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지조(共命之鳥)’가 주는 교훈

2019.12.24 13:24:14

‘공명지조(共命之鳥)’ - 목숨(=命)을 공유(共有)하는 새(鳥)라는 뜻으로, ‘상대방을 죽이면 결국 함께 죽는다’는 압축된 의미다. 이 말은 대한민국 대학교수들이 2019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했다. 공명조(共命鳥)는 아미타경(阿彌陀經), 잡보장경(雜寶藏經) 등 여러 불교 경전에 등장하는 머리가 두 개인 상상 속의 새로 한 머리가 시기와 질투로 다른 머리에게 독이 든 과일을 몰래 먹였다가 둘 다 죽고 만다는 설화 속에 등장한다.

 

필자는 이 말에 가슴이 타오름을 느낀다. 서로를 이기려고만 하고 자기만 살려고 하지만 어느 한쪽이 사라지면 자기도 죽게 되는 것을 모르는 작금의 대한민국 사회에 대해 경종을 울리기 때문이다. 지극한 안타까움이 가득하다. 올해는 작년보다 조금 더 희망적인 사자성어가 선정되길 바랐다. 하지만 이는 역시 헛된 꿈이었다. 허구헌날 정치권이 서로 나뉘어 싸우는 것을 넘어 이제는 애꿎은 국민들까지 편싸움에 동조해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분열되어 죽기살기로 싸우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면 격하게 동의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홍익인간(弘益人間) 사상을 국시로 하여 태어난 민족이다. 홍익인간이 무엇인가? 널리 인간세계를 이롭게 한다는 뜻으로 우리나라의 건국 시조(始祖)인 단군의 건국 이념이다. 그래서 우리는 유난히도 평화를 사랑하는 백의민족으로 뿌리를 내렸고 우리 역사상 900건이 훨씬 넘는 외침에도 불구하고 굳건하게 뭉쳐서 나라를 지켜온 자랑스러운 민족이다. 안타깝게도 일제 식민지배의 아픔과 통렬한 고통 속에서도 국가의 독립을 위해 맨손으로 제국주의에 항거하여 세상에 ‘비폭력평화주의’란 모델을 세운 위대한 민족이다. 인도의 시성 타고르는 일본 식민 통치라는 암흑 속에서 신음하던 ‘조선 민족’에게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다시 빛을 발하게 되리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6행의 짧은 시에서 ‘동방의 등불’이라 칭송하기도 하였다.

 

다시 현실을 돌아보자. 우리나라는 ‘대한민국’이라는 하나의 몸에 ‘보수와 진보’라는 두 개의 머리가 있는 공명조와 다르지 않다. 그런데 올해 유난히도 보수와 진보는 어리석은 공명조처럼 서로를 이기려고 했고, 자기만 살려고 상대방을 죽이고자 했다. 서로 협력해 몸을 좋게 하려고 하기보다는 다른 머리를 사라지게 해 모든 것을 독차지하려는데 더 골몰했다. 이는 국가를 공멸로 이끄는 참담한 일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이런 순간을 틈타 이웃 나라 일본은 또 다시 침략의 야욕을 드러냈다. 경제보복의 칼날 아래 대한민국을 싹부터 자르려고 했다. 우리 경제의 기반이자 생명줄을 끊어 고사시키려 했다, 하지만 우리는 ‘No Japan.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국민적 캠페인을 벌여 의연하게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에 나섰다. 그리고 그들의 자유무역의 질서 파괴에 맞서 논리적으로 맞서왔다. 한편으론 경제적으로 융기하는 대한민국의 국운을 침체시키려는 일본의 시기와 질투에 다시는 지지 않겠다는 국가적 결의를 보여주었다. 이처럼 우리의 ‘보이콧 재팬’에 그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것이 힘을 합치면 어떤 위기도 극복할 수 있는 우리 민족의 지혜이자 저력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보수와 진보가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어 함께 나가야 한다. 이는 우리가 살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를 망각한 채 2019년을 보냈다. 공명조의 어리석음을 따라 하는 우를 범했다. 새해 2020년에는 모두가 공멸하는 어리석은 공명조가 되지 말고, 서로에게 의지하고 공생하며, 그야말로 새롭게 비상하는 비익조(比翼鳥)가 되었으면 한다. 우리는 다시금 국 가위기 극복의 지혜를 공명지조로부터 온전히 배울 수 있기를 소망한다.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등학교 교감 hak03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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