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새해 첫날 타임머신을 타고 마지막 날로 가봤다. 2018년 연말 교육계 키워드와 마찬가지였다. 부정적인 단어로 가득 차 있었다. 우리 교육은 이미 삶의 일부가 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기는커녕 따라가기조차 버거웠다. 총선이 다가오자 정치권은 교육을 정쟁의 수단이자 장(場)으로 삼아 교육의 뿌리마저 흔들고 있었다.
학교교육에 대한 과도한 환상
서둘러 새해 첫날로 돌아왔다. 악몽에서 깬 것처럼 섬뜩하다. 대통령과 청와대, 혹은 각 교육감들이 교육의 미래를 책임질 수 없고, 그들에게 책임을 묻는다고 해서 교육문제가 해결되지도 않는다. 필요한 것은 교육계가 거대한 복잡계의 일부임을 깨닫고 시스템을 재설계 하는 것이다. 한국교육 여건의 강점을 염두에 두고 시스템을 구축하고, 구성원들은 바람직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성원들의 기대 밖 행동은 시스템 설계의 오류이지 그들의 탓이 아닌 것이다.
먼저 학교교육에 대한 과도한 환상을 버리고 ‘할 수 있는 것’, ‘해야 할 것’에 초점을 맞추자. 무한경쟁·승자독식의 실력주의사회에 둘러싸인 현실에서 입시제도 개선을 통해 과도한 경쟁과 사교육비를 없앨 수는 없다. 학교가 할 수 있는 것은 학생들이 오늘 행복하게 살도록 돕고, 내일을 위해 갖춰야 할 지식과 역량, 인성과 체력을 재미있게 길러갈 수 있도록 도우며, 주체적 학습자가 되도록 이끄는 것이다.
또한 배움에 무관심하거나 자퇴하려는 학생들이 배움에 흥미를 갖도록 이끄는 것도 학교와 교사의 몫이다. 사회와 교육계가 교육의 핵심에 초점을 맞추고 나머지는 사회차원에서 해결하도록 시스템을 설계할 때 학교는 제 역할을 충실하게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세계적인 수준의 우리 교사들이 그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전문적 책무성 확보 시스템을 갖추면서, 안주하는 교사들에 대해서는 학생과 학부모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외적 책무성 확보 시스템도 함께 갖출 필요가 있다.
교사는 지쳐가고 있는데 왜 학부모와 학생들의 학교교육에 대한 불만은 높아져 가는지, 왜 기초학력은 저하되고 학교폭력은 증가하는지 등 교육 자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전문가들과 힘을 모아 원인을 찾고 대책을 마련해 교육행정기관에 법과 제도 개혁을 요구하자. 학교는 학부모 역할을 명시하고,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학부모에 대해서는 필요한 제재를 가할 권한 및 사회에 도움을 요청할 권한도 가져야 한다.
시스템 재설계에 힘을 모아야
학교장과 교육청 그리고 시민단체는 교사들이 교육활동을 제대로 하도록 돕고, 중앙정부와 국회는 교육의 미래를 위한 중장기 비전 보완에 총력을 기울이며, 언론사는 사건사고를 다루는 사회부 시각이 아니라 교육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교육전문 대기자의 시각에서 바람직한 학교문화 형성에 앞장서도록 시스템을 구축하자.
이와 함께 국민교육대토론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해 개인과 조직들이 깨어나도록 함께 힘을 모아가자. 시스템 재설계에 힘을 모으고, 서로를 격려하며 역할을 충실히 해간다면 올 연말 교육계 키워드에는 희망의 메시지가 늘어날 것이다. 오늘은 어제의 우리가 만든 미래이고, 내일은 오늘의 우리가 만들 미래임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