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시설 안전관리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안 돼

2018.09.11 11:57:33

최근 서울 동작구 상도동 상도유치원과 맞닿은 다세대주택 공사현장 흙막이가 무너져 내리면서 유치원 건물이 크게 기울어져 심하게 훼손됐다. 터파기를 하던 인근 다세대주택 공사장의 축대 붕괴로 지반이 꺼져 유치원이 가울어졌다. 며칠 전에는 서울 금천구 가산동 오피스텔 공사장 주변 지반침하 사고가 발생했다.

 

유치원 옹벽이 무너진 사고는 원아들이 하원하고 교직원들이 퇴근한 지 4시간여 만에 일어난 사고다. 원생 122명과 교사 10명이 있던 낮에 벌어졌다면 참사가 벌어질 수도 있었다. 취학 전 교육기관인 유치원에서 아찔한 사고가 발생할 뻔 했다. 21세기 세계화 시대에 천운으로 인명 사고를 면한 안타까운 사고이다.

 

이번 사고로 4층짜리 유치원 건물이 10도가량 기울었다. 공사장에서 일하던 인력이 없었고 유치원 하원, 교직원 퇴근 등으로 건물 안에 사람이 머물지 않아 인명 피해가 없었는데 만약 낮 시간에 사고가 터졌으면 자칫 대형 참사가 발생했을 것이다. 여지없이 큰 인명 사고가 발생했을 것이다.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 시설 안전관리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이번 사고로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고 결국 당국은 기울어진 유치원 교사(校舍)의 철거에 들어갔다. 일이 터지고 수습하는 고질병이 또 발생한 것이다.지난달 말 폭우로 인한 지반 약화가 원인의 하나일 수는 있겠지만 이번 유치원 사고는 전형적인 인재(人災)라고 볼 수 있다. 해당 유치원 측이 6개월 전부터 수차례 시공사와 감리업체, 구청에 사고 우려를 보고했지만 안이하고 무책임하게 방치하다 빚어진 사고다.  

 

유치원측은 지난 5월 학교운영위원회를 개최하고 건물 안전 진단과 지원 등을 구청, 교육청 등에 공문을 발송했다. 서울시교육청이 대책회의를 열고, 다세대주택 공사 업체는 안전조치계획을 제출하기로 약속했다지만, 붕괴 사고가 터져버렸다니 왜 더 서두르지 않았는지 안타깝게 만든다.이번 사고가 벌어진 날 개선방안을 내놓기로 한 시공사는 그전까지는 공사장을 찾은 유치원 관계자를 쫓아내고 어떠한 예방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유치원, 구청, 교육지원청 등이 사로 책임을 전가하다가 소위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다. 전형적인 사후약방문격이다.

 

실제 이 유치원의 안전 관리 및 지원 요청 공문에 대해서 교육청은 ‘지질 상태가 취약해 붕괴 위험성이 높다’는 지질안전조사 의견을 시공사에 ‘참고하라’며 통보하는 데 그쳤고, 지난달 말 지반 침하 위험을 알았지만 현장조사도 나오지 않았다. 감리업체는 유치원에 생긴 균열을 특별한 문제가 아니라고 등한시했다. 원아들 생명과 안전에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행정 기관의 책무 방기(放棄)로 원아들의 생명이 위험에 노출된 것이다.

 

재해와 사고 발생에는 하인리히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법칙이다. 1:29:300이라는 하인리히 법칙은 큰 사건 하나가 발생하려면 300번의 징후가 있고, 29번의 경미한 사고가 발생한 후 큰 사고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생활에서 무감각으로 대하는 작은 징후에 미리 대처를 하지 않으면 결국 큰 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번 상도유치원 지반 붕괴사고 역시 전조가 있었는데도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인재(人災)란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사실 큰 사고는 우연히 또는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반드시 경미한 사고들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발생한다. 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 일정 기간 동안 여러 번의 경고성 징후와 전조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큰 사고와 재해는 항상 사소한 것들을 방치할 때 발생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 뇌리에는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면서 안산 단원고 수학여행 학생 등 승객 304명이 사망한 대형 참사가 생생하다. 세월호 참사 후 교육부는 2020년까지 초등학생 전 학년에게 생존 수영을 교육과정에 반영, 실행하는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생존 수영 이전에 안전사고에 불감증으로 일관하는 우리 사회의 생활적폐 청산이 우선이라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번 서울 상도유치원 붕괴 사고와 가산동 오피스텔 지반 강하 사고는 매뉴얼에 따라 치밀하게 분석, 점검하여 법령과 규정을 위반한 사람, 조직이 있으면 응당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유치원, 교육청, 구청, 시공사, 준공검사자 등을 막론하고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기본적 안전 의무를 다하지 않은 관련 책임자를 엄중히 처벌해야 할 것이다.

 

결국 사후약방문이지만, 철저히 수사해 부실시공이나 관리 허점이 있었는지 명확히 밝혀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아울러 차제에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행정안전부는 공사 허가, 준공 검사 등을 규정에 따라 엄격하게 시행해야 할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정밀 사고조사의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취약시설에 대한 근본적 안전대책을 세워 신속히 수립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관한 지역 내 취약시설 특별점검을 곧바로 실행에 옮겨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것이다. 특히 유ㆍ초ㆍ중ㆍ고 학생들이 생활하는 교육 시설인 학교의 시설과 건물 안전 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어른들의 안전 불감증으로 미래의 새싹인 학생들이 생명과 안전사고가 무방비로 노출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행정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엄정해야 할 것이 학생들의 생명 안전, 학교 등 교육 시설 안전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학교와 주변 환경은 아주 안전한 상태에서 학생들이 꿈과 끼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보금자리여야 한다.

박은종 공주대 겸임교수 ejpark7@kong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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