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걸린 에듀테크, 미래교육 판도 바꾼다

2020.06.05 10:30:00

코로나 19는 우리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다. 사상 초유의 개학연기에 이어 온라인 개학과 원격수업까지 얼마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일이 현실이 됐다. 코로나19는 이제 우리 사회 전반에 상수로 자리잡았다. 원하든 원치 않든 우리는 불가피한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교육도 예외는 아니다. 온라인 수업이 정착된 이후부터 학교 교육에 빠른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수업을 일상적으로 활용하게 되면, 학생들은 학교라는 제한된 물리적 공간을 넘어서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수업을 들으며 공부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될 것이다. 달리 말하면 학교라는 공간에 대한 인식을 더 이상 오프라인에 집합하는 공간으로만 국한하지 않게 될 것이다.

 

교사에게도 인식 변화를 가져오게 할 것이다. 여러 가지 방식의 온라인 교육 기법에 대해 연구하고 적합한 방식의 교육 콘텐츠를 활용하여 학습자와 피드백 수업하는 교수학습모형을 적용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될 것이다. 이는 이번 온라인 개학 경험을 통해 이미 겼었지만 앞으로도 대비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될 것이다.

 

사회에서는 지식 내용 보다는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과 문제 해결하는 능력을 보다 중요시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교과’ 구분은 약화되고 여러 교과 지식을 융복합적으로 문제해결에 사용하는 실용성을 좀 더 중시하게 될 것이다.

 

교수-학습방법도 마찬가지다. 교육과정은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받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등의 분과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실용적이고 융합적인 프로젝트 경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 줄 수 있도록 재편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다시 말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학교 교육은 기존의 ‘지식 내용 습득’에서 ‘문제해결 능력’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호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교육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짚어본다. 교사의 역할부터, 교육환경의 변화, 교육과정의 변화, 그리고 교실 수업의 새로운 변화를 현장교사와 전문가들의 다양한 관점으로 접근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초·중등학교의 개학이 수차례 연기되었고,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이루어졌다. 이번 온라인 개학을 통한 원격수업은 역사상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대규모의 교육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교육 전문가들이 필요성을 제기해왔던 컴퓨터 활용 교육,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 등이 코로나 사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시행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대학을 포함하여 초·중등학교에서 혼란과 어려움을 겪는 것은 당연하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어쩌다 온라인 교육’의 시대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디지털 격차(Digital Davide)로 인해 학습 결손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반의 지원을 하는 것이다. 또한, 학생과 학부모들이 원격수업의 결과에 대한 평가와 관련하여 공정성과 형평성에 불만이 없도록 시험에 대한 정부 당국의 철저한 관리가 요구된다.

 

아직은 코로나의 심각성이 지속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진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모인 온라인 교육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코로나 이후에 사라지게 될 것이 우려된다. 이러한 국민적 관심을 인공지능 시대 교육혁신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교육 분야는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 중요한 분야 중의 하나이다. 에듀테크로 일컬어지는 온라인 교육혁명이 이미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인공지능의 교육적 활용은 한 명의 교사가 많은 학생을 대상으로 단방향 강의를 진행하는 근대식 학교 교육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최적의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근대식 학교 교육 시스템의 문제점

원격교육이 시행되면서 학부모들 사이에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원격교육을 경험해보니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사이에 소통과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학생의 학습 경험과 학습 속도에 맞춘 학습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원격교육의 문제라기보다는 학교 교육 시스템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라고 해석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근대식 학교 제도는 상당히 효율적인 시스템을 통해 산업사회의 인력을 양성해 내는데 성과를 이루어 왔다. 특히 해방 이후 우리나라는 근대화 과정에서 세계가 주목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교육의 양적 성장을 이룩하였다. 많은 학생을 효율적으로 가르치기 위한 교육 제도인 학교 시스템은 2차 산업혁명의 대량생산 시스템(mass production system)과 닮은 대량교육 시스템(mass education system)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차 산업혁명의 산물인 표준화, 전문화, 관료제, 컨베이어 벨트를 통한 분업 등의 방식이 그대로 담겨 있는 학교 제도는 여러 가지 문제를 노정해 왔다.

 

학생들은 제각기 고유한 소질과 적성을 갖고 있으며 다양한 경험에 의해 학습의 결과가 체화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제도는 이러한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하고 있다. 학년제(school ladder system)의 기본적인 운영 방식은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와 같은 원리라고 할 수 있는데 실제 운영과정에서 개별 학생의 학습 성과에 대한 관리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국가 교육과정은 학년제에 기반하고 있는데 학년별로 학습해야 할 내용의 분량은 표준화되어 있으며 학생들의 학습과 무관하게 진도라는 형태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평가는 교육적 성장의 목적보다는 사회적 선별(screening)의 목적이 더 앞서고 있으며 그 대표적인 형태가 집단 내 서열을 매기는 상대평가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의 시설과 구조는 학습자의 자유로운 학습을 위한 기능보다는 효율적인 관리 위주로 설계되어 있으며 전국적으로 거의 동일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학교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세계적으로 지속되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개혁의 시도를 Tyack&Cuban(1995)은 ‘유토피아를 향한 어설픈 땜질(tinkering toward utopia)’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많은 교육개혁이 이루어져 왔으나 학교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우리나라 교육개혁의 실패 원인을 ‘부분 최적화 전략의 한계’로 지적할 수 있다. 학교 시스템은 하위 시스템 사이에 유기적인 연계를 갖고 있는데 이러한 시스템 간의 연계를 고려하지 않고 하위 시스템별로 최적화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전체 학교 시스템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새로운 학교 시스템을 디자인해야 할 시점이다.

 

 

인공지능 시대 에듀테크를 활용한 창의적 학습 지원 방안

코로나19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맞이한 온라인 교육의 경험을 활용하여 미래교육을 구현하는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하여 교육 분야에서 핵심이 되는 키워드는 학생 맞춤형 교육 지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의 교육적 활용(AI in Education)’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논의할 수 있다. 인공지능 시대에 무엇을 가르쳐야 할 것인지와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에 대한 것이다. 어떻게(How) 가르쳐야 하는 문제는 다양한 인공지능 기술을 교수와 학습활동에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무엇(What)을 가르쳐야 할 것인가와 관련하여 국가 교육과정의 개편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학생이 학습을 보다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 기술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교과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지식과 정보를 모두 암기하도록 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의 문제는 에듀테크의 활용으로 귀결된다고 할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에듀테크를 활용하면 학생의 학습 이력과 학습속도에 맞추어 학습의 목표를 설정하고 과정을 안내해주는 적응적 학습(Adaptive learning)이 가능하게 된다. 해외에서는 대학의 연구소, 민간 기업 등이 협력하여 적응적 학습이 가능한 지능형 학습 시스템(ITS: Intelligent Tutoring System)을 개발하여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많은 학교에서 민간의 ITS를 구입하여 학생들에게 무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교사는 ITS를 활용하여 학생별로 개별화된 진도를 나갈 수 있고, 학생들이 참여하는 문제해결형 프로젝트 수업 등의 창의적 교육 활동을 할 수 있다. 학생은 학습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 언제든지 ITS를 활용하여 보충학습을 할 수 있다.

 

이제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여 교육의 혁신을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는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활용한 창의적 교실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창의적 교육이 가능하도록 미래 교육을 위한 시설부터 마련해야 한다. 또한, 첨단 교실을 활용하여 수업을 혁신할 교원의 창의적 교육 역량을 계발해야 하며,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창의적 ‘교수-학습-평가 시스템’도 개발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코로나 대응에 대해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제 온 국민의 힘을 모아 코로나를 극복하고 나면, 대한민국은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혁신으로 세계를 선도해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정부의 혁신적 투자를 바탕으로 대학 연구소, 국책연구기관, 민간 에듀테크 기업이 모두 힘을 모아서 미래 교육의 비전을 함께 실현시켜 나가야 한다. 한국형 에듀테크인 ‘K-에듀’가 세계를 선도해 나가는 미래를 기대한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수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