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초학력을 바라보는 교육감들의 이율배반

2021.01.18 09:26:00

2021년 연두 기자 회견을 통해 시·도교육감들은 앞다투어 기초학력 대책을 밝히고 있다. 여러 이유에서 학력의 문제가 생기고 있었던 사실을 생각하면 그 자체는 반길만한 일이다. 그런데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며, 마치 적폐인 양 폐지했던 교육감들인지라 지금의 이율배반적인 모습에 당황스럽다. 김상곤 전 교육부총리가 취임 후 가장 먼저 했던 것이, 전국단위의 학업 성취도평가를 며칠 앞둔 상태에서 폐기해버렸던 일이다. 인쇄까지 마쳤던 성취도평가 문제지를 어이없이 파기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제 와 외양간 고친다는 교육감들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 속에서 학력 신장이 절실함에도 우리 아이들의 학력이 저하되는 현실을 보며 학력 신장에 대한 학교 현장과 학부모들의 갈증은 컸다. 혁신학교의 설립을 반대하는 근거 역시 학력 저하에 있는 것만 보더라도 현재의 체제에 대한 불만이 얼마나 큰지를 쉽게 가늠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기본학력 신장’을 하겠다며 대단한 정책을 만든 것처럼 입장을 밝혔다. 그렇지만 학력에 대한 분석과 향상 방법에 대해서는 연구가 계속됐고, 노력도 있었다. 학력 관리에 관한 내용은 이미 법률에 명시돼 있다. 초중등교육법 제28조에는 학습부진아에 대한 실태조사와 예산 지원, 교재와 프로그램 개발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대단한 정책을 제시한 것처럼 내세울 것이 아니라 그동안 책임을 방기했다는 자성부터 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자신들의 대책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인 양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다양한 대응 전략 마련해야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모든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협력 강사를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뒤따르듯 인천시교육청 역시 보조강사 배치에 관한 내용을 발표했다. 교육과정평가원(KICE)의 연구를 기반으로 연구학교를 지정해 운영한 바가 있으며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분명 유의미한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학력에 대해 종합적이고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학력 부진의 원인이 다양하게 분석될 수 있는 만큼 획일적으로 보조강사를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대응 전략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코로나가 여전히 진행형인 상황에서는 온라인 교육을 개별화-구체화한 방향으로 교육청 차원에서 아이들을 지도해야 한다. 이런 아이디어는 학교 현장의 다양한 의견 수렴과정에서 나온다. 지금처럼 몇몇 의견만으로 정책을 만들 때 혈세가 낭비되고, 가성비 떨어지는 전시성 사업이 파편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력 진단평가를 실시한다고 한다. 1년 전, 이러한 정책은 일부 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어이없는 것은 교육감을 포함한 그들 역시 같은 소속이었고, 같은 정책 기조를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아이들의 학력 신장에 모든 역량을 맞춰야 할 때 자신들이 둔 자충수 때문에 갈피를 못 잡는 우를 범했다. 학교의 큰 역할 중 하나는 분명히 아이들의 잠재성을 끌어 올려줄 수 있는 학력 신장에 있다. 관념적이고 이념적인 접근이 아니라 합리적인 접근이 필요한 때다.

박정현 한국교육정책연구소, 인천 만수북중 교사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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