보는 병원마저 태부족이다. 아기를 갖기 힘든 현실에다 아기를 키우기 힘든 난관들이 도처에 널려 있는 것이다.


청년복지 정책으로 경기를 부양시킨 독일


책에는 청년 문제를 방치한 일본과 이탈리아와 반대로 청년복지에 투자한 독일의 사례가 눈길을 끈다. 독일 역시 2008년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그럼에도 현재 유럽연합에서 가장 탄탄한 경제를 만들고 있다. 독일은 이미 1970년대부터 청년에 투자했다. 공교육은 대학교까지 무상이고, 대학생들은 주거비와 생활자금도 지원받는다. 졸업 후 취직에 실패하면 우리나라와 달리 처음부터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다. 재정위기 때 이탈리아를 포함한 남유럽 국가들은 청년복지 비용을 가장 먼저 줄였다. 그러나 독일은 달랐다. 청년세대를 귀하게 쓰는 게 최고의 경기 부양책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77쪽


독일의 청년복지 정책은 부럽기만 하다. 우리나라의 대학생들은 높은 등록금과 생활비로 빚더미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으니. 청년에게 희망을 심어주지 못하고 홀로 서라고, 아프니까 청춘이니 감내하라고 내몰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너무 대비된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정책 입안자들, 교육을 걱정하는 사람들, 아니 어른들이 이 책을 읽고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행히 문재인 대통령이 이 책을 읽고 주변에도 많이 권유한 책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이 책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대통령이 이 책을 읽고 청년복지 정책이나 노인치매 문제를 깊이 생각하게 했을 대목이 많은 책이다. 생각을 바꾸게 하는 데는 책 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알아야 이해할 수 있고 배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청년복지 정책은 취업과 결혼, 육아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고리로 연결된 최고의 경기 부양정책이 분명하다. 청년 각자 노력한 만큼 성공할 수 있으니 각자도생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우리 사회에 던지는 숙제가 분명하다. 공부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 빚을 내어 공부하는 대학생이 행복할 리 없다. 그렇게 힘들게 졸업의 문턱을 넘어도 다시 기다리고 있는 더 높은 문은 취업의 철문이다. 실패하면 다시 재기할 기회도, 실업수당조차 없이 홀로 견뎌내야 하는 청년들이 넘쳐난다. 그러다 놓쳐버린 혼기, 취업을 했다해도 결혼의 꿈을 꾸기에는 더 어려운 현실이 기다린다. 비싼 집값에 육아 비용까지.


어른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숙제 같은 책


이 책은 청년복지 정책 하나만 읽어도 얻을 게 많은 책이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주제로 세상을 멀리 보는 눈을 갖게 한다. 내 발등만 보고 사는 근시안적인 삶의 자세를 반성케 한다. 우리 어른들은 힘든 세상의 파고를 스스로 넘어왔으니 청년들도 그렇게 살라고 하면 해결책은 없다. 지금은 열심히 노력해도 안 되는 일들이 많은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걸 깨닫는데 충분히 도움을 주는 책이다. 이 책은 <명견만리> 1권에 해당한다. 최근 3편까지 출간되었으니 2권과 3권도 꼭 읽어야겠다.


이 책에서 주로 다룬 문제를 요약하면,

* 무엇이 은퇴 이후의 인생을 가로막는가?
* 과연 인구가 줄어드는 게 문제일까?
* 청년투자는 어떻게 모든 세대에게 이익이 되는가?
* 자본주의는 스스로를 어떻게 살려낼 것인가?
* 명품도 싸구려도 안 팔리는 시대라면?
* 향후 20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곳은 어디인가?


책은 거인의 어깨 위에서 서서 세상을 보게 하는 사다리이다. 세상을 넓고 멀리 보게 하는 산이다. 그 산을 오르는 일은 취미만으로는 오래 갈 수 없다. 그것은 일상이 되어야한다. 날만 새면 넘치는 지식과 쏟아지는 책의 홍수 속에서 무엇을 읽어야 할 지 책을 고르고 읽는 안목은 평생학습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복잡계 물리학자 새뮤얼 아브스만은 <지식의 반감기>라는 책에서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보다 변화하는 지식에 어떻게 적응해야 할까를 배우는 게 더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대학을 나오고 좋은 직장에 다니며 안정적으로 살지라도, 디지털 세상에서는 계속 학습하지 않으면 낡은 지식과 권위에 의존한 채 소통하지 못하는 고집스러운 구세대가 되는 것은 한 순간이다.


특히 교직은 미래 세대를 살아갈 학생들을 기르는 선도적 직업이다. 선생님은 세상의 지식들을 부지런히 흡입하여 자신의 생각망을 거친 지혜의 알맹이들을 준비할 수 있도록 좋은 책을 부지런히 읽어야 한다. 마치 어미 새가 알에서 깬 아기 새에게 부지런히 먹을 것을 물어다 입에 넣어줄 수 있도록 서식지를 잘 골라야 하는 것처럼. 지식의 바다에서, 지혜의 산에서 싱싱하고 영양가 많은 날것의 양식을 부지런히 모으고 압축해서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는 어미 새가 되어야 하는 숭고한 업이 교직이다. 언제든지 길을 묻는 그들의 눈빛만 보고도 길을 안내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길잡이라서 先生임을! 좋은 책은 바로 그 길을 안내하는 나침반이자 지팡이가 분명함을 이 책을 읽고 다시금 깨닫는다.

장옥순 쉽게 살까 오래 살까 외 8권 출간전남 담양 금성초 교사 jos2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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