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죠”

2020.10.22 17:46:48

[교총인 교육인] 박임식 경북 도촌초 교장

지난 9월 새 부임지로 옮긴 후
한 달 만에 전체 교원이 가입
민주적인 학교 문화가 한 몫
교사의 꿈 펼칠 학교 만들고파

“교사가 마음 편하고 즐거워야
학생도 즐겁게 가르칠 수 있죠”

 

학교 곳곳에서 들리는 웃음소리에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젊은 교사들의 능력과 열정을 믿는단다. 교사들의 선택을 믿고 선배로서 해줄 수 있는 조언만 곁들여 일을 처리했더니, 늘 즐겁게 생활하더란다. 항상 열려있는 교장실은 ‘상담실’이라고 부른다. 의논할 일이 있으면 언제든 찾아오라는 메시지다. 교장은 관리자가 아닌 지원자라고 말한다. 민주적인 학교 문화 만들기는 교사와의 신뢰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다. 박임식 경북 도촌초 교장 이야기다. 
 

박 교장은 지난 9월, 소규모 학교인 도촌초로 부임했다. 이곳에서 근무한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전체 교원이 한 명도 빠짐없이 교총에 가입했다. 관리자의 권유에 못 이겨 교원단체에 가입한 게 아닌지 의심을 살 만한 상황. 지난 13일 전화로 만난 박 교장은 이런 질문에 유쾌하게 웃으면서 답했다. 
 

“요즘 선생님들은 우리 때랑 달라요. 무조건 가입하라고 하면 ‘꼰대’라는 소리 들어요.”
 

그는 부임하자마자 교사들에게 자신의 학교 운영철학을 설명했다. 교사들에게 바라는 건 마음 편하게 일하는 것뿐이었다. 교사들의 꿈을 펼칠 수 있는 학교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박 교장은 “학생들을 즐겁게 가르치려면 교사부터 즐거워야 한다”면서 “그래야 아이들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젊은 선생님들은 살아온 환경이 달라요. 가정환경이 다르고, 교육 환경도 다르죠. 사고방식이나 행동 양식, 생활방식이 우리 때와는 다를 수밖에요. 그 다름을 인정해야 합니다. 인정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들여다보면 그 진가가 보여요. ‘우리 때는 안 그랬어’라고 말하면 ‘꼰대’ ‘라떼’란 말 듣기 딱이에요.”
 

박 교장의 신념은 학교 경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학교 운영과 관련한 결정을 내릴 때 교사들의 의견을 우선했다. 운동회 등 학교 행사,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등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의 역할은 조언자. 교사들이 논의하다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 경험에 비춰 조언했다. 교사들은 직접 결정한 내용을 바탕으로 기분 좋게 업무를 진행했다. 교사들의 아이디어 덕분에 도촌초는 지역 학부모들 사이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학교’로 통한다. 시내에서 스쿨버스를 타고 등·하원 하는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전학 오는 학생이 적지 않다. 
 

업무 외적인 부분에서도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한 달에 한 번, 문화의 날에는 수업을 마친 교사들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게 했다. 지난 추석에는 고향에 가야 하는 교사들을 위해 교장이 당직을 자처했다. 교감은 시내버스터미널까지 교사들을 바래다줬다. 박 교장은 “농촌 지역에 있는 소규모 학교에서 근무하겠다고 자원한 교사들”이라며 “좋은 근무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교장의 몫”이라고 했다. 
 

“교직원들은 다 내 식구예요. 자기 식구는 자기가 챙겨야죠. 그래야 학교 운영도 수월해지고요. 그런 마음을 알아준 우리 선생님들에게 고맙습니다.”
 

교총의 존재를 알린 것도 이런 마음에서 비롯됐다. 교원의 권익을 위해 일하는 교원단체에 힘을 모아야 학교 교육 환경이 나아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교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교권 보호와 근무 여건 개선, 처우 개선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렸다. 부가적인 회원 복지 혜택과 행사, 연수 등에 대한 정보도 나눴다. 박 교장의 진심을 알고 있었던 교사들은 고민 없이 그 자리에서 가입하겠다고 말했다. 박 교장은 “젊은 선생님들은 앱을 설치해서 혜택을 금방 찾아보더라”면서 “젊고 유능한 선생님들을 교총 회원으로 영입해 뿌듯하다”고 귀띔했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합니다. 학교도 모든 구성원이 함께 가야 해요. 미래 세대를 키우는 교육도 같은 원리죠. 교사가 주축이 돼 직접 교육 계획을 수립하고 가르쳐야 교육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학교 상(像)이 ‘오고 싶고 머무르고 싶은 즐거운 학교’예요. 모두가 함께 그런 학교를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김명교 기자 kmg8585@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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