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재택근무, 원격수업, 비대면 서비스 등 언택트 문화가 새로운 생활양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평소 출퇴근이나 등·하교 시 걷는 게 운동의 전부였던 직장인 및 학생들은 이제 그마저도 어렵게 됐다. 운동량 감소는 자연스럽게 근력 부족으로 이어져, 시간이 흐를수록 허리 통증이나 기타 체력 저하 등을 유발한다.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면 손쉽게 떠올리는 해결책이 바로 건강식품 복용이다. 면역력 향상, 영양 및 체력보충에 효과가 뛰어나기로 알려진 한약재라면 뭐니 뭐니 해도 인삼(人蔘)일 것이다. 그러나 인삼은 열이 많은 사람에게는 맞지 않는 등 어느 정도 체질을 타는 약재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신체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영양과 체력보충 측면에서 인삼과 유사한 효과가 있으면서도 체질을 크게 타지 않는 약재가 있다. 이번 호에는 한약재 중 특히 아미노산 영양소가 풍부해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당삼(黨參)’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인삼의 그늘에 가려진 재야의 고수
당삼(黨參, 또는 만삼)은 초롱꽃과(Campanulaceae) 식물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도라지, 더덕 등과 같이 꽃이 초롱 모양으로 피는 식물의 소속이다. 만삼, 소화당삼(素花黨參) 또는 천당삼(川黨參)의 뿌리를 한약재로 사용한다.
한약재 중에서 ‘삼’하면 가장 먼저 인삼을 떠올릴 것이다.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한약재인 당삼은 사실 역사적으로 인삼과 깊이 연결돼 있다. 중국 명(明)나라 시대 이전까지 당삼의 이름에 대한 기록은 따로 없었으나, 당시 인삼의 형태에 대한 기록을 보면 지금의 당삼과 일치한다. 또 다른 자료에 따르면 뿌리는 당삼으로 지상 부위는 인삼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학자들은 아마도 당시의 인삼과 당삼은 모두 중국의 상당(上黨)지역에서 나는 인삼이라 해서 상당인삼(上黨人蔘)으로 불리며 함께 사용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후 상당인삼은 청(淸)나라 시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인삼과 분리돼 당삼으로 정리됐다. 당시 기록된 당삼의 식물 그림을 보면 인삼과 당삼을 확실히 구별하게 됐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당삼은 인삼과 혼용돼 온 만큼 효능효과가 인삼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전통적으로 소화기를 튼튼하게 해 기운을 더하는 데 주로 사용돼 왔으며 비위허약, 식욕부진, 설사, 사지무력감, 정신 불안, 피로 등에 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인삼이 체질에 잘 맞지 않거나 고가의 인삼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인삼 대용으로도 사용되기도 했다.
근육에 좋은 아미노산 인삼만큼 풍부
당삼의 주요성분으로는 사포닌, 다당류, 비타민 등이 있으며, 특히 근육의 주요한 구성요소인 필수아미노산이 인삼만큼 풍부하다. 필수아미노산은 단백질의 기본 구성단위로 체내에서 만들어지지 않거나 아주 소량 만들어지므로 반드시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 한다. 당삼에는 발린(valine), 루신(leucine), 아이소루이신(isoleucine), 메티오닌(methionine), 트레오닌(threonine), 라이신(lysine), 페닐알라닌(phenylalanine) 등 필수아미노산 7종이 포함돼 있으며, 이외에도 아스파트산(aspartic acid), 아르지닌(arginine) 등 10종의 아미노산이 들어 있다. 특히 아르지닌과 아스파트산은 인체 내 독성성분인 암모니아를 해독하거나 세포 에너지를 생성하는 과정에 반드시 필요하다.
당삼에 들어있는 필수아미노산은 WHO에서 제시하는 필수아미노산의 비율과 유사하다. 최근 건강을 위해 채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당삼은 이들에게 충분한 영양공급원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당삼의 풍부한 아미노산 함량은 대표적인 단백질 공급원인 곡류, 콩, 쇠고기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게다가 당삼은 육류의 아미노산 비율과 달라서 육류와 함께 섭취한다면 더욱 균형 잡힌 아미노산을 섭취할 수 있다. 지금까지 여름철 보양식인 삼계탕에 주로 황기와 인삼을 넣어왔다면 이번에는 당삼을 넣은 삼계탕은 어떨까. 색다른 맛과 향뿐만 아니라, 균형 잡힌 아미노산 섭취까지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려보길 권한다.
생장년수보다는 산지가 더 중요
인삼은 흔히 4년근이 좋다거나 6년근이 좋다는 등 생장년수가 길수록 양품이라는 인식이 있어 더불어 가격도 비싸진다. 그렇다면 당삼도 생장년수가 긴 것이 좋을까? 여러 측면이 있겠지만 총 아미노산 함량을 따져보자면, 당삼의 생장년수와 총 아미노산 함량은 별개라고 할 수 있다. 당삼은 대략 2~3년생만 돼도 4년생의 총 아미노산 함량과 큰 차이가 없다. 따라서 당삼은 2~3년생으로도 충분히 효과적이다. 또 당삼의 주산지였던 상당지역(현재 중국의 산시성(山西省)안에 있는 시)에서 생산된 것의 총 아미노산 함량이 높은 편이므로 다년생보다는 산지가 더 중요한 조건이라 할 수 있다.
당삼은 현재 국산과 중국산이 모두 유통된다. 우리나라 자생종인 당삼은 강원도, 전라북도, 충청남·북도 등지에서 생산되며 국산 당삼은 가격이 100g당 4만 원 이상으로, 인삼보다 더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중국산 당삼의 장점이라면 구하기 쉽고 경제성이 있어서 가격이 국산 당삼의 1/10수준인 100g당 5000원 내외다. 또 당삼의 아미노산 관련 연구가 우리나라보다 활발히 돼 있다.
혹시라도 중국산 한약재에 대한 우려나 편견이 있다면, ‘대한민국약전’과 ‘대한민국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이라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시한 공인 품질기준을 충족하는 정품 한약재(한약규격품)인 ‘당삼 규격품’을 구매할 것을 추천한다. 재래시장에서는 같은 식물 소속인 도라지 및 더덕이 당삼과 유사하게 생겨 당삼으로 잘못 유통되기도 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한방 약국을 방문해 한약의 전문가인 한약사와 상담 후 안전하고 유효성이 확보된 ‘당삼 규격품’ 구매를 권한다. 김성용 대한한약사회 학술위원장
당삼차 달이는 방법
당삼의 1회 복용량은 통상 60kg 성인을 기준으로 4~15g이 적절하다. 개인에 따라 양을 조절할 수 있다. 당삼은 질이 단단한 약재이므로 분쇄 시 먼지, 소음 및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필요한 재료: 당삼 50g(10회 복용량이며, 개인에 맞게 조절 가능), 물 1200mL, 가정용 분쇄기, 요리용 망 또는 다시백
1. 당삼을 준비해 간단히 세척한 뒤 가루로 분쇄해 요리용 망 또는 다시백에 넣는다. 당삼은 가정용 분쇄기로는 곱게 갈리지 않으므로 너무 무리하여 분쇄하지 않도록 한다.
2. 물 1200mL에 당삼이 담긴 망을 넣고 처음에는 센 불로 끓이다가 물이 끓으면, 중간 불로 줄여 30분~1시간 정도 더 졸여준다. 당삼에는 사포닌이 함유돼 계속 센 불로 끓일 경우 거품이 많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당삼 가루가 수분과 접촉하면 약간의 점성이 생기면서 뭉칠 수 있으므로 중간중간 저어서 풀어주면 좋다.
3. 당삼을 달인 물이 1L 정도로 졸여지면 상온에서 식힌 뒤 당삼이 담긴 망을 건져내 버린다. 약액을 요리용 망 또는 다시백을 사용해 한 번 더 찌꺼기를 거르고 맑은 약액만 남도록 한다.
4. 당삼을 달인 약액은 빛을 차단하는 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한다. 1회 복용량은 100cc정도(당삼 약 5g에 해당하는 양)로 하루 1~2회 따뜻하게 데워 복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