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도 세 번 하면 듣기 싫다’라고 한다. 하물며 누군가 계속해서 만나자며 연락이 오고 뒤를 밟고, 지켜본다고 하면 얼마나 불편하고 불안하겠는가. 나아가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 협박한다면 인간다운 삶은 영위하기 어렵다. 남이 일이 아니다. 교단에서 일어난 일이다.
스토킹은 ‘교육 악(惡)’
지난 2013년 서울에서 제자가 짝사랑한 여교사를 스토킹하다 살해한 사건, 지난해 ‘박사방’ 피의자로부터 8년 동안 딸은 물론 가족까지 살해 협박을 받은 여교사 사건이 대표적이다. 학교에 흉기를 들고 찾아와서 교무실 밖에서 기다리고, 교실 게시판을 칼로 긁고, 교실에 걸린 액자 유리를 깨서 안에 들어 있던 교사의 사진을 꺼내 얼굴을 훼손, 집 앞에 두고 가는 상황에서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있었겠는가. 학교생활이 가능했겠는가. 스토킹 피해 사실을 신고해도 솜방망이 처벌만 이어졌다. 오죽하면 해당 여교사가 국민청원까지 했을까 싶다. 교사들이 남몰래 눈물 흘리는 상황을 멈추기 위해 누군가 나서야 했다.
교총은 이런 교사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국회와 정부를 대상으로 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하루빨리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끊임없는 노력과 교육 현장의 열망이 반영돼 지난 3월 24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스토킹 처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999년 15대 국회에서 스토킹 처벌법안이 처음 발의된 뒤 22년 만이다. 그동안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겪은 고통에 비해 단순 경범죄로 처벌하던 스토킹을 중범죄로 무겁게 처벌할 길이 열린 것이다.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되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스토킹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이용해 스토킹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인 중형을 받게 된다. 또한 초기 단계에서 스토킹 행위를 저지하고, 범죄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조치와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절차도 마련됐다.
이제, 실천만이 남았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 시작이다. 법 제정을 계기로 스토킹으로부터 안전한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먼저 스토킹에 대한 인식부터 명확하게 해야 한다. “좋아하면 그럴 수 있지. 조금 지나친 관심일 뿐이야”라는 그릇된 생각은 버려야 한다. 스토킹은 범죄 행위다. 교육 현장에서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교육 악’이라는 공통인식이 필요하다.
둘째, 예방부터 힘써야 한다. 이제라도 가해자 처벌이 강화된 것은 다행이지만 예방이 우선이다. 못을 빼도 자국이 남듯이 스토킹 피해자가 감당해야 할 몸과 마음의 상처는 그 누구도 가늠하기 어렵다. 정부의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최근 8년간 학교폭력 피해 유형 중 스토킹이 평균 10.4%에 이르는 등 학생과 교원들의 경험하는 스토킹 피해는 심각한 상태다. 학생들에게 스토킹의 해악을 알려주고 예방 교육을 시행하는 것이 상책이다. 어려서부터 스토킹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예방법과 대응 방법을 체득하게 하자.
셋째, 교육 당국은 교육 활동 침해 유형에 스토킹을 명시하고 스토킹 피해 교원을 구제하는 데 노력하길 바란다. 교사 개인이 스스로 벗어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운영하는 교권 침해 교사에 대한 신변경호 서비스가 좋은 예다.
교권 3법과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전동킥보드 관련 도로교통법 개정에 이어 스토킹 처벌법 제정으로 ‘교단 안정 5법’이 마무리됐다. 이제는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실천만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