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말 ‘문예지도는 아무것도 아닌가’라는 원고지 9장짜리 칼럼을 써서 발표한 바 있다. 6년도 더 지난 케케묵은 글의 연도를 굳이 첫머리에 내세운 것은 혹 그 동안 내용에 어떤 변동이 있을지 몰라서다. 칼럼은 전북도교육청의 중등인사규정에 적잖은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칼럼에서 적시한 중등인사규정의 문제점은 우선 지도상 가산점이다. 지도상 가산점은 “각종 대회에서 지도상을 받은 자로 당해 학교 재직기간 동안의 실적 중 유리한 것 1회에 한하여” 받을 수 있다. 지도상 가산점 대상의 각종 대회는 음악⋅미술⋅체육(무용 포함)과 영재교육(과학⋅정보올림피아⋅기능경기대회 등) 등이다.
그러니까 백일장대회, 공모전 등에서 학생들이 수상하도록 문예지도를 한 교사에 대한 지도상 가산점은 아예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사들이 묵묵히 하는 초⋅중⋅고 학생들 글쓰기 지도를 통한 학생 수상은 아무것도 아니란 말인가? 대학의 문학특기자 전형 등을 위해 절대 필요한 진학지도의 하나인데도 지도상 가산점과 상관없다는 말인가?
그런데 6년도 더 지난 지금엔 고교에서 ‘문예는 아무것도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2년 전 퇴직한 필자는 전⋅현직 교원문인들 단체인 교원문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최근 지난 해에 이어 ‘제2회전북고교생문학대전’ 공문을 도내 133개 고교에 발송했다. 더러 이름을 적은 예외가 있지만, ‘문예담당선생님’을 수신인으로 한 협조 공문이다.
그 과정에서 고교 홈페이지를 방문한 바 있다. 놀랍게도 각 고교 사무분장에 ‘문예’가 있는 학교는 극소수였다. 사무분장에 ‘문예’가 있는 학교는 전주여고⋅전주상업정보고⋅전주생명과학고⋅삼례공고 정도이다. 물론 도내 모든 고교 홈페이지를 방문한 전수조사가 아니므로 ‘우리 학교에도 문예담당선생님이 있는데’ 하는 고교도 있을 것이다.
일단 공문은 발송 3주가 다되도록 반송이 없는 걸 보면 각 학교에 잘 도착한 것으로 보인다. 과연 문예담당 교사가 없는 학교의 교무실무사들은 공문을 누구에게 전달했을까. 국어과 교사중 누구에게라도 전해졌다면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 할까. 그것도 아닌 경우 아예 임자를 만나지 못한 채 그냥 폐기 처분되어버렸을지 몰라서다.
비단 교원문학회의 ‘제2회전북고교생문학대전’ 공문만이 아니다. 각급 학교에는 글쓰기 관련 많은 협조 공문이 쇄도한다. 특히 고교의 경우 대학교 백일장이며 정부 각 부처나 문학단체 공모전 등 전국적으로 많은 협조 공문이 학교로 온다. 필자가 문예담당 교사로 재직하면서 경험한 것이다. 지금이라고 그런 공문이 학교에 오지 않을리 없다.
물론 국어과 ‘3D업종’의 하나인 문예지도를 절대 못맡는다 손사래치는 교사들이 많은게 또 다른 학교의 현실임을 알고 있다. 그렇다고 ‘문예지도’가 아닌 ‘문예담당’ 교사조차 없는 고교의 사무분장은 좀 아니지 싶다. 뜻있는 학생들에겐 그 통로마저 아예 차단된 교육사각지대가 되기 때문이다. 그 지점에서 그것은 학교의 직무유기일 수도 있다.
그뿐이 아니다. 글쓰기는 시인이나 소설가가 되려는 학생만이 배우고 지녀야 할 특기가 아니다. 글쓰기는 자신의 느낌이나 의견을 정확하게 표현⋅전달하는 수단이다.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글도 못쓰는 학생이 일류대에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 교육의 전부처럼 되어선 안된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것이 부인할 수 없는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대다수 학생들은 고교 3년을 멀쩡히 수학하고 졸업까지 했는데, 논리적인 글은커녕 편지 한 장 제대로 쓰지 못한다. 학교와 교사가 그런 현실을 타파하지 못하더라도 소질이나 재주 있는 학생들이 트이고 웅비할 수 있도록 최소한 가교 역할은 해줘야 교육 아닌가? 학교 아닌가? 무릇 고교에서 ‘문예’가 꼭 필요한 사무분장임을 인식⋅실천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