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회계 집행, 불편하지 않으세요?

2019.05.03 10:00:00

이번 호에서는 교사들이 수업과 학생 생활지도 등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학교회계 집행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학급운영비 집행 간소화 방안

첫 번째는 학급운영비 집행 간소화 방안이다. 지역별·학교별 차이는 있을 것이나 보통 학급당 20만 원 정도 편성하고 있다. 학급운영비는 학급운영에 필요한 모든 경비를 말하는 것으로 ①학생상담·가정방문 등 상담활동 ②문화체험·산행대회 등 학급행사 ③환경미화용품 등 학급용품 구입 ④학급문집·앨범용 CD·DVD 제작 등 자료발간 등에 집행한다.

 

학급운영비는 담임교사들이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건별로 결재(품의)를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과 불편으로 인해 제때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말에 피자 같은 간식을 한꺼번에 사 주거나, 한두 가지 소모품 구입으로 ‘땡처리’하는 학급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무래도 담임교사들은 예산집행을 간단하게 처리하길 원하고, 행정실은 회계 관련 규정을 중요시 여길 수밖에 없는 시각 차이도 사용을 어렵게 한다. 이런 식의 학급운영비 집행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원래 학급운영비 도입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그럼 어떻게 하면 학급운영비 제도 도입 취지를 살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을까?

 

우선 관련 규정을 살펴보자. 개산급은 지출의 특례로 채무액이 확정되기 전에 지급액을 개략적으로 산출하여 지급할 수 있는 제도이다. 지방회계법시행령 및 공립학교 회계규칙 등에 의하면 수학여행비·수련활동비 등 개산하여 지급하지 않으면 교육과정 운영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비는 개산급으로 지급할 수 있다. 교육부·학교회계 길라잡이(2011년 11월)에서는 개산하여 지급하지 않으면 교육과정 운영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비의 범위는 학교장이 판단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책임 소재 문제로 수학여행·수련활동·외부행사 경비 정도만 개산급으로 지급하고 있다.

 

학급운영비 20만 원 전체에 대해 개산급으로 지급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개산급은 지출의 특례로 최소한으로 운영해야 되기 때문에 지급할 수 없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학생자치활동비 성격으로 소액인 만큼 개산급으로 지급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 문제는 보는 시각에 따라 견해차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교육청에서는 몇 년 전부터 학급운영비를 임시출납원 임명 후 개산급으로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개산급은 일단 사용하기는 편리하나, 회계연도 말에 정산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혹시 영수증이라도 잃어버리면 책임문제도 따른다. 또한 회계연도 말 정산서 검토 과정에서 행정실 담당자와 담임교사 간에 집행의 적정성 시비도 우려된다. 개산급으로 지급할 때 업무처리 절차는 다음과 같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학급운영비는 초등학교에서는 대체로 건별로 품의해 집행하는 경우가 많고, 중·고등학교에서는 연초에 반별로 학급운영비 전체를 일괄 품의한 후 필요할 때마다 기관 카드로 집행하는 학교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행정안전부 예규인 지방자치단체 세출예산 집행기준에 의하면 특근매식비와 같이 정기적으로 소액을 지출하는 경우 일정 기간(1개월 미만)을 합산하여 1건으로 결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학급운영비도 특근매식비와 같은 개념으로 보고 연초 일괄 품의 후 사용하는 것이다. 학급운영비를 연초에 일괄 품의할 때 업무처리 절차는 다음과 같다.

 

 

개산급으로 지급하는 방법이나, 연초에 일괄 품의한 후 집행하는 방법이나 각각 장단점이 있을 것이나, 개인적으로는 일괄 품의 후 집행하는 방법이 상대적으로 더 편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학생회 및 학부모회(녹색 어머니회 포함) 운영비 집행 절차 간소화 방안

두 번째는 학생회 및 학부모회(녹색 어머니회 포함) 운영비 집행 절차 간소화 방안이다. 이 경우에도 학생이나 학부모가 건별로 담당교사를 통해 구매 의사를 전달한 후 담당교사가 결재 품의를 받는 구조라 사용하기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학생회 운영비는 주로 간식 구입, 선거 경비 등에 집행하고, 학부모회 운영비는 다과비·인쇄비·강사비·협의회비 등으로 사용한다. 이 중 물품구입비·협의회비 등은 건별로 품의를 해야겠지만, 그 이외 소규모 인쇄비·행사 소모품비·학생 간식 등 순수한 운영비성 경비는 연초에 일괄 품의한 후 그때그때 필요할 때 마다 기관 카드를 수령해서 집행하는 방법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만, 개산급이나 연초 일괄 품의 후 사용하는 경비는 유사한 다른 사업의 운영비성 경비까지 확대할 경우 자칫 회계 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학생회나 학부모회 운영비성 경비에 한해 최소한으로 운영해야 할 것이다.

박우일 서울시교육청 학교회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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