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백승호 기자] 한국교총이 격무와 스트레스로 기피대상이 되고 있는 보직·담임, 도서벽지 등 취약지구 근무 교사 등을 위한 획기적인 수당 신설을 교육부에 요구하기로 했다. 해마다 2월이면 반복되고 있는 학교 업무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학교 현장에서 교육과 업무에 애쓰고 있는 교원의 실제적인 처우 개선을 위한 조치다.
23일 하윤수 교총회장은 “보람과 자긍심이 돼야 할 보직이나 담임에 대한 예우가 충분하지 않고 교사의 희생이나 열정에만 기대서 운영되다보니 학년 초 현장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수당 신설 등 획기적인 인센티브를 마련하도록 교육부에 추가 교섭과제로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2월이 되면 새 학년도를 맞아 교사들의 보직을 나누고, 학교 운영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교사들이 보직 맡기를 꺼려해 업무가 진척되지 않는 상황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경기의 A고 교장은 “아직 올해 학교 부장 배정을 확정하지 못했다”며 “10년차 이상의 중견교사가 맡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모두 고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B중 교장도 “학생생활부장을 맡을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사춘기 학생들을 다루기 쉽지 않은데다 학교폭력이라도 발생하면 격무에 소송위협까지 받는 자리이기 때문에 모두 맡으려 하지 않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초등의 경우 5, 6학년 담임, 중학교는 생활지도부장, 고등학교는 학년부장 등이 주기피 대상이다. 학생, 학부모 민원이 심한 생활지도부장이나 고등학교 진로부장 등을 한 번 하고 나면 월 50만원, 100만원을 준다 해도 다시 맡고 싶지 않다는 것이 상당수 경험자들의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근 오는 교사에게 상대적으로 어려운 보직을 배정하기도 하고, 교사 간 투표를 통해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떠넘기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학교별로 보직을 맡으면 수업시수 경감 등의 메리트를 내걸기도 하고, 일부 시·도에서는 교육청 차원에서 교원평가 최고등급 보장, 승진 가산점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교사들의 결심을 유도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일선 교장, 교감들의 설명이다.
교총은 힘들고 기피하는 업무에 대해 수당을 신설해 충분한 유인가를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실제로 담임 수당은 13만원, 보직수당은 7만원에 불과하다. 담임수당의 경우 2016년 12년 만에 2만원 인상됐지만, 보직수당은 14년째 동결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의 무자격 교장공모제 전면 확대가 기피 현상을 더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학교 현장에서는 기존 승진체계를 흔드는 무자격 교장공모제 추진을 중단하고 보직, 담임교사의 처우개선부터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충북 C초 부장교사는 “보직이나 담임 등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전에도 있었지만 작년까지는 승진을 목표로 하는 교사들이 교무부장이나 연구부장 등을 자원해 희생하는 모습이 있었는데 올해는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경기 A고 교장도 “승진가산점이 있을 때도 보직과 담임을 맡기기 어려웠는데 그 메리트마저 없어진다면 더 궂은일을 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 승진체계를 흔들지 말고 획기적인 처우개선과 근무여건 조성방안부터 내놔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교총은 23일 현재 51일째를 맞는 교장공모제 전면 확대 반대 교육부 앞 릴레이 집회를 계속할 방침이다. 또 국회 1인 시위도 장병문 경기교총 회장, 서재철 강원교총 회장, 김진균 충북교총 회장, 송재준 전남교총 회장 등의 참여로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