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조기 대선 등 황금연휴를 겨냥해 개봉한 영화는 ‘특별시민’⋅‘임금님의 사건수첩’⋅‘보안관’⋅‘가디언즈 오브갤럭시 VOL2’⋅‘보스 베이비’ 등이다. ‘특별시민’⋅‘임금님의 사건수첩’은 4월 26일, 나머지 세 편은 5월 3일 개봉했다. ‘가디언즈 오브갤럭시 VOL2’가 273만 5727명으로 1위를 차지했지만, 압도적 흥행작은 없었다.
특히 기대를 모았던 ‘특별시민’의 136만 2634명이란 초라한 성적은 다소 의외의 결과였다. 영화사측이 의도했든 안했든 5월 9일 제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개봉한 영화여서다. 선거판을 정면으로 다룬 첫 영화가 최순실국정농단사건에 이은 현직대통령 파면, 그리고 예정일보다 앞당겨 실시된 조기 대선 정국과 맞물려 비상한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그 ‘특별시민’(감독 박인제)이 10개월 만에 돌아왔다. 평창 올림픽에 밀려 예년만 못한 2018설특선 TV영화가 되어 KBS 전파를 탄 것. 대략 350만 명이 손익분기점이니 ‘특별시민’은 흥행실패작이다. 개봉 당시 애써 볼 이유가 없었던 셈이다. 도대체 왜 대중일반으로부터 외면 당했지 하는 의문을 해소하기 위한 ‘특별시민’ 챙겨보기라 할까.
‘특별시민’은 3선 서울시장에 출마한 새자유당 변종구(최민식) 후보가 당선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영화다. 일단 인간의 권력욕이라는 욕망의 끝이 어디인지, 과연 있기나 한 것인지를 보여주는데 성공한 듯 보인다. “답답한 현실을 불쏘시개 삼아 관객들의 울분에 불을 붙이려는” 이른바 ‘분노 상업주의’ 영화로 보이게 하는 것도 그 지점에서다.
그런데 영화는 한 표의 소중함보다 아예 투표하지 말 것에 방점이 찍힌 것처럼 보인다. 후보들이 감춘 이면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어서다. 이름하여 추악한 민낯이다. 예컨대 흑색선전이나 상대후보 비방 따위 고전적 민낯은 기본이다. 당연히 여러 개 옵션도 펼쳐지는데, 이게 문제다. 그 예로 변종구의 음주운전을 자세히 만나보자.
3선 서울시장에 출마하고 당선되면 대선도 노리려는 변종구의 음주운전은 너무 비현실적이다. 그냥 음주단속을 피해간 천만다행의 해프닝이 아니다. 탈영병이 부딛혀 죽고, 그걸 은폐하기 위해 딸을 운전자로 내세우는 등 3선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악의적 이미지가 가득한 음주운전이다. 신이 아닌 이상 후보들도 100% 착한 사람은 아닐 수 있지만, 개연성 부족이 문제다.
얼마 전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의문의 일승’도 그런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전직 대통령이 저지른 온갖 전비(前非)가 까발려지는데, 오싹하는 느낌과 함께 과연 그런 후보를 우리가 뽑은게 맞나 하는 의구심이 생기게 했다.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 가있고, 한 명은 검찰 소환을 앞둔 보도가 잇따르고 있는 현실이지만, 살인을 예사로 교사(敎唆)하고 저지르기도 한 범죄자라니 너무 지나친 상상력 아닌가?
변종구의 음주운전도 그 연장선에 있다. 가정폭력이나 “아무것도 안하고 아빠 뒤에 서있는 병풍이야?” 같은 딸의 절규가 그럴 듯한 박진감을 안겨주는 것과 다른 황당함이라 할까.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정치현실과 별도로 ‘특별시민’이 외면당한 이유로 보인다. 이를테면 방향이 틀리거나 지향점을 의심케하는 민낯 까발리기인 셈이다.
선거공작의 1인자 심혁수(곽도원)나 젊은 광고 전문가 박경(심은경) 캐릭터도 왜 있는지 궁금할 정도다. “변종구 같은 새끼가 대통령 되면 나라꼴이 어떻게 되겠냐”라는 심혁수 비아냥은 맞지만, 그의 양다리 걸치기는 좀 아니지 싶다. ‘똥 속에서 진주 꺼내는’ 선거의 민낯을 까발려 감독이 전달하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박경의 진실과 정의구현 회피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공개하지 않고 “유권자로 돌아가겠다”는 건 무슨 의미인지 궁금하다. 만약 그런 전개가 아니었으면 관객 반응은 어땠을까를 생각해보게 되는 이유다. 치열하게 준비했지만, 좌절의 늪에 빠지고, 그 과정에서 성과를 일궈내는 그런 선거전 영화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절로 생기는 ‘특별시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