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서 공부한다”... 복도의 변신은 무죄

2021.04.05 10:30:00

21세기의 교육은 학생 개인의 학습요구를 중시하는 학습자 중심의 교육과정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고교학점제는 이런 변화를 가장 잘 반영하는 교육과정중심의 정책이며, 학교공간 재구조화를 통하여 고교학점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교수·학습방법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교육부에서는 2021년 2월 16일 ‘고교학점제 종합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학점제형 학교공간 조성’ 추진 방향을 제시하였다. 내용을 정리해 보면, ①첨단 교수·학습환경 구축을 지원하는 개방적인 공간, ②사용자 참여디자인을 중심으로 설계되는 자율적인 공간, ③다양한 교수·학습방법을 수용하는 유연한 공간, 마지막으로 ④개별학습과 협업학습을 수용하는 개별화 공간으로 분류할 수 있다. 개별학습·협업학습·ICT 학습도 교수·학습방법의 하나이므로 결과적으로 다양한 교수·학습방법을 수용할 수 있는 학교공간을 사용자 참여디자인 기반으로 조성하는 것이 고교학점제형 학교공간 재구조화의 핵심개념이라 할 수 있다.

 

 

다양한 교수·학습방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업시간에 활용되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교실과 근접할수록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으며, 공간 재구조화의 대상 공간과 교실과의 거리는 학교의 수업혁신에 대한 의지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림 1]은 호주의 Mount Lawley Senior 고등학교의 복도공간을 나타내고 있다. 2월호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복도는 단순한 이동을 위한 통로가 아닌 학습공간으로 활용된다. 특징적인 것은 Mount Lawley Senior 고등학교의 복도는 용도가 더욱 명확하다는 것이다. [그림 2]의 배치도에서 보듯이, 교실 4개의 중간중간에 위치한 공간은 메이커스페이스·개별학습 공간·협업학습 공간·휴식 공간으로 명확하게 구성되어 있다.

 

 

[그림 3]은 고교학점제를 시행하고 있는 핀란드의 Jarvenpaa 고등학교의 중앙 홀 모습이다. 사진의 1층은 식당 및 집회 용도로 사용되는 공간이며, 각층에 원형의 복도가 설치된 것을 볼 수 있다. [그림 4]는 복도의 모습을 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는데, 복도를 따라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공간들이 구성된 것을 볼 수 있다. 해당 공간들은 복도를 따라 연결되어 있는 교실에서 수업하는 학생들이 개별학습·협업학습·공강·휴식 등의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내의 사례들을 보면, 공간을 혁신한 사례들은 많지만 다양한 교수·학습방법과 연계된 공간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림 5]은 필자가 최근 퍼실리테이터로 참여하여 디자인한 원주 치악고등학교의 ‘고교학점제형 러닝센터’ 사례이다. ①이론 강의 공간, ②소인수 학습 공간, ③개별학습 공간, 공강 및 휴식시간에도 사용할 수 있는 ④토론학습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림 6]은 이론 강의실 모습이다. 3학년 교실 앞에 위치한 공간으로 대학공간과 같은 계단형 강의실로 디자인하여 동일한 강의식 수업도 혁신적인 공간에서 수업하는 색다른 경험이 되도록 의도하였다. [그림 7]는 이론 강의실 옆에 위치한 협업학습 공간이다. 학생들에게 친숙한 스터디카페와 같은 공간이 연출되도록 마감자재 및 조명을 차별화하였다. 협업학습 공간은 개방형 공간, 반개방형 공간, 개별학습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학생마다 또는 그룹별로 원하는 형태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학습할 수 있다.

 

 

 

고교학점제의 핵심개념인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을 보다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학교공간 역시 학생 개인이 원하는 다양한 교수·학습방법을 적극적으로 수용 가능한 ‘학습자 주도형 공간’으로 조성되어야 한다. 앞으로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이 학생 선택의 비중이 높아지도록 점차 변화한다는 것은 학생마다 요구하는 교수·학습방법 역시 비례적으로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학교공간 역시 수용 가능성의 폭이 넓어져야 함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2025년 전면도입을 앞두고 보다 혁신적인 사례들이 많이 발굴되길 기대한다.

박성철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정책지원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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