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교사 탐구 보고서] 04 그들이 성장하는 방법

2020.12.04 10:30:00

“교사로 살아야 할 날은 많고, 멈춰있고 싶지는 않다.” 2030 교사들 중 상당수가 고민한다. 무엇으로 나를 성장시킬까?

 

‘자기계발’의 새로운 관점

끊임없이 성과를 강조하는 사회에서 자기계발은 너무나 익숙하다. 더군다나 자기연찬의 의무가 있는 교사라면, 자기계발은 직업적 생명력과도 직결되는 숙명이다. 그런데 자기계발이라는 말만으로는 2030 교사들의 욕구를 설명하기에 조금 부족하다. 사실 ‘자기계발’은 자기 자신의 잠재력을 찾아 계발한다는 행위 자체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자기계발과 관련된 2030 교사들의 고민을 들어보거나 커뮤니티의 글을 보면 그들 중 상당수는 단순한 ‘계발’에 그치지 않고 어떤 결과를 기대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수업에 도움이 될 것, 금전적으로 추가 수익을 가져올 것, 경력에 도움이 될 것, 이직 또는 겸직에 도움이 될 것 등.

 

물론 계발과정 그 자체를 즐기자는 관점도 있다. 오히려 선배세대보다도 2030 교사들은 현재를 즐기자는 YOLO(You Only Live Once)의 관점을 충실히 실천하며 사는 편이다. 그들은 단순한 ‘계발’이라는 시작점 이후의 과정에서 스스로 충만함을 느낄 수 있는 ‘성장’을 원한다. 마치 자기계발이 삽으로 땅을 파기 시작한 것이라면, 그들에게 성장이란 나무를 심고 가꾸는 데서 오는 모든 희열과 즐거움, 노력과 그 이후에 받을 열매까지 포함한다. 그 열매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면서 경제적 이익과 명예를 가져다주면 더 좋다.

 

‘배워서 남 주는 사람’의 자기계발

3년 차 M 교사는 책을 쓰고 있다. 이 경력을 짧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경력이 능력을 말해주지는 못한다고 생각한다. 임용시험에 합격한 후부터 오랜 시간 자신의 관심사에 대해 블로그에 기록해 온 M 교사는 그 분야에서는 꽤 알려진 ‘네임드(named)’이다. 물론 SNS를 많이 활용하는 20~30대에게 알려져 있다. M 교사가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전문성이란 기존에 학교에서 인정받아 온 교사의 전문성과는 다른 관점의 전문성이다. 학교문화에서 인정받는 전문성은 보통 ‘1정 자격 이상의 경력과 교수학습·학급경영 노하우’이거나 직업 자체가 교육전문직으로 분류되는 능력이다.

 

지금까지 이어져 온 ‘전문성’과 다른 관점이라도, M 교사는 SNS를 통해 인정받고 있는 자신의 능력을 새로운 전문성의 영역으로 개척하고 있다. 자신이 쌓아온 이야기를 책으로도 내고, 강연도 하고 싶다.

 

M 교사와 같은 사례는 꽤 많다. 이미 경력에 상관없이 책을 내거나 유튜브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강연을 하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 필자가 <나는 87년생 초등교사입니다>를 출간한 후 블로그·인스타그램 등 각종 SNS를 통해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는 ‘어떻게 하면 책을 낼 수 있느냐’였다. 이 질문을 한 교사들은 모두 2030 교사들이었고, 경력 10년 미만이었으며, 자기계발 삼아 가볍게 시작한 콘텐츠들이 상당 시간 쌓여 그 콘텐츠에 관한 한 전문적인 책 한 권 낼 정도가 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성장욕구를 인정하고 어떤 일을 상당히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시작했을 뿐이다. 가끔 그것이 인정받는 즐거움을 느끼자 꽤 오랜 시간 갈고 닦게 되었고, 이제는 그 열매를 세상에 내어 나누고 싶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알고 있다. 교육계의 선배들이나 대단하다고 알려진 누군가가 알아주지는 않더라도 자기가 SNS에 기록해온 자기계발 과정을 알고 있는 팔로워들은 자신을 알아주리라는 것을.

 

그들에게 자기계발이란 자기가 즐거워서 시작한 것이지만, 꽤 지난할 수도 있는 노력의 과정을 각종 SNS를 통해 타인과 공유하는 여정이며, 결국에는 남에게 줄 수도 있을 만큼 발전한 결과물을 남기는 다큐멘터리다. 직접 그들의 공간을 찾아와, 그들의 노력과 양질의 콘텐츠가 쌓이는 과정을 지켜보며 지지해준 팔로워가 모여 생긴 일종의 ‘팬덤’은 보너스다.

 

상당수의 2030 교사들이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브런치 등 타인에게 공개되는 곳에 자신의 성장을 기록하기 때문에 팬덤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주 교류해서 친해진 블로그 이웃이나 팔로워가 있다. 2030 교사들의 자기계발은 ‘공개와 타인의 인정’으로 지속된다. SNS를 하지 않는 2030 교사들도 물론 있다. 그들에게도 자신의 자기계발 결과를 나눌 오프라인 팔로워들, 바로 아이들이 있다.

 

함께하는 성장

최근 2030 교사를 대상으로 새로운 형태의 온라인 플랫폼이 여럿 생겼다. 대표적인 것이 창작 콘텐츠 플랫폼이다. 이 형태는 기존에 이어져 온 자율연수나 동아리하고는 개념이 조금 다르다. 유명하지 않아도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 크리에이터가 프로젝트 리더로서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콘텐츠를 제공하고 이 콘텐츠를 소비하고 공유하고 싶은 교사들이 크루로서 참여하는 형태이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평범한 교사들의 자발적인 자율연수 모임’이다.

 

기존의 교사연수원은 유명한 강사 위주로 연수가 진행되었다. 유명 강사들은 일정 경력 이상의 교사이거나 전문성을 널리 인정받은 교사이고, 연수를 신청해서 수강하는 수강생들과 개인적인 소통은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새롭게 등장한 프로젝트 형태의 자율연수에서는 리더 크리에이터가 소수의 크루와 직접적으로 소통하며 콘텐츠 참여를 유도하고 리더의 밀착된 관리와 크루의 자발적인 참여로 프로젝트에서 공유한 콘텐츠가 완성된다.

 

이런 리더-크루 프로젝트형이 아니더라도 전문적학습공동체, 지역 연구회 등 전통적으로 이어져 온 교사 모임 역시 계속된다. 과거부터 있었던 인터넷 카페 형태를 벗어나 ‘밴드’, ‘오픈톡방’ 등 좀 더 간편하게 모바일로 참여하기 좋은 형태의 모임이 생기고 있는 현상 또한, 모여서 공유함으로써 함께 성장하는 힘을 2030 교사들이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온라인·모바일 기반 커뮤니티에는 새로운 모임들이 생기고 많은 정보와 경험이 오고 가며 서로의 성장을 지지한다.

 

이렇게 함께 하고, 지지받으며 자기계발을 이어오면서도 가끔씩 드는 회의가 있다. 열정과 에너지를 하얗게 불태운 후에 가끔씩 찾아드는 번아웃은 많은 이들의 고민이다. 자기계발 후에 따라오는 자기의 잠재력을 계발함과 동시에 성과도 있어야 할 것 같은 압박감. 심지어 자기계발조차도 자기 의지가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은 의심이 드는 순간들. 그들은 왜 끊임없이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등 떠밈’을 느끼는 것일까.

송은주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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