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그동안 가르쳐왔던 사랑하는 제자들을 떠나보내야 한다. 한 학년 더 진급하거나 졸업하는 아이들…. 이제 막 초등학생이 돼 입학하는 아이들도 온다. 선생님들도 역시 학년을 마무리 짓고 졸업식을 치르며 새 학년 맞이를 시작하기도 하는가 하면, 새 학교에 전입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2월과 3월은 선생님들에게 참 바쁜 시기다. 업무가 많아지면 스트레스와 피로감도 증가하는 것이 인지상정.
흔히 피로감은 간 때문이라고 하는데, 피로가 모두 간 때문은 아니지만 스트레스에 민감한 간의 기능이 떨어지게 되면 피로감을 더 느낄 수밖에 없다. 충분한 휴식을 취해도 피곤하고 피부색이 칙칙해지거나 푸석해지고 음식 중 특히 기름진 음식에 대한 소화기능이 떨어진다. 또 송별회와 환영회 등 연초에 있는 각종 회식 때 마신 술이 간에 부담을 주지 않을까 걱정 된다면 간 기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약재를 소개하고자 한다.
한약에 대해 가장 잘 알려진 루머가 있다면 바로 ‘한약이 간에 나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농약과 중금속 등의 위해 성분 검사를 모두 통과한 의약품용 한약에 의한 것이 아니라 산야 또는 노지에서 채집한 민간 약초를 재래시장 등에서 구매해 적절한 지도 없이 임의로 복용함으로써 발생하는 경우라고 생각하면 틀림이 없다. 실제 약물의 간독성은 천연물 유래 성분으로 구성된 한방의약품이 실험실에서 화학적으로 합성한 약물보다 낮으며, 한방-양방 구분이 없는 의료일원화 체계인 일본에서는 합성의약품에 의한 부작용이 우려되는 경우에 한방의약품을 그 대안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오늘 소개할 약재인 ‘치자’ 역시 쓸개즙의 분비와 간의 해독과정을 촉진시키며, 간세포를 보호하는 작용을 갖고 있음이 이미 밝혀져 있다. 치자(梔子)는 꼭두서니과(Rubiaceae)의 치자나무(Gardenia jasminoides Ellis)의 잘 익은 열매이고, 주된 약효성분으로는 게니핀(Genipin) 및 게니포시드(Geniposide), 가르데노시드(Gardenoside) 등이 있다.
치자는 전통적으로 황색을 내는 천연염색제로 우리에게 친숙하다. 한방에서는 전통적으로 열기가 심하게 달아오르는 것을 제거하고(사화제번‧瀉火除煩), 소변을 잘 나가게 해 이를 통해 열기를 빼기도 하며(청열이뇨‧淸熱利尿), 온역(瘟疫)∙온독(溫毒) 등 열독(熱毒)이 왕성한 것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고 해(양혈해독‧凉血解毒) 주로 신체의 열을 끄는 약으로 사용돼 왔다. 치자가 포함된 대표적인 한방 처방으로는 예로부터 황달, 급성간염 등의 간질환에 사용돼 온 인진호탕(茵陳蒿湯)이 있다.
쓸개즙 분비 촉진 및 간세포 보호
쓸개즙은 간에서 생산되고 분비되며, 수분이나 쓸개즙산, 쓸개즙 색소(빌리루빈, bilirubin) 등이 포함되는데, 쓸개즙산은 지방을 둘러싸서 소화와 흡수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치자의 주성분인 게니포시드는 당이 붙어있는 배당체(配糖體)인데, 장에 도달하게 되면 장내에 있는 세균에 의해 당분이 분리돼 게니핀으로 대사된다. 게니핀은 쓸개즙의 분비를 촉진시켜 지방의 소화와 흡수를 용이하게 하는 작용을 하는데, 쉽게 말하면 간에서 쓸개즙을 배출하는 펌프 기능을 강화해 배수를 촉진시키는 것이다.
연구된 바에 따르면 쓸개즙 색소를 간세포 내에서 모세쓸개관으로 배출하는 펌프인 MRP2 단백질(Multidrug resistance-associated protein 2)의 기능을 촉진한다. 항산화작용이 있는 글루타티온(glutathione) 또한 같은 펌프를 통해 배출되므로 소화 중에 발생하는 활성산소에 의한 세포손상 또한 줄어든다.
한편, 우리 몸의 세포들은 저마다의 수명이 있어 세포 수명이 다했거나, 세포에 이상이 생겨 이 세포들이 제거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세포자살(Apoptosis)이라는 과정을 거쳐 제거된다. 이는 간에서도 마찬가지인데, 과도한 간세포의 세포자살은 간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치자의 게니핀은 세포 안에 있는 미토콘드리아에 작용해 세포자살의 신호 전달을 억제함으로써 간세포를 보호하는 작용을 한다.
또 간세포에 있는 유전자 전사 인자(transcription factor)중 하나인 NFE2L2(Nuclear factor(erythroid-derived 2)-like 2)는 세포가 활성산소에 의한 스트레스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항산화 단백질 생성을 개시하는 주요한 역할을 한다. 치자의 게니핀은 NFE2L2를 활성화시켜 간세포의 항산화 능력을 높여준다.
이상의 과학적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치자는 쓸개즙의 분비를 촉진시켜 지방의 소화와 흡수를 돕고, 산화 스트레스와 세포자살로부터 간세포를 보호하는 작용을 통해 간기능을 증강시키며, 궁극적으로는 간기능을 원활하게 해 피로감을 개선한다. 특히 선생님들은 2, 3월의 건강이 1년을 좌우하게 되는데, 근래에 피로감이 느껴진다면 치자를 달여 차처럼 복용하는 것을 권한다.
치자는 여러 다른 한약재들과 마찬가지로 의약품용과 식품용으로 유통된다. 식품용 치자는 인터넷쇼핑, 마트, 시장 등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유효성분의 함량규정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치자의 간에 대한 다양한 효과를 보장하기가 어렵다. 또 간과 쓸개의 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거나, 다른 질병의 치료를 위해 특정한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에는 개인에 맞는 한방약을 선정하거나 약물 상호작용에 관한 복약지도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때문에 가까운 한방 약국을 방문해 한약사와의 복약상담을 통해 ‘대한민국약전’과 ‘대한민국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식약처의 의약품기준 관련 고시)에서 규정하는 품질기준을 충족하는 의약품용 정품 한약재를 구매하거나, 필요한 경우 본인에게 적합한 한방약을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치자 달이는 법
치자의 복용량은 일반적으로 60kg 성인을 기준으로 1회당 대략 2g 정도 복용하고 하루에 2회씩 복용하는 것을 추천하지만, 복용량은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1~3g 내에서 개인에 맞게 조절한다. 치자는 특별한 부작용은 없는 편이므로 안전성에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다. 또 복용 시에는 약효성분들이 잘 추출될 수 있도록 잘게 분쇄하는 것을 권하며, 이때 치자의 과병(꼭지) 부분이 조금 날카로울 수 있으므로 과병을 제거하고 부수거나 도구를 사용하여 분쇄하도록 한다.
- 10회 복용량 기준으로 치자 20g을 도구를 사용해 잘게 부순 뒤, 요리용 망 또는 다시백에 담는다.
- 물 1.1~1.2L를 준비해 함께 끓이고, 치자를 달인 물이 1L가 될 때까지 대략 30분 정도 끓인다.
- 치자를 달인 물이 1L 정도로 졸여지면 상온에서 식힌 뒤에 약재는 버리고 약액을 요리용 망 또는 다시백을 사용하여 한 번 더 거른다.
- 남은 약액은 빛을 차단하는 용기에 냉장 보관하고, 하루 2회 따뜻하게 데워서 복용한다. 1회 복용 약액은 100cc정도(치자 약 2g에 해당하는 양)가 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