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중심평가 도입의 의미와 운영 방안

2018.11.01 09:30:00

최근 변화하고 있는 사회 환경은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릴 정도로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사회 구성원들에게 요구되는 능력도 달라지고 있다. 변화하는 미래 환경에 적합한 인재상을 예측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OECD의 DeSeCo project1, ATC21S project2 등을 비롯한 많은 연구에서 미래 시민으로서 핵심역량(Key competency)을 갖추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 지식중심사회에서는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많이 아는 것이 중요했으나, 최근에는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어 지식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목적에 맞게 잘 활용해 과업을 수행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학생평가의 패러다임 역시 ‘학습결과에 대한 평가(Assessment of learning)’를 함으로써 학생의 성취 정도를 판단하는 근거자료 수집에서 벗어나, ‘학습을 위한 평가(Assessment for learning)’ 혹은 ‘학습으로서의 평가(Assessment as learning)’를 통해 학생의 성장과 교사의 수업방법 개선에 도움을 주는 자료수집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도 2015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지식 교육과 더불어 역량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성장’에 초점을 두는 평가, 과정중심평가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지식과 역량을 복합적으로 신장시키려면 장기적인 교수-학습 및 평가전략이 요구된다. 학생들의 역량을 지속적으로 신장시킬 수 있는 교수-학습방안과 이런 과정에서 역량 신장 여부를 적시에 점검하고,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는 평가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교수-학습의 질을 개선해 이러한 방안들이 실효성을 갖도록 학습과정을 중시하는 평가를 강화하도록 하고 있다(교육부, 2017).

 

학교에서 이뤄지는 학생평가는 교사들이 개별 학생의 성취 특성을 가장 근거리에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생 성장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교수-학습이 끝나는 시점에서 평가가 이뤄지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성적 산출을 위해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일회성으로 이뤄지던 과거의 평가방식만으로는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를 육성하기 어렵다. 따라서 학생의 성장과정에 대한 진단과 피드백이 결여된 결과중심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학교 교육을 내실화하고자 과정중심평가가 도입된 것이다.


과정중심평가는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에 기반을 둔 평가계획에 따라 교수-학습과정에서 학생의 변화와 성장에 대한 자료를 다각도로 수집해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평가’라는 의미를 갖는다(교육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17). 이에 따르면 과정중심평가는 결과중심으로 이뤄지던 기존의 학생평가방식을 학습 과정과 결과를 함께 고려하는 방식으로 개선하여 학생의 성장을 지원하는 평가 본연의 목적을 되살리고자 하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학교수준에서 이뤄지는 학생평가에 있어서 어떤 새로운 평가체제를 제안하는 것이기보다는 교사의 계획 하에 실행되는 학생평가 전반에 걸친 질적 개선을 강조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단위학교에서 과정중심평가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교수-학습과 평가가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 즉, 기존에 교수-학습이 이뤄지고, 그에 대한 평가도구를 개발하여 평가를 실시하고 결과를 확인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교수-학습과 평가 계획이 동시에 수립되고, 교수-학습과정에서 평가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평가의 타당도와 신뢰도가 생명
과정중심평가를 실행하기 위한 첫 단계는 평가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이때 학기 단위로 가르칠 성취기준을 분석하고, 학습과정에서 학생들의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적절한 평가내용 및 방법을 계획해야 한다. 또한 실제 수업과정과 연계한 평가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차시별 교수-학습과정에서 평가를 어떻게 시행할 것인지 면밀하게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각 차시별로 교수-학습활동, 평가계획, 피드백 방법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평가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과정중심평가를 위한 평가도구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먼저 교수-학습과 평가를 연계한 구체적인 수업계획을 수립해 수업이나 과제 수행 과정에서 평가와 피드백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이때 평가 대상으로 교수-학습 또는 과제 수행의 결과로 나타난 산출물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과제 수행 과정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또한 수행평가나 서·논술형 평가와 같이 채점 기준 수립이 필요한 평가를 실시하는 경우 평가 항목별로 채점 기준을 수립하고, 채점 기준에 따른 평가결과가 피드백과 연계될 수 있도록 학생의 성취 특성을 구분하고 파악해 채점 기준을 개발해야 한다.


수업 과정에서 이뤄지는 평가는 교수-학습활동과 평가활동이 상호 통합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교사는 학생의 배움과 성장과정을 관찰하여 적시에 피드백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학생의 성장을 돕는 효과적인 피드백을 위해서는 학생의 성취 특성에 대한 진단뿐만 아니라 학생이 어떤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한 처방을 함께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중심평가의 전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평가의 타당도와 신뢰도이다. 이는 교사의 평가 전문성이 갖춰져 있다는 전제하에 확보될 수 있다. 과정중심평가를 위해서는 교사에 의해 교육과정 성취기준 분석에 따른 평가계획 수립, 평가도구 개발 및 채점 기준 마련, 평가시행 및 평가결과에 따른 적시에 피드백 제공 등이 유기적으로 실행되고, 이러한 과정과 결과는 학생의 성장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하는 바, 평가의 각 단계에서 더욱 높은 교사의 평가 전문성이 요구된다.


교사의 평가 전문성 신장 노력이 절실
과정중심평가는 학교 현장에 새로운 평가방법을 개발하여 도입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에 운영돼던 학생평가를 새로운 환경 및 학생 특성에 적합한 방식으로 개선하고, 학생평가가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운영 방식을 내실화하기 위한 방안이라 할 수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단계적으로 적용되고 정책적으로 과정중심평가가 강조되면서 학교수준 학생평가의 주요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은 현시점에서 그 도입 취지와 역할을 명확히 안내하고, 학교 현장의 과정중심평가 운영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금은 과정중심평가 도입 초기 단계인 만큼 단위학교에서 과정중심평가를 위한 계획을 수립해 실행함으로써, 교수-학습과정에서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사가 학생 성장을 적절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국가수준 및 학교수준에서 교사의 평가 전문성을 신장하기 위한 노력이 동반돼야 할 것이다.


학생평가의 궁극적 목적은 학생이 미래 시민으로써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현재 학습 상태에 대한 정보를 얻고 더 나아가기 위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기존에 ‘평가’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던 무게와 부담을 줄이고 과정중심평가가 학교 현장에 안착된다면, 학생평가가 학생들이 자라나는 것을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본연의 기능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지현 한국육과정평가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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