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달이면 반값! 커피 내리기보다 쉬운 보약차 달이기

2021.04.26 12:21:51

-사물탕(四物湯) 편

[김성용 대한한약사회 학술위원장] 봄기운이 만연한 4월의 끝자락이다. 환절기 큰 기온변화에 따른 면역력 저하 등 건강관리에 신경 쓸 시기다. 온도변화에 몸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쉽게 피곤해지고 감기에도 잘 걸리기 때문인데, 실제 이맘때에는 소위 ‘보약’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피로회복이나 면역 증강을 위해 일반적으로 많이 처방받는 보약은 익히 잘 알려진 쌍화탕과 십전대보탕이다. 이 처방들의 공통점은 바로 혈액 부족과 혈액순환에 좋은 사물탕(四物湯)이 베이스라는 사실이다. 혈액은 인체의 열을 순환시키며, 기본적으로 산소 및 각종 영양소를 온몸으로 운반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혈(血)을 보충해주고 순환시켜 주는 사물탕은 각종 보약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번 호에는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집에서 쉽게 직접 끓일 수 있으면서도 보약의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는 가장 기본 보약, 사물탕을 소개한다. 

 

 

한약에도 존재하는 블렌딩, ‘군신좌사’

 

요리 분야에서 블렌딩이라는 개념은 커피나 차, 와인, 칵테일 등에 주로 사용되는데 특히 커피를 블렌딩하는 목적은 신맛, 쓴맛 등 맛과 향이 다른 원두들을 섞어 더 좋은 맛과 향을 얻기 위함이다. 한약에도 이와 비슷한 개념이 있는데 바로 ‘군신좌사(君臣佐使)’다. 커피 블렌딩에 가장 주된 맛을 담당하는 원두가 있듯, 한약 처방에서 주된 증상을 치료하는 약을 군약(君藥)이라 하고, 군약을 도와 약 효과를 증강시켜주는 약을 신약(臣藥)이라 한다. 좌약(佐藥)은 부차적인 증상들을 치료하거나 군약이 너무 강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사약(使藥)은 처방의 효과를 질병 부위로 인도하며 중재자로서 약들을 서로 조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사물탕에서 각각의 역할을 하는 약재들을 군신좌사의 순서대로 살펴보자.
 

①지황: 염증·노화 말리고 빈혈은 쪄야

 

지황(地黃)은 말리느냐 찌느냐에 따라 효능효과가 달라진다. 말린 지황의 대표적인 유효성분은 카타폴(Catalpol)로 항염증, 항산화 및 심혈관 보호, 기억력과 관련된 신경영양인자의 증가 및 신경세포 사멸 억제 효과 등이 알려져 있다. 이 성분은 지속해서 열처리를 할 경우 점점 감소하기 때문에 항염증과 항노화 효과를 얻으려면 찐 것보다는 말린 것을 써야 한다. 지황을 다른 보료들과 함께 익히거나 쪄서 만들기도 하는데 이를 숙지황(熟地黃)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성분은 5-HMF이며, 지황 속에 있던 당(糖) 성분이 여러 번 찌는 과정에서 가수분해된 것으로 구운 빵이나 로스팅한 커피 원두 등 식품에서도 흔하게 발견된다. 이 성분이 적혈구의 헤모글로빈에 결합하면 산소 친화력이 증가해 빈혈 치료에도 사용된다.
 

②작약: 갱년기 이겨내는 창과 방패

 

작약(芍藥)은 패오놀과 갈로탄닌류 성분들이 포함돼 있어 모세혈관 내피세포에 작용해 피부 및 손·발·아랫배 등 전신의 모세혈관을 확장시켜 혈액순환을 개선한다. 쉽게 말하면 수축된 미세혈관을 넓혀 뚫어주는 창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작약의 성분 중 패오니플로린은 항균·항바이러스·항산화 효과를 나타냄과 동시에 체내 점막 세포의 항균물질 분비를 촉진하고 피부나 점막의 염증(면역)반응을 주도하는 림프구의 활성화를 억제해준다. 혈관에서 염증 부위로 면역세포가 이동하도록 촉진하는 물질의 혈중농도를 낮춰주기 때문에 상처 부위 염증을 완화시키고 회복을 촉진해 우리 몸에서 방패 역할을 담당한다. 때문에 작약은 혈관이 점점 수축되고 회복이 더딘 갱년기 증상들을 치료하기 위해 자주 활용되는 약재다. 
 

③당귀: 혈액생성 및 혈액순환작용

 

맛과 향이 좋아 각종 음식에도 활용되는 당귀(當歸)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피가 막히는 것을 없애는 효과가 있어 부인병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당귀라는 이름도 아내가 부인병으로 수척해져 남편이 떠나버렸는데, 당귀를 먹고 병에서 회복되자 남편이 바로 돌아왔다는 뜻에서 붙여졌다. 특히 당귀 중 일당귀는 혈을 보충해주고 몸을 따뜻하게 해 냉증을 해소하고 생리불순이나 생리통, 불임증 등을 치료할 뿐만 아니라, 태아를 보호하는 안태작용(安胎作用)도 있어 임산부에게도 활용된다. 또 장관의 혈액순환이 안 돼 생기는 변비에도 혈류를 촉진시켜 장의 활동을 개선해 변비를 해소하는 역할도 한다. 
 

④천궁: 통증 완화 탁월하나 유사품 주의

 

천궁(川芎)은 혈을 잘 돌게 하고 월경을 고르게 하며, 통증(특히 두통) 완화에 사용된다. 원래 이름은 ‘궁궁(芎藭)’이지만 사천성에서 생산되는 것이 유명해 천궁(川芎)이라 불리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이름이 비슷한 ‘궁궁이’를 천궁 대신 대용하기도 하는데, 시장이나 마트에서 천궁을 살 경우 궁궁이를 사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궁궁이는 중국에서 괴근(拐芹)이라 불리는 약재로 주로 소화기 계통에 작용하기 때문에 천궁과는 완전히 달라서 천궁 본연의 혈액순환 및 통증 완화 효과를 낼 수 없다. 

 

혈액순환 핵심 약재 모은 사물탕

 

지금까지 살펴본 약재 모두 각각 혈액순환에 좋지만, 개별적으로 복용할 때보다 4가지 약재 모두를 함께 달여먹을 때 더 좋은 효과를 나타낸다. 4가지 약재를 함께 달인 사물탕과 약재가 하나씩 빠진 사물탕의 효과를 비교했더니, 본래대로 달인 사물탕은 헤모글로빈의 양을 증가시키지만 숙지황이나 천궁이 빠진 사물탕은 그다지 증가하지 않았다. 수천 년간의 임상적 경험이 빚어낸 완성도 높은 조합인 것이다. 사물탕은 혈을 이롭게 하는 효능효과를 가진 약재들이 서로 조화를 이뤄 질병을 치료하기에 이전부터 혈(血)을 보(補)해주고, 순환을 시켜주며, 여성의 월경을 고르게 하는 데 사용돼 왔으며, 남녀노소 모두에게 두루 사용하지만 특히 혈에 관한 질병에 취약한 여성에게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출산 후 또는 유산 이후의 피로 회복이나 여성의 생리불순, 혈과 관련된 여성의 질병, 빈혈인 사람들에게 활용된다. 최근에는 남성에게서도 전립선의 난치성 질병과 탈모에 응용해 개선된 사례가 있다.

 

약의 효과는 좋은 재료에서 나온다

 

사물탕(차)는 의약품용과 식품용으로 구분할 수 있다. 식품용 사물탕(차)는 각각의 약재 별로 또는 완제품으로 인터넷쇼핑, 마트, 시장 등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약재별 유효성분의 함량규정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사물탕이 발휘하는 다양한 효과를 보장하기가 어렵다. 또 정확한 식물을 사용해야 하는 천궁과 가공방식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는 지황, 숙지황은 민감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때문에 가까운 한방 약국을 방문해 한약사와의 복약상담을 통해 ‘대한민국약전’에서 규정하는 품질기준을 충족하는 의약품용 정품 한약재들을 구매해 달이는 것을 추천한다. 또 상담을 통해 한약사가 직접 조제한 첩약상태(약재를 조제해 달이지 않고, 손님이 집에서 직접 달여먹을 수 있는 형태)로 구매해 간편하게 달이는 방법도 있다. 혹 다른 질병 치료를 위해 특정한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에는 사물탕과의 약물 상호작용에 관한 복약지도를 받을 수도 있다. 

 

사물탕(차) 달이는 방법
사물탕 약재의 일일 복용량은 일반적으로 60kg 성인 기준, 약재 별로 3.75g씩 동량으로 사용하면 좋다. 복용량은 개인차가 있어 하루에 2~3회 나누어서 개인에 맞게 조절한다. 4가지 약재의 약효 성분들이 모두 잘 추출될 수 있도록 잘게 분쇄하는 것을 권한다. 분쇄 시, 지황과 작약은 질이 단단한 편이므로 단단한 내용물을 분쇄할 수 있는 튼튼한 분쇄기를 사용하고 소음 및 안전사고에도 유의해야 한다.

 

*재료: 각각 약재 37.5g(1일 2회 기준으로 10일 복용량이며, 개인에 맞게 조절 가능), 물 2.3L, 가정용 분쇄기(믹서기나 푸드 프로세서 등), 큰 사이즈의 요리용 망 또는 다시백

 

1. 약재들을 분쇄기를 사용해 잘게 부순다. 분쇄된 약재들을 요리용 망 또는 다시백에 함께 담아 내용물이 새어 나오지 않도록 잘 묶어준다.
2. 물 2.3L를 준비해 약재들과 함께 끓이고, 센불로 10분 정도 팍 끓여준 뒤, 중간불로 대략 50분 정도 끓여 사물탕 특유의 은은한 갈색의 색깔을 띠도록 졸여준다.
3. 달인 물이 2L 정도가 되면 상온에서 식힌 뒤 약재들이 담긴 망을 버리고, 약액을 요리용 망 또는 다시백을 사용해 한 번 더 걸러 찌꺼기는 거르고, 맑은 약액만 남도록 한다.
4. 약액은 빛을 차단하는 용기에 냉장 보관하고, 1회 복용량은 100cc정도로, 하루 2회 따뜻하게 데워 마신다. 

김성용 대한한약사회 학술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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