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로 전락한 '막돼먹은 영애씨16'

2018.01.26 14:08:39

영애씨가 1년 2개월 만에 돌아왔다. 무슨 말이냐고? 2016년 10월 31일 시작한 tvN의 ‘막돼먹은 영애씨15’에 이은 시즌 16탄이 지난 해 12월 4일부터 방송(월⋅화 밤 9시 30분)을 시작, 1월 23일 종영한 것. 지난 시즌과 달리 이번에는 과감하게 지상파 TV의 밤 10시대 드라마들과 겹치는 정면 승부를 펼치는 편성이었다.

최근 필자가 펴낸 방송평론집 ‘TV 꼼짝 마’(신아출판사)에는 모두 4편의 ‘막돼먹은 영애씨’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제 다섯 번째 쓰는 ‘막돼먹은 영애씨’(이하 ‘막영애’) 이야기인데, 10년에 걸쳐 16탄까지 계속된 시즌제 드라마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막영애’ 시리즈는, 이를테면 같은 드라마를 다섯 번이나 비평의 대상으로 삼은 역사적인 작품인 셈이다.

지상파까지 통틀어 시즌 16까지 방송된 최장수 시즌제 드라마이니만큼 먼저 특기할 것이 있다. 11년째 이영애 역의 김현숙 등 출연진이다. 실제로 김현숙은 시즌 15탄 방송 즈음 “우리나라에서 여성 캐릭터가 이렇게 오래 주도적으로 드라마를 이끌어나간다는 것 자체가 전무후무한 일 아닌가요.”(조선일보, 2016.10.27.)라며 감격어린 자부심을 드러낸 바 있다.

김현숙말고도 11년 동안 빠짐없이 출연한 배우도 여럿 있다. 송민형⋅김정하⋅고세원⋅윤서현 등이다. 영애 아빠와 엄마, 제부 김혁규 역인 송민형과 김정하, 고세원은 가족이니 그렇다쳐도 윤서현의 11년째 무결석 출연은 시청자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하다. 영애가 함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하는 변신(15탄)에 이어 16탄에서도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시즌 1~8을 연출한 박준화 프로듀서는 “소시민적 정서와 일상적 희로애락이 롱런의 가장 큰 힘”(앞의 조선일보)이라고 말하지만, 높은 시청률이 받쳐주지 않으면 11년 연속 방송은 불가능한 일이다. ‘막영애16’ 관련 보도 역시 한겨레⋅서울신문⋅경향신문⋅스포츠서울 등 지상파 웬만한 드라마보다 더 많은 편이다.

‘막영애16’은 마지막회에서 3.585%(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지만,그러나 16부작 평균 시청률이 3% 아래로 나타났다. 보통 1%대만 되어도 성공으로 간주되는 케이블방송이니 실패라 할 순 없지만, 좀 되집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된다. 지난 시즌 평균 시청률과 도토리 키재기라 할 만큼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는 듯해서다.

‘막영애16’은 40살 이영애가 마침내 결혼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다. 절도범을 잡느라 정작 결혼식은 올리지 못하는 것으로 종영했지만, 전편의 조동혁 대신 이승준의 사촌동생이자 웹툰작가 이규한과 그의 보조작가 손수현이 새로 합류했다. 자연 이규한과 그를 둘러싼 손수현⋅이수민의 3각관계가 이야기 한 축을 이루고 있다.

무식한 사장으로 한 웃음을 담당했던 조덕배가 성추문사건으로 빠져서인지 이승준은 아예 낙원사를 재창립해 사장이 된다. 임신한 영애는 ‘큰사장님’이다. 방귀며 똥 이야기 등 구질구질한 일상성이 여전하지만, ‘막영애16’에 대한 전반적 인상은 판타지로 전락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박진감 넘치는 일상적 리얼리티로 공감을 자아내던 그런 시즌제 드라마가 아니다.

가령 이영애는 40세 노처녀답지 않다. 뭔가 죄스러워 쭈빗하는 그런 모양새여야 할 것 같은데 그게 아니어서다. 결혼식 전 동거를 시작한 이승준의 요리하고 밥상 차리기를 비롯한 쩔쩔매기가 과연 현실감 있는 전개인지 의문이다. 아무리 임신하면 예민해진다지만, 엄마가 듣기 싫은 소리 한 마디했다고 가족과의 식사자리를 박차고 나와버리는 모습도 봐주기 버겁다.

좀 아니지 싶은 건 또 있다. 아직 젊은 이승준 아버지를 갑자기 죽게한 전개가 그렇다. 그로 인해 이승준은 영애에게 약한 모습 보이지 않으려고 슬픔도 넣어둔 채 씩씩한, 그러니까 ‘또라이’짓이 더 심화된 모습을 보인다. 엄연한 디자인팀 직원인 라미란이 자리를 비운 채 영업현장 여러 군데에서 도우미로 활약하는 모습도 그렇다.

8화에서 윤서현 이 아픈 것이 해결되면서 정작 영업 무산에 따른 질책은 없으니 이건 회사도 아니지 않나 싶다. 숟갈을 구두주걱으로 쓰는 등 어떻게 그런 캐릭터(이규한)를 창조해내는지 신기하지만, 15탄 ‘깨끄치’에 이어 이번에도 정지순은 “느끼하고 질척한 눈비슨”이라며 잘못 발음하고 있다. 각각‘깨끄시’와 ‘눈비츤’이 올바른 발음이다.
장세진 전 교사, 문학⋅방송⋅영화평론가 yeon590@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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