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신중하지 못한 페이스북 댓글에 전국 교원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한국교총·서울교총 등 각 교원단체에서는 조 교육감의 일탈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성명 발표, 항의 방문, 사과촉구서·요구서 접수 등으로 대응했다.
일선 교원의 분노와 성토도 심화·확산하고 있다. 시교육청 홈페이지에 조 교육감의 해명을 요구하는 ‘시민청원’이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조 교육감 사퇴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교권침해와 명예훼손까지 거론되고 있다. 교원들의 거센 반발과 논란이 일자 조 교육감은 본의가 왜곡된 오해라며 사과했으나 파문은 일파만파로 계속 일고 있다.
위로와 격려는 못 할망정…
최근 조 교육감은 코로나19 대란으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방과후 학교 강사, 조리사 등 비정규직 근로자의 급여 문제로 고민하는 과정에서, 페이스북에 ‘학교에는 일 안 하고 월급 받는 그룹과 일 안 하고 월급 못 받는 그룹 등 두 그룹이 있다’고 게재했다. 대상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행간의 함의는 방학 중 월급 못 받는 그룹은 공무직, 월급 받는 그룹은 교사로 유추할 수 있다. 학교 구성원을 교원 대 비교원으로 편 가르기 하고, 전국의 교원을 방학 중 놀고먹는 공공의 적으로 비하한 부적절한 표현이다.
교육감은 교육·학예를 관장하는 지역 교육의 최고 책임자다. 당연히 교육감은 교원의 자긍심과 사기 진작에 앞장서야 한다. 교단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언사를 해서도 안 된다. 그런데도 에둘러 교원을 ‘일 안 하고 월급 받는 그룹’으로 표현해 자부심과 긍지, 사기 저하를 넘어 큰 마음의 상처를 줬다. 일부 교원은 보통교육을 담당해 보지 않은 조 교육감의 평소 교육관·철학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힐난하고 있다.
서울교육은 대한민국 교육의 중심이다. 서울시교육감은 수도의 교육을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다. 이런 수장이 교원의 자긍심을 저하시키고, 학교 구성원을 편 가르기 하는 등 그릇된 행정과 망발을 할수록 교육 불신·혐오를 가중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현재 교원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3차에 걸친 개학 연기로 학생들을 만나지 못한 교원들은 긴급 돌봄, 공문 수행, 방역 활동, 새 학기 교재연구, 자료 매체 제작, 학생 관리 등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신학기에 새로 담임을 맡았지만, 아직 대면도 못 한 상태에서 학생들에게 전화, 메일, 카톡 등으로 EBS 시청, 온라인 클래스 운영, 자율학습 지도, 과제 첨삭, 자체 동영상 제작 제공, 건강과 안전 상담, 자율연수 활동 등으로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학교 여건에 따라 매일 출근하는 교원도 많다. 코로나19 대란을 맞아 더 굳은 각오로 학교와 학생들에게 헌신·희생하는 교원에게 위로와 격려는 못 할망정 폄훼해서는 안 된다. 또 교원이 수업에 지장이 없는 한도 내에서 수행하는 교육공무원법 제41조 근무지 외 연수를 매도해서도 안 된다. 자율연수는 노는 것이 아니다.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 필요
전 세계가 코로나19 대란으로 정상적 시스템이 마비된 위중한 지경에 빠져 있다. 국내도 국민의 일상이 뒤엉켜 있으며 민생이 무너졌다. 총 5주가 연기된 개학으로 각급 학교는 추후 교육과정·학사 운영에 큰 애로가 예상된다. 이러한 때에 교육과 교원을 폄훼하는 언행은 금물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이다.
한편, 최근 페이스북, 카톡 등 SNS가 활발한 일상적 소통 도구로 자리 잡았다. 불특정 다수와 공유·소통하는 시스템은 사회 공기(公器)로서 영향력이 지대하다. 따라서 내용을 올릴 때 심사숙고해 정제된 표현을 써야 한다. 감정을 절제하고 사실에 근거해 논리적으로 신중하게 기술해야 한다.
조 교육감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전 교원, 국민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