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2.4%만 통합…출발부터 분리

2018.04.21 00:48:17

특수교사 배치 의무화 비현실적
인력풀 부족, 보건복지부도 유예
정원 기준, 보육료 현실화해야
"통합해야 공감, 창의성 키워져"

[한국교육신문 윤문영 기자] 유치원, 어린이집의 통합 교육·보육은 교사수급의 한계, 보육료 등 지원 부족으로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어린 시기부터 통합교육을 시행하는 것이 장애·비장애아 모두에게 교육적 효과가 큰 만큼 인식 전환과 지원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보육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장애아 통합 어린이집은 전국에 946개로 어린이집 전체(4만238개)의 2.35%에 그친다. 이곳에 4066명의 장애아동이 다닌다. 통합교육이 강조되면서 지난 2004년 229개에 그쳤던 장애아 통합 어린이집이 2005년 686개로 크게 늘었지만 그 뒤로는 소폭 상승에 머물고 있다. 같은 기간 전체 어린이집은 1만 3335개가 늘었다. 유치원 통합학급은 1486개(1726명 재학), 특수학급은 731개(2763명 재학)로 전체 유치원 학급(3만6470개)의 6.07%를 차지한다.


민간 운영이 대다수인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통합교육을 위한 교사 수급, 예산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장애아동복지지원법에서는 특수교사나 보육교사의 수는 장애 영유아 수의 3분의 1이상이어야 하며, 장애 영유아 담당 교사 2명당 1명 이상은 특수교사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2016년 3월부터 만 5세, 2017년 만 4세, 2018년 만 3세부터 적용하도록 경과규정을 뒀다. 전문성 확보를 위한 방안이었지만 특수교사 수급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우선 현재 우리나라 유아특수교육학과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다. 일년에 배출되는 유아특수교사 자격증 소지자도 250명 이내에 그친다. 게다가 이들이 처우가 열악한 어린이집으로 유입되지 않는다는 현실도 뒤따른다.


조선경 전국장애아통합어린이집협의회장(인천 이웃사랑어린이집 원장)은 "보건복지부가 특수교사를 채용하지 못하더라도 장애통합반을 폐지하지는 말 것을 요청하면서 법 적용 유예에 대한 공문을 보냈다"며 "현실적으로 특수교사 채용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말에 유아특수교육 졸업예정자를 채용했었는데 한달 만에 사립학교로 가게 됐다며 그만 둬서 장애영유아보육교사로 대체했다"고 밝혔다. 장애영유아보육교사는 대학에서 장애 관련 교과 8개 정도를 이수하면 자격이 부여된다.


이에 대해 정혜진 경기도 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은 "유아특수교육학과를 개설할 수 있도록 해 특수교사 양성을 증가시키고 공립유치원에 준하는 처우를 제공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보육료, 인건비 등에 대한 지원도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장애아 전담반에 있는 아동에 대해서는 만 0세 기준의 보육료가 지원된다. 반면 장애아동이 3명이 안돼 별도의 반을 운영하지 않는 경우에는 일반 아동과 똑같이 연령별로 정해진 보육료 지원에 그쳐 더 낮은 수준이다. 이 경우 정원도 일반 어린이집과 동일하게 적용되다 보니 장애 아동에 대한 교육지원이 제대로 이뤄지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이종신 경희사이버대 아동보육 전공 교수는 "장애아에 대한 보육료는 표준보육단가의 70%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보육교사 1명당 장애아 3명을 배치하는 기준은 중증 장애 아동 등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지난 1991년 영유아보육법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 어려움이 크다"고 개선을 요구했다.


결국 통합교육이 장애·비장애아 모두에게 필요하다는 인식 전환이 선행돼야만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 교수는 "학부모가 자녀의 장애에 대한 인식, 수용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면서 유아 단계의 통합교육 자체도 더디게 진행된 부분이 있다"며 "보육교사들에게 발달검사 의뢰권을 주고 장애가 발견될 경우 부모가 상담, 지원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성애 한국통합교육학회장(대구대 유아특수교육학과 교수)은 "통합교육은 장애를 가진 학생과 일반 학생이 지속적으로 함께 학습하고 살아가면서 '나다움'을 배워가는 것"이라며 "통합교육은 결코 장애학생을 그저 나와 같은 공간에서 일방적인 도움을 주는 상대로 배우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획일화된 정답을 요구했던 과거와 달리 미래 사회는 이질성·다양성을 수용하고 창의성과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갖춘 인재가 요구된다"며 "사고 체계가 다른 장애 학생과의 통합교육이 어릴 때부터 시행돼 체질화돼야 이같은 능력을 기를 수 있으므로 이른 시키부터 통합교육을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문영 기자 ymy@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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