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 교원성과급, “이제 결단이 필요하다”

2020.02.05 10:30:00

성과급은 매혹적이다. 성취에 대한 적절한 보상은 유능한 교사를 유인하고 교사의 사기가 올라가며 높은 동기가 부여된다. 그러므로 합리적이고 건전한 평가체제가 교사들에 의해 받아들여진다면, 모든 유인 체제 중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

 

성과급제도는 공정한 평가가 핵심이다. 그러나 학교나 교원을 평가하기란 그리 간단치 않다. 무엇보다도 평가받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학교나 교원이 해야 할 일을 규정하기 곤란하다는 점과 그 일이 매우 유동적이라는 사실도 난점이다. 학교나 교원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상이하고 다양하다는 점도 그렇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독특한 사회·문화 풍토가 존재하고 있어서 평가를 실시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성과급이 교단에 도입된 것은 지난 2001년. 그로부터 19년이 흘렀다. 교육현장은 끊임없이 평가의 부당성과 역기능을 지적해왔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성과급은 강행될 전망이다. 돈으로 교사의 노고를 차등 보상한다는 성과주의에 반대하는 反성과급 분위기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2020년 신학기를 앞두고 교원성과급을 둘러싼 불만과 갈등이 점증되고 있다. 교직사회 특수성을 반영, 성과급을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부터 이참에 가부간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요구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 ‘계륵’으로 전락한 성과급, 해묵은 과제를 풀 해법은 없는 것일까.

 

 

교직사회의 계륵(鷄肋), 교원 성과상여금제

‘닭의 갈비뼈’를 칭하는 계륵(鷄肋)이라는 말이 있다. 후한서 양수전 중 그 유명한 삼국지의 조조에서 유래한 말로 큰 쓸모나 이익은 없으나 버리기는 아까운 사물 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을 비유하는 말로 자주 사용된다. 매년 많은 국가예산이 투여되지만 정작 그 돈을 받는 사람들은 시큰둥하거나 불만이 많다. 2001년 김대중 정부부터 시작된 교원성과상여금제(이하 ‘성과급제’) 얘기다.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 등 진보·보수 정권 19년을 거치면서 많은 논란과 교직사회의 반발이 있었음에도 유지되고 있는 성과급제. 그간의 역사와 오해와 이해, 쟁점을 살펴보고 향후 개선 방향을 제안해 본다.

 

성과급제 의미와 변천

성과급제는 교원의 직무수행에 대한 과정과 결과의 성과에 대한 보상적 개념을 갖고 있다.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는 성과상여금제도에 대해 ‘업무성과에 따른 공정한 보상을 통해 공직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하여 도입된 제도’라고 규정한 바 있다. 교육부의 ‘2019년도 교육공무원 성과상여금 지급 지침’ 목적에 ‘교원 본연의 직무에 충실하면서도, 힘들고 기피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교원을 성과급에서 우대하여 교직사회의 사기 진작 도모’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러한 우리나라 교원성과급제는 1995년 중앙인사위원회가 ‘능력 및 실적반영 승진·보수체제’를 마련한 이후에 1996년과 1997년 두 차례에 걸쳐 지급된다. 이는 1995년 11월 11일 교육부 예규 제40호에 의해서 지급된 최초의 교원성과급으로 ‘교육공무원 특별상여수당’이 시초다. 이 제도는 업무실적이 우수한 상위 10%의 교원에게만 1년에 한 차례 지급되다가 IMF 경제위기로 지급이 중단되었다.

 

성과상여금 제도의 전체 공직사회 도입은 1998년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공직사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계급과 연공서열 위주의 인사관리 체계를 성과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국장급 이상 공무원에 대한 연봉제와 과장급 이하 공무원에 대한 성과상여금 제도를 도입하였고 교원에게도 2001년부터 지급되기 시작했다.

 

2001년 교원성과급제 시행 이후 2011년부터는 학교 단위 성과급과 개인성과급으로 이원화하여 지급되다가「한국교총-교육부 2013~2015 단체교섭 합의(2015.11.9.)」로 학교성과급제는 2016년부터 폐지되고 개인성과급으로 일원화되었다. 100% 차등지급 시행된 2001년 도입 당시 교직사회의 반발은 거셌다. 교총과 전교조·한교조는 ‘성과상여금제, 즉각 철회하라’라는 공동 보도자료(2001.1.9.)를 내는 등 공동대응에 나섰다.

 

교총은 ▲투입과 산출이 불투명한 교직의 특수성 무시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교육성과를 단기평가함으로써 교원평가의 왜곡 초래 ▲무엇보다도 교사의 능력과 교육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방법이 없는 현실에서 필연적으로 평가의 오류를 불러일으켜 교원 사기 저하를 초래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이러한 교직사회의 격렬한 반대로 2002년부터는 90% 균등지급, 10%는 차등지급으로 전환되어 2005년까지 지급되었다.

 

이후 2006년~2007년은 20%, 2008년은 30%, 2009년은 30%∼50%, 2010년은 50%∼70%, 2011년~2016년까지는 50%∼100%, 2016년~2017년은 70%∼100%로 차등지급 폭이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그리고 2015년부터는 2개월 이상 근무한 기간제교사에게도 성과급이 지급되기 시작했다. 제36대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은 2016년 6월 20일 당선 기자회견을 통해 교원성과급 차등지급 폐지를 촉구하고, 교육부와 인사혁신처 등 정부와 각 정당을 대상으로 강력한 활동을 전개했다. 이에 따라 2018년에는 차등지급 폭이 50%로 축소되는 가시적 성과가 나타났다. 이제 교직사회에는 성과급 차등 폭 확대를 넘어 차등지급 폐지 실현이라는 과제가 남아있다.

 

교직사회의 저항과 반대

차등성과급이 도입되자 전교조는 8만 1천 명 교원들이 298억 원 성과급 반납과 연가투쟁을 전개했다. 이후 조합원을 중심으로 성과급 균등분배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교총은 차등성과급 폐지를 위한 21만 교원청원 운동 전개, 대 정부 교섭 합의, 인사혁신처장 및 교육부는 물론 청와대와 각 정당 대상 활동을 전개했다.

 

특히 일반직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성과연봉제를 교장·교감에게도 적용하려 하자, 교총은 강력한 반대 활동을 전개해 이를 저지시켰다. 교총과 전교조는 번갈아 가며 매년 교원 설문조사를 통해 성과급제에 대한 교직사회의 반대여론을 확인하고 주도하고 있다.

 

성과급제의 쟁점

교직사회, 성과급제 왜 반대하나?

어떤 제도나 정책도 시행된 지 20년이 되어 가면 보통 안착하거나 체념 또는 포기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성과급제는 아직도 많은 교원의 원성(怨聲) 정책이다. 교원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평가기준으로 평가대상이 되어 금전적 유·불리를 가져옴은 물론 제도 자체가 갖는 합리성과 적절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교직은 명예와 자존심이 중요한데 S등급·A등급·B등급 교사로 구분되는 것에 대한 거부 정서가 제도에 대한 수용도를 낮게 만들고 있다. 물론 그 이면에는 교육은 인간을 대상으로 하며,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의 성과는 장기적이고 쉽게 측정되기 어렵다는 교원들의 신념이 있다.

 

교육활동의 성과를 평가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 교육부와 인사혁신처는 ‘교육활동의 성과는 결과적 측면과 아울러 과정적 노력을 포함하는 개념이므로 평가할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 즉, ‘교육활동의 성과’는 학업성취도를 포함한 학생의 전인적 발달 등 결과적 측면에 더해 학교의 교육력을 높이기 위한 교원의 모든 과정적 노력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그리하여 그간 교육부는 정성평가와 정량평가적 요소를 수시로 변경하며 개선하였지만, 여전히 교직사회 상당수는 이러한 기준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

 

‘성과급은 당연히 받아야 할 봉급의 일부다’라는 주장, 사실일까?

‘성과급 예산은 우리가 당연히 받아야 할 봉급 일부를 떼어 차등지급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교육부 성과급제도개선위 위원으로 참여한 필자가 많이 들었던 말이다. 교원성과급 예산은 국민 세금으로 형성된 1조 5천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돈이고, 보수는 봉급과 각종 수당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완전히 틀린 주장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정확한 말은 아니다. 성과급은 기존의 보수체계에 하나의 수당이 추가된 것으로서 봉급과는 별도의 재원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공무원의 봉급에 일정 금액 또는 일정률로 갹출하여 만든 재원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20년 가까이 지급되어 온 성과급을 성과급 명목이 아니면 주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 또한 수용키 어렵다.

 

 

성과급 폐지, 차등성과급 폐지... 같은 주장? 다른 주장?

흔히 ‘성과급 폐지’와 ‘차등성과급 폐지’가 혼용되어 사용된다. 줄여서 그냥 ‘성과급 폐지’라고 하는 걸까? 그러나 분명히 그 차이가 존재한다. ‘성과급 폐지’ 주장은 ‘제도의 폐지를 넘어 제도에 반영된 돈을 안 받아도 좋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교원의 자존심을 돈으로 바꿀 수 없다’라는 확고한 신념을 가진 교원이 있지만, ‘아예 돈을 안 받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는 교원도 있다. 그러나 절대다수의 교원이 바라는 것은 성과급 폐지가 아니라 차등성과급 폐지이므로 그 차이를 이해하고 명확히 사회와 정부에 주장할 필요가 있다.

 

성과급 균등분배, 적법? 또는 위법?

이미 받은 보수 일부를 모아 여타 사람과 균등분배를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일까? 결론적으로는 위법하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다.

 

‘2019년도 교육공무원 성과상여금 지급 지침’에 성과상여금을 정산 받은 후 협의(모의)하여 재배분하거나 재배분 받는 행위를「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엄중히 조치하고, 받은 성과상여금 해당 금액을 징수하며, 적발 시점부터 1년의 범위에서 성과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명시되어 있다. 또한 지난 2016년 11월 24일 헌법재판소에서도 성과상여금 재분배 금지규정에 대해 합헌 결정(2015헌마1191, 2016헌마231)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전교조는 2019년에 전국 4천133개 학교에 9만 4천 978명의 교사가 균등분배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규정과 원칙대로 한다면 균등분배에 참여한 교사들은 모두 징계대상이지만, 실질적 징계는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다. 결국 법 따로 현실 따로인 것이 바로 성과급제다.

 

8월 퇴직자 성과급 지급, 가능할까?

2015년부터 기간제교사도 지급대상에 포함되었다. 그러나 8개월을 근무한 퇴직자는 미지급됐다. 성과급 지급기준일 현재 해당 기관에 소속된 공무원만 대상자이고 퇴직한 교원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이에 교총은 교육부와의 교섭·합의하고, 하윤수 회장이 나서 인사혁신처장·청와대·각 정당을 대상으로 활동을 전개함은 물론 국가인권위 차별시정위를 통해 개선을 촉구했다. 이에 국가인권위 차별시정위는 인사혁신처에 8월 퇴직 교원성과급 지급 권고 결정을 발표했다(2018. 12. 24). 이에 따라 지침의 조속한 개정과 2020년 8월 퇴직자부터 지급될 것이라 기대한다.

 

차등성과급 폐지, 안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성과연봉제 폐지’를 공약했고, 국정과제로 성과제도 개선을 약속했으니 학교현장에서는 차등성과급 폐지를 기대했으나 차등지급률 20% 하향에 머물러 있다.

 

그 이유는 여타 공무원과의 형평성을 내세운 인사혁신처의 강한 반대와 언론 등 국민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이해된다. 교원만 차등성과급을 폐지할 경우 차등폭 100%인 여타 공무원과의 형평성과 언론 등 일부 국민의 비판을 고려해 이행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공고한 껍질을 문재인 정부가 스스로 깨지 못하는 이상 차등성과급 폐지는 쉽지가 않을 전망이다.

 

 

사고의 발상을 바꿔야 차등성과급 폐지 가능하다

열심히 일하고 다른 이보다 성과를 내는 사람이 대우받는 세상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도 해야 한다. 그러나 성과급제는 교직사회를 S등급 교사와 A등급 교사·B등급 교사로 나눠 교육협치를 파괴하고, 다수에게 상실감과 패배감을 주는 제도다. 돈의 다소를 떠나 학교급별·직위별·교과별·업무별에 따라 다양한 변인이 있는데 고작 3등급으로 교육과 교사를 나누라는 것 자체가 비교육적이다. 무엇보다 그토록 많은 예산이 투여되는데 정작 받는 교원들이 웃기보다 인상을 쓰는 사업을 언제까지 해야 하나? 교총, 전교조 등 교직사회는 물론 시·도교육감협의회까지 모두 폐지와 개선을 요구하는데 19년 된 정책을 언제까지 방치해야 하나?

 

교직은 전문직이고 교사의 존재는 학생교육에 있다. 시행 20년이 되기 전에 정부는 국민의 귀한 세금으로 준 성과급 예산을 교사들의 전문성 향상과 사기진작에 투여하는 선순환 구조로 바꾸는 사고의 전환부터 시작해야 한다.

 

완전 폐지가 정답이지만 당장 어렵다면 90%는 균등지급해 교원연수비나 자기계발 비용으로 사용토록 하고 나머지 10%는 학교별 자율성을 부여해 지급방식과 기준을 정하여 지급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성과급 지급 때마다 논란과 갈등이 더 이상 안 되게 하는 것이야말로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 가장 먼저 해야 할 교육정책일 것이다.

김동석 한국교총 교권복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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