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me too)운동이 우리 교육에 던지는 메시지

2018.03.12 09:03:44

‘곧고 바름, 그리고 깨끗함’ 그리고 ‘여성 인권 존중’의 소중한 가치

2018 대한민국은 참담하다. 2017 대한민국의 참혹함의 연장선이다. 2017년의 참혹함이 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에 의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라면, 2018년 참담함은 국가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적폐청산에 이은 미투(# me too)운동의 흐름이다.

최근 문학인, 예술가, 교육자 등의 성폭력, 성추행, 성희롱 폭로에 이어 서울시장 예비후보, 현직 충남지사 등도 성폭력 가해자로 밝혀졌다. 유수의 유력한 인사들이 출국금지와 검찰 수상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2018 대한민국의 사회적 흐름도 꽤 혼란스러운 가운데 성장통을 겪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세계여성의 날의 맞아 성폭력, 성추행, 성희롱 등의 인권이 유린, 훼손된 이 땅의 여성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드리는 바이다. 성의 구분을 불문하고 피해자들을 인권 보호를 위한 법적ㆍ제도적 대책 강구가 시급한 실정이다. 양성평등이라는 시대적 가치는 남녀평등을 엄어 여성 인권 신장이 기본이라는 점에서 이 또한 우리 사회의 남성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간단치 않다.

이런 와중에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고은 시인과 이윤택·오태석 연출가 등의 작품과 거명이 교과서에서 사라진다. 교육부는 검정교과서 출판사 및 집필진의 의견을 취합해 초중고교 교과서에 수록된 이들의 작품과 인물소개 40건을 모두 삭제하거나 다른 작품으로 대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육이 곧고 바른 것을 가르치고 배우는 가치이며, 교과서는 교육과정을 담은 가장 중요한 자료라는 점에서 비윤리적인 인사들을 교과서에서 작품 수록, 인물 소개 등을 하는 것은 합당치 않다고 본 것이다.
  
잠정적 분석과 통계에 의하면 고은 시인의 시·수필 등 저작물은 중학교 국어와 고등학교 국어·문학·역사부도 교과서 등에 15건 게재돼 있다. 고은 시인의 인물소개도 11건이 게재됐다. 최근 여러 해 동안 노벨 문학상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한국 최고의 문인이라는 점에서 안타깝다. 또 이윤택·오태석 연출가 역시 젊은이들이 닮고 싶어 하는 유력 인사들이었다. 이들 역시 중학교 국어·미술, 고교 문학 교과서에 저작물 4건과 인물소개 10건이 실린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와 출판사 측은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 세 명을 교과서에 그대로 싣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저작물과 인물소개를 모두 삭제할 방침이다. 이달에 30여건을, 오는 4~5월에 나머지를 수정할 방침이다. 작품의 우수성에 앞서 우리 사회의 윤리성, 도덕성을 바로 세우고자 하는 한 과정이다. 
 
현행 우리나라의 교과서 편찬 체제는 국정 교과서, 검정 교과서, 인정 교과서 등 세 종으로 나뉜다. 국정 교과서는 저작권을 교육부가 갖고 있으며 전국의 초중고교에서 공통으로 사용된다. 검정 교과서는 출판사·집필진 저작권을 갖고 교육부의 검정을 받아 단위 학교장의 채택으로 사용된다. 인정 교과서는 출판사·집필진 저작권을 갖고 각 시도교육감의 인정을 받아 단위 학교장의 채택으로 일선 학교에서 사용된다.

이중에서 교육부의 검정을 받고 일선 학교에서 채택해 사용되는 검정 교과서가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대부분의 교과서가 검정 교과서이기 때문이다. 
  
사실 검정교과서의 경우 국가가 저작권을 갖는 국정교과서와 달리 출판사·집필진에 저작권이 있다. 이에 교육부는 최근 검인정교과서협회에 공문을 보내 각 출판사가 관련 내용을 수정할 계획 여부를 취합한 바 있다. 교육부는 출판사집필진들에게 집필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고, 출판사는 교육부에 교과서 수정을 요청할 수 있고, 교육부는 신청이 접수되면 이를 검토해 승인하는 체제다. 여하튼 고은 시인, 이윤택·오태석 연출가 등의 작품과 실명이 교과서에서 사라지는 것은 분명하다. 이는 어쩌면 현재의 대한민국의 사회적 흐름(trend)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실정이다. 더 중요한 점은 앞으로 더 많은 문인, 예술가, 교육자(교수 등)이 이와 같은 이유로 교과서에 사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2018 대한민국의 적폐청산, 미투 운동의 참담함의 함의를 되새겨야 한다. 나아가 교과서에서 많은 문인, 예술가, 교육자(교수 등)이 교과서에서 사라지는 진통 속에서 우리는 문학과 예술도 제도적 윤리성, 도덕성의 테두리 내에서 작품 활동이 이뤄지고 문학인, 예술인들의 윤리성, 도덕성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점이다.

교육과 교육과정을 담아내는 가장 핵심적 자료ㆍ교재인 교과서 역시 제도적 윤리성, 도덕성의 테두리 내에서 문인, 예술가, 교육자(교수 등), 학자들의 지적권과 예술 활동만을 담아야 한다는 사회 일반의 동의라는 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적폐청산과 미투 운동의 참담함 속에서 우리에게 희망과 비전을 주는 ‘2018 대한민국과 한국인의 성장통(成長痛)’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는 당사자들의 보수ㆍ진보 이념 성향 이전의 문제다. 2018 미투 운동이 대한민국 사회에 던지는 무언의 메시지는 ‘곧고 바름, 그리고 깨끗함’ 그리고 ‘여성 인권 존중’이다.
박은종 공주대 겸임교수 ejpark7@kongju.ac.kr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