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2018.07.16 13:48:30

2018러시아 월드컵이 프랑스의 우승으로 32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프랑스는 사상 처음 결승전에 오른 크로아티아를 42로 이겼다. 벨기에와 붙은 4강전에서 음바페의 비신사적 행동이 옥에 티가 되었지만 12년 만에 결승에 진출했고, 1998년 자국에서 개최한 프랑스 월드컵 이후 20년 만에 우승을 거머쥔 것이다.


이미 조별리그 3경기후 6월말 조기 귀국한 한국 축구에 대한 이런저런 소감을 러시아 월드컵 16강전 탈락을 보며란 제목으로 쓴 바 있지만, 아무래도 뭔가 미진하다. 이 글을 쓰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사실 필자는 어떤 스포츠에도 별다른 취미가 없다. 국민 스포츠라며 호들갑 떨어대는 프로야구 경기를 단 한 번도 경기장은커녕 TV로 본 적이 없을 만큼 관심 밖이다.


글쟁이라고 다 그런 건 아닐테지만, 그쯤되면 취미 없는 정도가 아니라 스포츠를 아예 싫어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20~30대 젊은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필자도 유일하게 보는 스포츠 경기가 있다. 바로 축구다. 필자의 축구 좋아하기는 국가대표팀 A매치 경기 TV 중계방송을 백퍼센트 빼놓지 않고 볼 정도이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선 새벽 3시에 하는 것 빼곤 우리 나라 아닌 다른 국가들 경기도 거의 다 봤다. 4년 전 브라질 월드컵에 비해 배 이상 챙겨본 축구 경기라 할 수 있다. 러시아와의 시차가 6시간이라 밤 9, 11시의 TV 중계도 한몫했지 싶다. 그런데 지상파 3사의 축구 중계가 좀 소극적이지 않았나 싶다.


가령 617일 밤 9, 621일 밤 9시에 각각 열린 세르비아와 코스타리카, 덴마크와 호주의 조별리그 경기 중계는 지상파 3사 어디에서도 하지 않았다. 케이블방송 등 아예 중계방송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럴망정 결승전 포함, 같은 경기를 지상파 3사 모두 방송하는 경우도 여러 차례 있었던 걸 생각해보면 전파낭비가 아니었나 싶다.


어쨌든 이탈리아네덜란드 같은 강호들이 아예 본선 참가 32개 나라에 들지 못한 가운데 브라질 월드컵처럼 이번에도 이변의 연속이었다. 먼저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국 독일이 예선 탈락했다. 세계적 공격수 호날두와 메시의 포르투갈과 아르헨티나도 16강전 후 짐을 쌌다. 새삼 공이 둥글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라 할까.


특히 독일의 예선 탈락은 우승국 징크스가 사실로 나타남을 새삼 확인해준 바 되었다. 8강전에서 영원한 우승 후보 브라질이 벨기에에 12로 패해 짐을 싸기도 했다. 미국 CNN에 따르면 브라질아르헨티나독일 중 단 한 팀도 4강에 오르지 못한 월드컵은 이번이 역대 처음이라고 하니 그것도 이변이라 할만하다.


개최국 러시아의 36년 만에 이뤄진 8강 진출도 이변에 속한다. 러시아의 피파 랭킹은 32개 본선진출국중 가장 낮은 70위다. 피파 랭킹이 단지 참고용일 뿐이라지만, 러시아의 8강행은 예상 판도에 없었다. 덕분에 러시아 국민들로선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한 한국처럼 월드컵을 보고 즐길 맛이 더 연장되는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몰락했던 한국일본호주이란 등 아시아 국가들은 나름 선전했다. 사우디 아라비아까지 아시아 5개 국중 호주만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일본은 16강에 올라 피파 랭킹 3위 벨기에를 20으로 앞서가다 32로 역전패당했다. 일본 축구의 도약이 이변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우리로선 한일전만큼은 꼭 이겨야 한다는 국민 정서가 있지만, 일본이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러시아 월드컵에서 볼 수 있었다. 일본은 조별리그 세네갈전에서 한 골 먹더니 20여 분 만에 동점골을 넣었다. 후반전에서도 세네갈이 역전 골을 넣은지 7분 만에 다시 동점골을 넣었다. 이영표 해설위원이 저력이 있는 어느 정도 강팀이라는 걸 증명한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모름지기 월드컵은 그래야 볼 맛이 나지 않나! 폴란드전에서 16강전에 오르기 위해 지면서도 산책 축구로 비아냥을 받기도 했지만, 벨기에전에서의 20 리드 역시 일본 축구를 다시 보게 해준다. 우리 팀이 왜 1, 2차전에선 독일과의 경기처럼 하지 못했는가 하는 아쉬움이 더 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일본 축구를 16강에 올려놓은 감독은 자진 사퇴했다는 소식이다.


한편 진풍경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준우승을 차지한 크로아티아는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8강전에서 자국 경기 승리후 춤을 추고, 총리는 4강전 치른 후 장관들과 함께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채 국무회의를 했단다. 한국이 독일을 이겨 16강전에 진출하게 됐다며 해외토픽감 난리법석을 떤 멕시코 국민들은 또 어땠는가. 월드컵이 아니고선 볼 수 없는 진풍경들이다

장세진 전 교사, 문학⋅방송⋅영화평론가 yeon590@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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