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지난 2011년 ‘초중등 STEAM(스팀·융합인재양성) 교육 강화’를 주요 정책으로 발표한 이후 7년 간 스팀 프로그램 개발, 교사연구회 운영, 성과 발표회, 교사 연수 등 사업을 추진해왔다. 학생들의 과학기술에 대한 흥미 고취, 그리고 창의·융합적 사고 및 문제해결력을 동시에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이에 발맞춰 2015개정교육과정도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융합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팀교육은 현재 어디까지 왔으며,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는 무엇인지 2회에 걸쳐 진단한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스팀교육은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인문·예술(Arts), 수학(Mathematics) 5가지 분야를 융합한 교육을 뜻한다. 이 중 2가지 이상을 활용해 실생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 호주, 독일 등 선진국들이 2000년대 중반부터 국가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시작한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MINT(수학·정보·자연과학·기술)’ 등에서 따온 우리나라의 융합교육 브랜드다. ‘STEM’에 인문·예술까지 넣어 ‘STEAM(스팀)’이란 명칭을 쓰고 있다.
스팀교육이 교실을 변화시킨 효과는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지금까지 스팀교육을 주도해온 한국과학창의재단(이하 창의재단)이 초중등 과정에서 스팀교육을 받은 후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한 학생을 대상으로 추적 조사한 결과 스팀교육을 받은 학생이 과학에 대한 흥미, 융합적 사고력, 의사소통능력, 자기주도학습능력 등 13가지 역량에서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5점 만점 조사에서 평균 0.7점 정도 높았다. 특히 융합적 사고력, 의사소통능력, 창의력, 탐구설계능력, 결과물산출능력 등은 평균 보다 더 큰 차이를 보였다.
수혜자 면담조사 결과에서는 긍정적 가치관 형성, 배려, 인내, 끈기 등 능력의 신장에 효과를 보였다. 이밖에도 메타인지 능력, 진로선택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팀활동을 통한 다양한 분야에 대한 경험이 학생의 전공 및 진로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스팀교육에 대한 사전, 사후 조사결과에서도 스팀교육이 흥미도, 배려, 자기효능감 등 인성교육 측면에서도 효과가 있었다.
김진 교육부 융합교육팀 사무관은 “스팀수업은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지식을 활용하도록 훈련시키는 수업”이라며 “이런 취지에 맞게 교실에서 좋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스팀교육 관련 효과를 다룬 수십 편 논문들의 메타분석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학생 흥미, 사고력, 인성, 진로 등에 유의미한 긍정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스팀교육이 영재에게 더 유리한 교육이 아니라는 것이다. 스스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교육 특성 상 특정 학생군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문과는 차이가 있었다.
창의재단에 따르면 창의성과 문제해결력에 대한 융합인재교육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출판된 석·박사 학위 논문과 학술지 논문을 분석한 결과 그 효과크기는 ‘중간이상(대조군 비교 상위 20% 정도)’으로 나타났다. 스팀교육이 창의력 향상에 효과가 있음이 밝혀진 것이다. 또한 일반학생의 효과크기가 영재학생보다 조금 더 높았다. 연구진들은 스팀교육이 일반학생과 영재학생 모두에게 효과가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학생뿐 아니라 교사 역시 역량 신장에 도움이 된다는 반응이다. 특히 예비교사와 현직교사가 팀을 이뤄 융합인재교육의 현장 적용 경험을 갖게 했을 때 예비교사의 지도 역량에 있어 좋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도역량은 창의적 사고력 지도능력, 문제해결 지도능력, 의사소통 및 협업 지도능력, 융합지식 이해지도능력의 네 가지 범주로 크게 나눠 측정한 결과 예비교사의 인식은 현장 적용 경험 이전과 비교해 향상됐다.
이런 성과는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최근 베트남과 UAE의 요청으로 현지에서 스팀교사 연수를 진행하고 스팀교육 정책 노하우를 공유했다. 지난해에도 핀란드, 미국, 카타르, 태국 등 여러 나라의 교육기관에서 우리나라의 스팀교육 방법론과 성과를 벤치마킹한 바 있다.
스팀교육은 교육부와 창의재단이 담당해왔다. 교육부는 교육 정책 마련·집행 및 재원 지원을 했고, 창의재단은 정부와 학교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맡았다. 정부는 변함없이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일반회계에서 36억5100만 원을 지원한 것에서 올해 7억6600만 원 늘려 44억1700만 원을 책정했다. 특별교부금 역시 지난해 22억2000만 원에서 늘어난 57억2000만 원이 투입되고 있다.
창의재단은 스팀교육 정책 개발 협조, 조사연구, 정책 실행, 학교현장 접목 등 실무 역할을 수행했다. 그 과정에서 스팀교육이 학교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선두그룹 육성, 교사역량 강화, 교육 콘텐츠 개발, 학생체험 강화, 기반 구축 등 5개의 축으로 지원해왔다.
선도그룹 육성 차원에서 지원한 선도·연구학교, 교사연구회 운영을 통해 2000여명, 18여만명의 학생이 경험했다. 교원, 관리자 연수에서 11만 여명, 원격연수에서는 10만 여명에게 스팀교육을 전파했다. 콘텐츠는 600여개를 개발, 보급했다.
최근에도 ‘도형으로 만드는 마음(초등1·2학년)’, ‘동물 속 숨겨진 과학을 이용하여 드론 만들기(초등 3·4학년)’, ‘인공지능(AI) 로봇에게 어떤 윤리 기준이 필요할까?(중학교)’, ‘공항·항공기의 숨은 과학-비행기 여행에 숨어 있는 인체공학 이야기(고교)’ 등 콘텐츠가 창의재단 홈페이지에 게재됐다.
소논문(R&E) 공모 형식으로 진행된 학생 체험 탐구 활동을 통해서는 2862명이 660개 소논문이 만들어진 상황이다. 매년 100개 이상 과제를 공모 받아 연말 쯤 시상식을 열고 있다.
올해도 지난 4월 공모해 100개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학교생활 속 스트레스 요인 분석 및 해소방법 연구(경기 낙생고)’, ‘효과적인 쾌변 자세를 위한 변기 시트 모형 디자인(경기 한민고)’, ‘사과껍질과 속을 이용한 천연 치아 미백제 개발(충남 예산고)’, ‘키보드 키의 위치를 고려한 오타 수정기(경남 마산용마고)’ 등 제목만 봐도 학생들의 흥미로운 연구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점을 찾아 창의적으로 설계해 풀어가는 것이 핵심이다.
스팀교육의 학습 준거틀은 상황제시, 창의적 설계, 감성적 체험 세 단계 과정으로 구성됐으며, 각 단계를 거치면서 융합인재교육이 이뤄지게 된다. 상황제시는 학생이 문제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자신의 실생활과 연계해 구체적으로 느끼면서 전체 상황을 이해하는 단계다.
창의적 설계는 학생이 스스로 문제해결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다양한 방법을 설계해 구체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동안 아이디어가 실현된다. 감성적 체험은 문제해결에서 오는 성공의 경험, 그리고 서로 다른 생각들을 공유하면서 느끼는 단계다. 설령 과제 해결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반성과 개선을 통해 새로운 도전과 희망을 안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러 과목을 융합하다보니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여전히 많은 교사들은 스팀 프로그램을 적용하면서 ‘지금 사용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과연 스팀이라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이에 대해 이현숙 창의재단 선임연구원은 “스팀은 명확한 개념이나 학습 준거틀이 있기 때문에 이것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스팀 프로그램 개발 연구개발과제 제안요구서에서 제시하고 있는 체크리스트(표 참조)를 확인하면 손쉽게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