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문제해결력과 테크놀로지 과학교육

2018.04.02 09:00:00

기술 분야의 혁명이 개인의 삶과 일하는 방법을 근본적으로 변혁시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인재의 능력은 무엇일까? 미국·중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호주 등 15개국 370여개 기업 인사담당 임원을 대상으로 조사·분석한 결과 ‘복합문제해결능력(complex-problem solving skills)’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됐다(WEF, 2016).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 복합문제해결능력

복합문제해결능력은 복잡하고 현실적인 환경에서 새롭고 확실하게 정의되거나, 구조화되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의미한다. 복합문제해 결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굳건한 비판적 사고력을 바탕으로 문제에 대한 이해, 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 및 해결책의 영향을 받는 다른 요소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관찰하고 최상의 해결책을 찾는 능력이 요구된다.


복합문제해결능력을 교실 수업에서 가르치고자 할 때 부딪치는 문제는 ‘교실 환경에서 제시되는 문제 상황과 현실 세계에서 만나게 되는 문제 상황이 질적 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즉, 학교에서 문제해결교육에 사용되는 문제 상황은 ‘구조적이고 잘 정의된’ 반면, 실제 생활의 문제는 종종 ‘비구조적’이다. 따라서 실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문제들을 바탕으로 이를 구조화하고 해결책을 만들어 가는 과학교육이 초·중등학교 교육에서 더욱 강조돼야 함을 알 수 있다.


2015 개정교육과정은 과학교육과정에서 함양해야 할 핵심역량으로 과학적 사고력·과학적 탐구능력·과학적 문제해결력·과학적 의사소통능력·과학적 참여와 평생학습능력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 같은 능력이 비단 과학수업시간만을 통해서 길러진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과학교육에서도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테크놀로지)을 도입해 학습자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술을 활용해 자신의 역 량을 강화하고, 그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적이고 복합문제해결능력을 기를 수 있 도록 하는 교수-학습의 변화가 요구된다.


기술중심주의 vs 사람중심주의

일반적으로 테크놀로지를 교육에 적용하고자 할 때는 두 가지 접근법이 있다. 새로운 기술을 그대로 교육에 접목하고자 하는 기술중심주의적 접근과 사람의 학습하는 원리를 이해하고 그에 따라 기술을 이용하는 사람중심주의가 그것이다. 테크놀로지를 교육에 활용한다고 하면 먼저 기술중심주의적인 접근을 생각하기 쉽다. 이런 접근법은 새로운 기술이 나타날 때마다 그것을 쫓아가며 교수-학습에 적용하고자 하는 것이지만 그 효용성에 있어서는 지금까지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비하여 사람중심주의적 관점에서 테크놀로지를 이용하는 경우는 출현하는 테크놀로지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사람의 학습 원리에 적용하기 때문에 기술중심주의적 접근이 갖고 있는 비판을 극복할 수 있다.


이런 입장에서 본다면 기술-테크놀로지가 활용되는 앞으로의 과학교육 교수법은 테크놀로지 그 자체보다는 증강현실(AR) 기술이나 로봇, 또는 인공지능기술(AI)을 인간의 학습 원리에 따라 활용하면서 실제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학습 자들의 복합문제해결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사용돼야 한다. 물론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교수-학습 과정에서 ‘기술 때문에’ 교사가 학생들로부터 배제되는 것 이 아니라 오히려 교사의 능력을 증강시키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교과서나 ICT를 교육에 적용하다 보면 컴퓨터와 학습자만 남고 교사는 뒷전으로 소외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복합문제해결능력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교사는 교수-학습 과정의 중요 참여자가 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개발되어 온 ICT 기반 교육은 그 같은 점에 있어서 미흡했다. 또한 테크놀로지 기반 교수-학습체제를 연구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큰 진전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ICT를 활용하여 교수-학습 과정에서 교사의 능력을 증강시키도록 하자는 것 이다.


ICT 활용 개인별 맞춤 교육, 교사의 능력을 증강시키다

교육현장에는 다양한 과학교육 교수법이 존재한다. 그리고 교사에게 가장 중 요한 것은 아마도 학습자들이 얼마만큼 교육내용을 이해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학생들은 배움을 통해 과학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탐구하며, 실제 상황에서의 문제해결력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사람의 교사가 수십 명을 대상으로 하는 교실 수업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잘 이해 하고 따라오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만약 교사가 ICT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보다 효과적으로 학습자의 진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컴퓨터를 이용하여 교사의 강의·학습자의 탐구·교사의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면 교사는 학습자들이 수업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지, 어떤 점에서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지 등을 적시에 파악하고 지도할 수 있게 될 것 이다. 이를 위해서는 수업시간에 실시간으로 정보를 분석해서 제공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개발되어온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로는 많은 한계가 있다.


디지털 티칭 플랫폼 (Digital Teaching Platform: DTP) 은 교실 수업에서 실시간 학습자 분석을 통하여 교사의 교수 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키고, 학습자와 교수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새로운 교육체제이다.

DTP는 교수 설계자가 학습자들의 능력에 따라 콘텐츠를 쉽게 재구성할 수 있도록 해 준다. 평균 이상·보통·평균 이하 등 학습자 수준에 따라 제공되는 콘 텐츠의 난이도가 다르며, 교사는 콘텐츠 관리 기능으로 자신의 수업을 학습자 들의 상황에 맞춰 손쉽게 제공할 수 있다. 학습자들은 수업에서 제공되는 콘텐 츠를 기반으로 학습하며, 그 과정에 대한 평가가 실시간으로 이뤄져서 교사에게 제시된다. 교사는 그 결과를 가지고 학습자들에게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DTP가 기존의 디지털 교과서나 이러닝 콘텐츠 등과 다른 점은 실시간으로 학습자의 성취도를 교사에게 알려 준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수업을 위 한 콘텐츠가 DTP 환경에서 만들어진다면 교사는 실시간으로 학습자들을 도울 수 있다. 교사는 학생으로부터 권위와 교사의 중요성을 인정받을 수 있고, 학습자들은 실시간으로 교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므로 개인별 맞춤 교육이 테크 놀로지뿐만 아니라 교사를 통해서도 이뤄질 수 있다.


이 같은 시스템을 사용해 본 교사들의 만족도 조사에서는 특이한 점이 나타난다. <그림 2>에서 보듯이 모든 교사는 DTP를 이용할 때 다양한 교수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고 실험에 적용된 모든 과목에서 동일하게 답하고 있다. 따라서 과학교육과정에서 과학적 원리나 보다 덜 구조화된 문제를 DTP로 제시하고, 문제 해결과정을 컴퓨터를 통해 실시간 모니터링함으로써 학생들에게는 개별 맞춤 교육을 제공하고, 교사들은 학습자들의 역량에 따른 맞춤형 교수를 지향할 수 있을 것이다.



유사한 디지털 학습 플랫폼으로는 웹기반 탐구과학환경(WISE)이 있다. WISE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오픈 소스를 이용한 탐구학습과 교육을 위한 플 랫폼을 제공한다. 학생들은 짝을 지어 학습하고, 교사의 지원을 받으면서 온라 인으로 안내를 받는다. 추가적으로 WISE 소프트웨어는 지식 통합 프레임워크에 의해 알려진 탐구활동의 설계를 지원한다. WISE 라이브러리에는 교실에서 시험하고 지원되는 유닛들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은 화학반응·광합성·글로 벌 기후변화 같은 주제들로 각 유닛마다 5일에서 10일 분량의 활동들로 구성되 어 있다.


WISE는 상호작용적이며 다양한 피드백이 제공되는 유닛들과 사용이 쉽고 확장 가능한 저작 환경·탐구 교수법을 위한 도구들 및 지식통합 프레임워크를 포함하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하여 학습자들은 지식통합의 한 가지 패턴인 ‘아이디어 이끌어내기·아이디어 더하기·아이디어 구별하기·아이디어 정리하기’라는 4가지 프로세스를 따라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복합문제해결능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송기상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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