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성과 메시지 돋보인 추석특집극 '옥란면옥'

2018.10.01 09:54:16

아니나다를까 2018 추석(9월 24일) 명절에도 TV 특집드라마는 귀했다. 지상파 특선영화들만 거의 30편에 달했던 것과 아주 대조적인 현상이 이번 추석에도 또다시 되풀이된 것이다. 먼저 저간의 사정을 살펴보기 위해 한교닷컴에 이미 발표하고 책에도 수록한 ‘보기 힘들었던 설 특집드라마’(장세진, TV 꼼짝마, 신아출판사, 2017)부터 살짝 들춰보자.

 

지난 추석(2015년-인용자 주)에 이어 2016 설 명절에도 특집 드라마는 귀했다. 그 이유는 새삼 시시콜콜 말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지난 추석에 무심했던 MBC가 특집드라마를 내보낸 점이라 할까. KBS는 지난 해 방송했던 ‘드라마 스페셜’ 3편을 앙코르(다른 말로 하면 재탕이다.) 방송했을 뿐이다.

 

SBS는 이례적으로 지난 추석에 이어 이번 설 명절에도 특집드라마를 방송했다. 언뜻 보면 영리적 측면을 더 따져야 할 상업방송 SBS가 KBS와 MBC 두 공영방송 보란 듯이 ‘돈 안 되는’ 단막 드라마를 명절 특집으로 연속 편성하고 있다. 일견 기이한 일이지만, 환영한다. 다만, 좀 고약한 시간대에 편성된 건 아쉬운 점이다.

 

SBS ‘영주’는 설 전날인 2월 7일 오전 9시 30분, 재방송이 9일 0시 35분이었다. 이른 아침과 자정 이후 심야 시간대다. ‘영주’의 경우 공교롭게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속보로 인해 시작 10분 만에 중단되는 불상사를 겪었다. 09시 40분 시작한 속보가 종료된 것은 12시 50분이다. 과연 2시간 10분이나 기다렸다가 ‘영주’를 착실히 본 시청자들이 얼마나 있을까?

 

MBC ‘퐁당퐁당 러브’는 맙소사, 설날 낮 12시 5분에 방송을 시작했다. 성묘라든가 세배 다니기를 비롯, 점심식사 시간대여서 도대체 보라는 것인지 말라는 건지 좀 아리송한 편성이라 할만하다. 2월 5일부터 3일 연속 기존 드라마를 재탕한 KBS의 시간대도 만만치 않다. 모두 자정을 넘긴, 이를테면 익일 새벽 프로가 된 셈이다.

 

애써 제작하거나 방송한 드라마들을 그런 시간대에 편성하여 스스로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려 한 것인지 의구심이 가시질 않는다. 2018 추석 명절 특집드라마가 KBS 2TV의 ‘옥란면옥’ 달랑 1편뿐임을 감안하면 그런 편성에 대한 불만도 호사였지 싶다. KBS는 연휴 마지막날 밤 10시 수목드라마 ‘오늘의 탐정’을 결방한 채 ‘옥란면옥’을 2시간 넘게 방송했다.

 

‘옥란면옥’은 한 마디로 추석 명절의 의미를 100% 새기게 한 특집다운 드라마다. 우선 판문점 선언에 이어 평양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진 현실에 안성맞춤인 시의성이 돋보인다. 평양냉면집을 하는 달재(신구)의 이산 애인(옥란) 그리워하기, 그런 아버지를 타박하는 아들 봉길(김강우), 그리고 탈북민 영란(이설)이 한가족이 되면서 분명한 메시지를 재미있게 전달하고 있어서다.

 

여기서 ‘재미있게’는 드라마 전반에 깔린 코믹모드를 뜻하는게 아니다. 오히려 코미디는 아프고, 시리고, 눈물나는 민족 분단의 진지한 이야기에 재를 뿌릴 수 있다. 가령 영란이 감금된 모텔로 봉길 일행이 쳐들어가는데 복장이며 배경음악 등으로 웃기는 장면이 그렇다. 전개상 절실해보이지 않는 키스장면에서 벌어지는 의치 소동도 마찬가지다.

 

적절한 시의성과 가족의 소중함을 넘어 남북화합이라는 뚜렷한 메시지와 다르게 성긴 구성의 허술한 전개는 좀 아쉽다. 예컨대 봉길은 쓰러진 아버지 병실로 달려와 한숨 돌렸으면 만나기로 한 영란부터 찾아야 맞지 않나? 집에 와 그녀의 가방 속 지갑을 열어보고, 교회로 가서 영란이 탈북민이란 이야기 등 과거를 알게되는 장면은 그 다음 펼쳐져야 했다.

 

아쉬움은 또 있다. 아버지에게 반말 찍찍 해대는 봉길이긴 하지만, 달재가그냥 뒷방 늙은이 캐릭터 아닌가 해서다. 수진(한소희)의 가게 촬영 제의에 토를 달지 않은 것이 그렇다. 설마 아버지는 수진이 자신의 병 수발을 싫어해 아들을 떠나간 줄도 모른 것인가. 아버지가 건넌방에 엄존하는데, 봉길 방에서 커튼을 친 채 영란이 함께 자는 것도 그렇게 보인다.

 

뭔가에 쫓기는 듯한 조급함도 보인다. 가령 아무런 해소 절차 없이 무마된 영란의 인터넷에 뜬 추문이 그렇다. 또 배경이 시골인 점을 감안할 때 자전거 타고 다리까지 건너야 하는 등 교회가 너무 멀리 있는 듯하다. 봉길이 모는 자전거 뒤에 탄 채 콧노래 부르는 영란의 행복한 장면을 위한 의도인지 몰라도 좀 낯설게 느껴져서다

장세진 전 교사, 문학⋅방송⋅영화평론가 yeon590@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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