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도 쉬는 시간] 우리에게 필요한 건, 꾸준함

2020.09.24 15:02:28

“선생님, 책은 언제 쓰세요?”

    

책 쓰는 일을 궁금해하시는 선생님들이 종종 묻고는 하세요. 학교 일도 바쁜데 책은 어떻게 시간을 따로 내서 쓰는지 궁금해하시거든요.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생각이 들어요. ‘시간을 짜내는 노하우가 혹시 따로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노하우가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또다시 생각해 보면 하루는 누구나 24시간인데 그런 노하우가 없을 것 같기도 해요. 알쏭달쏭하죠. 
    

많은 분이 책을 쓰고 싶어 하고, 자신만의 콘텐츠를 세상에 내놓고 싶어 하세요. 누구나 꿈꾸는 삶이에요. 책을 쓰고 강연을 하고, 강연하면서 콘텐츠를 재생산해서 새로운 책을 선보이는 선순환. 그런 선순환을 이루어낸다면 우리의 삶도 그렇게 팍팍하지는 않을 거예요. 어떤 것을 경험하든, 그것을 나만의 시각으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줄 수 있다면 힘든 일도 이겨낼 수 있는 동기를 가지게 되니까요. 그것이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가지는 삶의 무기에요.

 

다만, 콘텐츠를 만들 힘을 가지게 되기 전까지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극복하는 과정을 거쳐야 해요. 회식, 정주행하고 싶은 드라마,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시간. 그 밖에도 ‘내 시간’을 방해하는 여러 가지 일들과 씨름하기. 책을 쓰고 싶어 하는 분들을 가로막는 장애물이에요.
    

개인적으로 그런 장애물을 잘 극복하고 싶지만 쉽지 않더군요. 어떻게 사람이 일만 하고 살 수 있을까요? 학교 일도 일이고, 책을 쓰는 것도 일인데 말이지요. 그래서 열심히 책만 쓰고 싶지만 조금씩 하고 싶은 것도 하면서 살고 있어요. 코로나19 상황 전에는 종종 회식도 했고, 드라마도 가끔 정주행해요. 스마트폰도 만지작거리면서 뉴스를 검색하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1~2시간 정도는 꼭 책에 들어갈 원고를 쓰거나 업데이트가 필요한 내용은 책을 통해 공부하면서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그래야 1~2년에 한 권 정도 책을 낼 수 있거든요. 매년 한 권이면 좋겠지만, 직장생활하면서 그렇게까지는 하기 힘드니까 2년에 한 권도 ‘괜찮다’라는 생각을 가지면서요. 
    

‘누구나 쓸 수 있지만 아무나 쓸 수 없다.’ 책 쓰기의 세계에서는 꽤 유명한 말이에요. 책을 쓰는데, 콘텐츠를 만드는 데는 자격증이 필요 없어요. 말 그대로 누구나 쓸 수 있지요. 누구나 책을 쓰는 기회는 열려 있어요. 마음만 먹는다면요. 하지만, 그 기회를 내 것으로 만들려면 ‘아무나’가 되지는 말아야 해요. 시간을 쓰는 데 있어서 ‘내 시간’을 확보하고 그런 시간을 통해서 자신만의 콘텐츠를 갈고 닦아야 하니까요. 
    

너무 크게 기대하지 마세요. ‘하루에 4~5시간 책을 쓰는데 할애하겠다’라는 커다란 목표를 가지면 쉽게 지치게 되니까요. 큰 목표를 세우면서 작심삼일 하는 것보다는 소박하고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워서 매일 성취감을 느끼며 자잘하게 달려나가는 태도가 필요해요. 어차피 우리는 각자의 직업을 가지고 있고, 전업 작가는 아니니까요. 자기 일을 해 나가면서 책까지 쓰려면 소박하게 하루하루 실행하는 것이 최선의 태도라는 것을 염두에 두셨으면 좋겠어요. 
    

큰 목표 대신에 이런 목표를 하나 가지면 어떨까요? ‘책 쓰기를 위해 하루 1페이지만 쓰겠다.’ 하루에 A4, 글자 크기 10포인트로 딱 한 페이지. 그 정도면 괜찮은 목표가 아닐까 싶어요. A4용지 100페이지 분량의 원고면 책 한 권을 만들 수 있거든요. 하루 1페이지를 1년 동안 꾸준히 써나갈 수 있다면 책을 3권 내고도 남는 분량이에요. 그래서 하루 1페이지라는 목표도 결코 작지 않은 셈이에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커다란 목표가 아니에요. 작은 목표를 실행하는 매일의 꾸준함이지요. 매일 꾸준할 수 있다면 우리의 작은 실행도 빛을 보는 날이 올 거예요. 

이진혁 경기 구룡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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