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한 모든 것이 이뤄지는 곳, 양화분교입니다!

2020.02.06 18:52:01

전북 봉동초 양화분교

지난해 교육부장관상 두 차례 수상
작은 학교의 단점을 특색으로 차별화
감성·힐링 프로그램으로 입소문 자자
“스트레스 사라지면 집중력 높아지죠”

 

전북 완주군에 있는 이곳에는 사계절 꽃이 핀다. 아이들이 시간 날 때마다 머무르는 텃밭에는 감자, 상추 등이 자란다. 수십 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봤을 은행나무 여섯 그루는 ‘밧줄놀이터’가 돼준다. 하모니카, 우쿨렐레, 기타… 악기 연주 소리, 친구들과 뉴스포츠를 즐기며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엄마, 더 놀고 싶어요. 늦게 데리러 오세요!” 학생들이 사랑하는 학교, 전북 봉동초 양화분교장(이하 양화분교)이다. 
 

양화분교는 지난해 교육부장관상을 두 차례나 수상했다. 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해 농·산촌 마을과 연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질 높은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장규선 양화분교장(교감)은 “장관상을 수상한 양소미·이해영 교사를 주축으로 모든 구성원이 학교를 열심히 가꾼 덕분”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양화분교의 교육 프로그램은 여느 도시 학교 못지않다. 예체능부터 영어, 중국어, 코딩까지 다채롭게 운영된다. 전교생이 기본적으로 사물놀이를 배우고 1·2학년은 하모니카, 3·4학년은 우쿨렐레, 5·6학년은 기타를 배운다. 동·서양 음악을 모두 섭렵하는 셈이다. 특히 사물놀이 실력은 각종 대회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정평이 나 있다. 

 

체력을 키우는 데도 소홀함이 없다. 1·2학년은 발레, 3·4·5·6학년은 검도를 배우고 체육수업은 전 학년 통합과정으로 운영한다. 입학하면 가장 먼저 자전거를 배운다. 집에 있는 자전거를 학교에 가져다 놓고, 교직원들의 도움으로 차근차근 배워나간다. 장 교감은 “모든 프로그램은 감성과 힐링에 초점을 맞춰 운영된다”며 “스트레스를 날리면 수업 집중도도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방과후 미술 수업도 단순히 그림 그리기에만 국한하지 않았어요. 이왕이면 스트레스도 풀고 학교 분위기도 바꿔보자, 했죠.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힘을 합쳐 벽화를 그렸습니다. 벽화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색감을 배우고 미적 감각을 높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눈높이를 높이고 아이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우리만의 방법인 셈이죠.”
 

학교 환경 개선에도 공을 들였다. 소규모 체육관과 돌봄교실, 급식실을 만들었다. 돌봄교실에는 책상을 없앴고 바닥 난방장치를 설치했다. 아이들이 언제든 편하게 쉴 수 있는 장소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놀이기구가 없어 아쉬워하는 학생들을 위한 ‘밧줄놀이터’도 만들었다. 아름드리 은행나무에 밧줄을 엮어 완성했다.

 

장 교감은 “교사들이 자진해서 ‘숲 놀이 연수’에 참가해 놀이터를 조성했다”며 “종만 치면 아이들이 뛰어나온다”고 귀띔했다. 
 

적은 예산에도 아낌없는 투자를 할 수 있었던 건 교사들의 열정 덕분이다. 교사들은 아이들을 위해 지역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 지원 사업에 계획서를 제출했다. 장 교감은 “이곳에 부임해 2년 동안 힘을 보태준 선생님들이 있어서 많은 것을 할 수 있었다”며 “이런 분들을 만난 건 우리 아이들의 복”이라고 했다. 
 

“한여름에는 돌봄교실에 에어컨을 켜도 무척 더웠어요. 현대자동차와 전북 생명의 숲에서 ‘우리 학교 초록 더하기 사업’을 공모했습니다. 덩굴 식물을 길러 에너지를 절약하고 친환경적인 교육 환경을 조성할 기회였고, 우리 분교가 선정됐어요. 작두콩, 여주, 수세미를 다 함께 심고 환경교육도 진행할 수 있었죠.”
 

양화분교 이야기는 지역에 소문이 자자하다. 소문을 듣고 인근에서 전학 오는 학생도 적지 않다. 교통이 불편해 매일 자녀의 등·하원에 나서야 하지만, 기꺼이 감수하는 학부모도 여럿이다. 현재 재학생 수는 31명이다. 장 교감은 “올해는 학생 자치활동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며 “모든 활동에 학생들을 참여시키고 원하는 것을 반영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자기주도적인 학습 능력과 토론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서다. 
 

“학교가 존재하는 이유는 교육입니다. 스트레스 때문에 공부를 시키지 않는다는 건 맞지 않아요. 아이들 스스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을 알려주면 됩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적성을 발견하고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는다면 집중할 수 있어요. 우리 아이들의 진가는 중학교에 가서 나온다고들 하더군요. 방향성을 잃지 않고 올바르게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게 학교의 역할입니다.”
 

분교 홈페이지에 쓰인 6학년 학생의 학교 소개 글이다.

 

‘선생님들의 응원과 격려 속에서 상상했던 모든 걸 거의 다 시도해 봤어요. 앞으로도 계속 도전할 거예요!’ 

김명교 기자 kmg8585@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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