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 다룬 한국형 블록버스터 '강철비'

2018.01.19 13:58:16

보도에 따르면 지난 해 극장 관객 수는 2억 1986만 7144명으로 집계됐다. 2016년 관객 수보다 284만 명쯤 증가한 역대 최다 기록이다. 2013년 처음으로 연간 관객 수 2억 명을 돌파한 이래 5년 연속 달성한 기록이기도 하다. 그중 한국영화 관객 수는 1억 1390만 명이다. 6년 연속 1억 명 기록이다. 한국영화 점유율은 53.0%로 7년 연속 절반을 넘는 기록이다.

역대 최다 기록의 관객 수는 연말대목을 겨냥해 개봉한 한국형 블록버스터들 공이 크다. ‘강철비’⋅‘신과 함께-죄와 벌’(이하 ‘신과 함께’)⋅‘1987’이 그런 빅3 대작들이다. 지난 해 12월 한 달간 극장 관객 수는 2387만 명이다. 그중 빅3 관객 수가 1449만 명이다. 빅3중 가장 먼저 개봉(12월 14일)한 ‘강철비’가 401만 명, ‘신과 함께’ 854만 명, ‘1987’ 194만 명 등이다.

물론 새해 들어 ‘신과 함께’는 1200만 명을 돌파했다. ‘1987’ 역시 500만 명 돌파후에도 그 기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를테면 3편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겨 이제 돈 버는 일만 남은 셈이 됐다. 이는 지난 여름대전에서 ‘군함도’, 추석대목의 ‘남한산성’이 흥행 실패한 것과 다른 양상이다. 그야말로 못말릴 한국인의 영화사랑이다.

사실 ‘강철비’(감독 양우석)의 경우 처음엔 그런 일이 재현되는 듯 보였다. 1주일 늦게 개봉한 ‘신과 함께’의 파죽지세에 눌려 그런 조바심이 생겼지만, 서울신문(2018.1.9.)에 따르면 “해외판매가 호조를 보이며 손익분기점이 400만 명으로 하향 조정”된 ‘강철비’다. ‘강철비’ 관객 수는 444만 1056명(1월 15일 기준)이다.

주말 요금을 내면서까지 ‘강철비’를 본 것은 금방 간판이 내려갈 듯한 걱정 때문이었다. 실제로 내가 자주 이용하는 동네 상영관에선 이미 간판을 내린 상태였지만, 그러나 시내 극장을 가니 웬걸 만석이었다. 뭔가 속은 듯한 기분이라 할까. 아무튼 맨앞 줄 딱 하나 빈 자리 표를 구해 영화를 본 건 아마 수십년 만에 처음이지 싶다.

한 해 쏟아지는 영화가 1200여 편이란다. 마구 쏟아지는 신작들에 밀려 관객이 있는데도 서둘러 퇴출당하는 살벌한 영화시장을 본의아니게 체험한 셈이 된 ‘강철비’는 북핵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한국형 블록버스터다. 그 동안 북한 소재 영화들이 있어왔지만,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1995년) 이래 북핵을 정면으로 다룬 영화는 처음이지 싶다.

핵전쟁 위기는 쿠데타로 인해 북한 권력1호가 남한으로 피신해오면서 생긴다. 북한 최정예요원 엄철우(정우성)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가 그 중심에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로 남북고위급 회담이 열리는 등 부산을 떠는 지금 정세 이전 이야기지만, 양감독이 2011년 연재한 웹툰 ‘스틸레인’을 원작으로 한 영화답게 상상력은 가히 국보급이라 할만하다.

‘강철비’는 지난 설에 대박을 일군 ‘공조’와 또 다른 남북한 공조를 보여준다. 전쟁만은 막아야겠다는 분명한 목표 아래 여러 복합적이고 실제적 현실들이 비교적 고르게 펼쳐진다. 무엇보다도 전투기에서의 미사일 발사라든가 핵폭발 장면은 TV 뉴스에서 보던 것과 확실히 다른 장중함과 섬뜩한 장관(壯觀)을 안겨준다.

전쟁에 대한 공포감의 극대화는 국민들의 안보불감증을 질타하는 듯 보인다. 북한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하는 깨우침이나 “분단국가 국민들은 위정자들의 정치적 목적으로 인한 고통이 제일 크다” 같은 환기도 그 지점에서 값져 보인다. 그렇다. 만약 국민이 안보불감증에 걸린 것이라면 그것은 지금까지 분단상황을 이용한 위정자들 책임이다.

그런데 신문이나 인터넷 검색없이 영화를 본 관객들로선 뭐가 뭔지 모를 만큼 초반 전개가 꽤 난삽해 아쉽다. 곳곳에 배치한 유머감각 등 묵직한 분위기를 이완시키려는 의도와 상관없이 ‘그래, 그거야’ 하는 공감이나 뭔가 쿵하는 울림이 없는 것도 아쉽다. 엄철우가 다시 북으로 가서는 싱겁게 죽어버리고 그로 인해 북한의 핵을 절반 나눠갖게 되니 좀 얼떨떨하기도 하다.

좀 성긴 구성도 아쉽게 느껴진다. 가령 엄철우가 곽철우를 인질로 붙잡은 후 통화하고 와보니 역전된 장면이 그렇다. 어느 한편으로 쏠린 건 아니지만, 북핵 막을 건 핵무기밖에 없다는 곽철우가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지금 정부와 다른, 그래서 일부 보수야당의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느낌이다. 물론 그럴망정 ‘강철비’는 그냥 영화일 뿐이다.
장세진 전 교사, 문학⋅방송⋅영화평론가 yeon590@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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