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교사 탐구 보고서] 02 유튜브 하는 선생님

2020.10.06 10:30:00

2019년은 교원의 유튜브 활동과 관련하여 참 많이도 설왕설래했던 해였다. 겸직허가가 되느냐 마느냐, 권장한다 제한한다 말도 많고 뉴스도 많았다. 2018년에는 초등교사가 랩을 하는 영상으로 수익 창출을 하고 있으므로 징계를 요청한다는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교사의 유튜브 활동은 공무원이라는 특성과 교사에게 특히 더 요구되는 도덕성 등 직업적 책무성 때문에 늘 논란이 따라다녔다. 결국 교육부는 2019년 7월에 교원의 유튜브 활동 복무지침을 발표하며 쌤튜버(선생님+유튜버)의 존재를 인정하고 교사의 교육적 유튜브 활동을 장려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쌤튜버, 얼마나 많을까

그로부터 일 년이 지난 지금, 유튜브를 하는 교사들에 대한 시선은 다양하다. 특히 유튜브를 하는 교사 중에는 2030 교사들이 많은 만큼 ‘변화에 잘 적응하고 기술을 활용할 줄 안다’는 시선이 있는 반면, 정작 영상제작에 신경 쓰느라 교사로서 해야 할 일은 하지 않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코로나로 인해 사상 초유의 온라인개학이 이뤄지면서 유튜브를 에듀테크 환경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늘었고, 그에 따라 교원의 유튜브 활동에 대한 시선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추세이다. 그러나 여전히 유튜브를 하지 않거나 유튜브라는 문화적 현상에 익숙하지 않은 교사와 학부모도 많아, 쌤튜버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교육부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4월 기준, 유튜브를 하는 교사의 수는 국·공·사립, 초·중·고교 교사를 통틀어 934명이었다. 구독자 1,000명, 재생시간 4,000시간이 넘으면 영상에 광고를 삽입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기고, 교사 유튜버는 광고게시 조건 달성 시점부터 겸직허가를 받아야 한다. 1,000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수는 초등 55개 채널, 중등 40개 채널이었다. 그중 1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수는 초등 9개, 중등 6개였다. 올해 온라인개학으로 유튜브 활동을 시작한 교사들이 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훨씬 더 많은 수가 현재 활동 중이리라 예상된다.

 

쌤튜버로 살아보니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구독자 3,600여 명의 유튜브 채널 운영자이다. 유튜브를 처음 시작했던 건 2011년이었다. 학급 학생들과 학교폭력예방을 위한 영상제작 캠페인에 참여하기 위해 채널을 개설하였고, 그 후 거꾸로수업을 위해 학생들에게 보여줄 영상게시용으로 유튜브를 활용했다. 유튜브 영상은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개영상, 링크주소를 아는 사람들만 볼 수 있는 미등록영상과 아무도 볼 수 없는 비공개영상으로 구분하여 게시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반 학생들에게만 보여줄 영상을 업로드하고 학급밴드에 링크를 공유하여 수업에 활용하기 편리했다. 유튜브는 별도의 회원가입이나 로그인을 하지 않아도 영상시청을 할 수 있어 학부모나 학생들이 영상시청을 위해 넘어야 할 장벽도 낮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적합한 영상을 취사선택하는 판단능력뿐만 아니라 직접 영상을 제작하여 표현과 소통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능력도 포함한다. 교사가 영상을 기획하고 편집하고 업로드할 수 있으며 그 영상을 오픈하여 다수의 사람과 온라인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은 학생들에게 모델의 역할뿐만 아니라 경험의 폭을 넓혀주는 자원이 된다는 점에서 교육적 효과가 있다. 유튜브는 이제 단순한 영상플랫폼이 아니다. 하나의 문화가 되었고, 문화를 창조해내는 크리에이터들의 판이 되었다. 크리에이터 교사에게서 아이들은 크리에이터로 사는 모습을 배운다.

 

요즘은 기획·촬영·편집·업로드까지 모든 과정이 스마트폰 하나로 다 가능하다. 프리미어프로(PremierePro) 같은 PC용 영상편집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배워서 활용하는 사람도 많지만, 필자의 경우에는 동영상편집앱을 사용한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상을 스마트폰으로 편집하고 바로 유튜브에 업로드한다. 자막과 배경음악까지 넣어 몇 분짜리 영상 하나를 만드는 데는 실제로 5분도 안 걸릴 때도 있다. 이런 기술적 변화도 스마트폰에 익숙한 젊은 세대 교사들이 유튜브를 쉽게 시작하는 바탕이 되고 있다. 동영상편집앱들은 작은 화면 안에서 손가락으로만 해야 하는 만큼 매우 직관적으로 만들어져 있어 쉽게 배우고 적응할 수 있다. 학생들과 함께 쓰기도 편하다는 뜻이다.

 

 

그들이 유튜브를 하는 이유

2030 교사들이 유튜브를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단순히 수업을 위한 영상게시용으로 유튜브를 하기도 하지만, 자신만의 브랜드구축을 위해 유튜브를 의도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유튜브는 채널만의 특성과 영상 업로드의 연속성이 있어야 구독자를 모을 수 있다. 교사 유튜버가 운영하는 채널은 교직 관련 전문성을 담은 정보 채널이 많다. 자신의 특기와 전문성이 담긴 영상이 쌓이면 쌓일수록 유튜브 채널이 교사의 브랜드가 된다.

 

영상을 업로드하면 구독자에게 새로운 영상 업로드 알림이 간다. 알림을 받은 구독자들은 즉시 또는 이후에 그 유튜버의 영상을 연속시청할 확률이 높다. 이는 자신의 채널을 구독하는 사람들에게 인플루언서가 됨을 의미한다. 이렇게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자기만의 브랜드와 영향력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유튜브 광고를 통해 수익 창출을 하려고 활동하는 교사 유튜버들도 있다. 구독자 2,000여 명을 보유한 교사 유튜버 C는 광고수익으로 소득 파이프라인을 만들기 위해 유튜브를 시작했고 광고 게시 최소 요건에 도달하자마자 겸직허가를 받아 광고수익을 얻고 있다. 유튜브는 구독자 3만 명 이상인 유튜버에게 채널 멤버십 서비스를 출시할 권한을 준다. 실제로 많은 유튜버가 구독자를 대상으로 채널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한다. 채널 멤버십은 후원금 차원으로 구독자가 일정 요금을 내면 유튜버가 제공하는 그 채널만의 배지와 콘텐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이는 해당 유튜버를 중심으로 결성된 커뮤니티가 더 단단해지게 하고, 유튜버에게는 수익 창출을 더 쉽게 하는 인프라를 구축해준다.

 

2030 교사 중에는 경제적 자유와 조기퇴직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며 블로그와 유튜브를 운영하는 교사들이 있다. 그들에게는 유튜버로서 겸직허가를 당당하게 받고 추가적인 수익을 창출한다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생산해낸 콘텐츠에 대해 정당하게 받는 경제적 대가는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게 하므로 선순환 작용을 한다는 인식이 젊은 교사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 브랜딩과 수익 창출과 상관없이 영상으로 학생·학부모와 소통하기 위해 유튜브를 활용하는 교사들도 당연히 있다.

 

교사가 도대체 브이로그를 왜 찍느냐고 물으신다면

교사의 유튜브 활동 중에서 특히 우려를 낳는 것은 바로 브이로그이다. 브이로그(Vlog, 비디오(Video)와 블로그(Blog)의 합성어)는 일상생활을 영상으로 남기는 기록을 말한다. 공무원 브이로그, 직장인 브이로그 등 직업관련 브이로그가 많다. 교사 브이로그 역시 유튜브 검색창에 쳐보면 검색 결과가 끝도 없이 나온다. 교실 브이로그 영상에 학생 얼굴이 노출된다, 업무환경이 노출된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조회수를 몇만 단위까지 달성한 교사 브이로그도 많은 현실을 보면 교사의 학교생활, 일상생활에 대한 관심도 높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댓글 중에는 교사가 업무시간에 브이로그 찍고 있다며 비난하는 내용도 종종 보인다. 그럼에도 브이로그를 찍어 올리는 교사들에게 브이로그란 무슨 의미일까?

 

브이로그를 정기적으로 업로드하고 있는 교사 N은 개인적인 일상을 공유하며 댓글과 좋아요를 통해 구독자들의 공감을 얻는 과정을 좋아한다. 또 교사로서 자신의 일과를 찍은 영상이 누군가에게는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규교사 H도 브이로그를 하고 있다. 그러나 H는 교사라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 브이로그를 업로드한다. 자신이 교사라는 사실이 공개되면 그로 인해 따라올 시선과 기준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라고. H는 잔잔한 편집기술로 담아내는 영상이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또 다른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영상으로 찍은 것을 개인적으로 보관하면 되지, 왜 유튜브에 올리느냐는 질문이 따라올 수 있다. 이에 대해 H는 주변 사람들이 자기를 기억하고 싶을 때 볼 수 있는 영상을 남기고 싶어 유튜브에 올린다고 답했다.

 

필자는 브이로그를 올리지 않는데 종종 구독자에게 브이로그 업로드 요청을 받는다. 일상을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하다는 요청을 받다 보면 구독자의 입장에서는 채널 운영자의 일상을 엿보며 더 가까워지고 소통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느낄 때가 있다. 실제로 많은 유튜버가 구독자와 소통하는 채널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브이로그를 적극 활용한다.

 

한 심리학 전문가는 브이로그를 찍어 올리고 남의 브이로그를 보는 행위가 관계의 결핍에서 오는 외로움을 채우기 위한 행동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구독자에게 브이로그 요청을 받은 필자의 경험이나, 브이로그를 하는 교사들의 입장을 보면 브이로그가 시청자와 유튜버 사이에 정서적 만족감을 제공하는 측면이 있음은 확실하다. 브이로그든 교육 전문 콘텐츠 영상이든, 유튜브를 하는 교사들의 생각과 행동에는 사회의 변화가 담겨있다.

송은주 서울언주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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