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공학 학교되거나 교명 변경해야

2018.12.10 09:03:39

알고보니 한별고등학교(전북 완주군) 남녀공학 개편이 박성일 완주군수의 6ㆍ13 지방선거 공약이었던 모양이다. 얼마 전 보도에 따르면 ‘한별고등학교 남녀공학 개편 지원을 위한 추진위원회’(추진위) 위원 14명이 삼례읍 행정복지센터에서 간담회를 갖고 건의문을 채택해 한별고와 완주군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명과 맞는 남녀공학 개편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그런 소식을 접하니 한별고에서 근무했던 옛 일이 저절로 떠오른다. 1965년 개교한 삼례여자고등학교가 한별고등학교로 이름을 바꾼 것은 2001년이다. 1999년 3월부터 근무한 나는 그냥 구경꾼이 아닌 입장이라 할 수 있다. 교지 창간호 이름이 ‘한별’이었고, 올컬러로 창간한 학교신문 이름 역시도 ‘한별고신문’이었으니까.

 

2001년 ‘한별고신문’은 전국학교신문ㆍ교지콘테스트에서 고등부 금상을 수상했다. 중학교가 대상을 차지했으므로 사실상 고등부 최고상인 금상 수상이었다. 나도 교육부총리 지도교사상을 받은 바 있다. 덕분에 벤치마킹차 경향 각지에서 전화해오는 등 한별고등학교가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 교사들은 한결같이 남녀공학의 한별고등학교로 알고 있었다.

 

그 외 친구 등 지인들도 한별고가 여자고등학교인 줄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그런 착오 내지 혼란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한별여자고등학교로 하지 않은 것은 물론 그만한 까닭이 있다. 조만간 남녀공학이 될텐데, 다시 교명변경 신청해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그때 교직원과 학생들 모두 금방 남녀공학 한별고등학교가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1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남학생이 없는 학교이면서 교명은한별고등학교 그대로다. 남녀공학되는 걸 못보고 2003년 3월 1일자 정기인사에 따라 한별고등학교를 떠났는데, 이런 학교가 또 있다. 전주솔내고등학교가 그렇다. 두 딸의 모교이기도 한 전주솔내고등학교는 대다수 사람들이 남녀공학으로 알고 있지만 엄연한 여자 고교다.

 

2002년 한들초등학교 임시교사에서 개교한 전주솔내고등학교는 왜 계속 여고이면서도 그 교명인지 알지 못하지만, 한별고등학교의 경우 남녀공학 전환이 안 되는 핵심적 이유는 인근 사립고의 거센 반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수인 남학생들을 한별고에 뺏길 걸 우려한 반대다. 신입생 모집이 학교의 존폐와 직결되는 사립고라 그럴 수 있지만, 혼란은 또 다른 문제다.

 

추진위는 “남녀 상호간의 지적ㆍ정서적 성숙과 학업면에서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남녀공학 전환은 시대의 당위성”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이어 “도시지역 인재 유출로 학생 수급이 어려운 실정인 만큼 남녀학생을 동시 수용하면 장기적인 학생 수급 확보가 가능하다”며 “지역학생들의 학교 선택 폭 확대로 기회 균등을 제공하는 의미도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그것은 그들 사정일 뿐이다. 이용렬 삼례읍장은 “삼례읍은 초등학교부터 종합대학교까지 갖춘 교육 도시”라며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지역 내 역량을 결집해 한별고가 남녀공학으로 조속히 전환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말하지만, 이번엔 꼭 교명에 맞는 명실상부한 학교 로 거듭나길 소망하지만, 솔직히 그렇게 와닿지 않는다.

 

관건은 18년 전 거셌던 인근 학교의 한별고등학교 남녀공학 반대가 수그러들었는가 하는 점이다. 만약 18년 전처럼 인근 사립고가 반대한다면 그에 대한 해결 방안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나마 다행은 군수의 공약이란 점이지만, 이 또한 녹록치 않을 수 있다. 인근 사립고 반대가 거세면 표를 의식한 군수측에서 딱히 해결할 방안을 내놓을 수 있을까 우려스러워서다.

 

이는 어느 특정지역만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이름은 남녀공학이지만 실제 여자고등학교인 학교가 전국적으로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사실은 그런 학교들이 교명에 맞게 조속히 남녀공학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별고 사례에서 보듯 현실적으로 그게 어려우면 학교 이름이라도 변경하여 무릇 착오와 혼란을 없애야 한다. 그게 맞는 일이다.

장세진 전 교사, 문학⋅방송⋅영화평론가 yeon590@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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