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변비의 계절? 장 혈액순환 돕는 한방차로 이겨내자!

2021.08.30 09:52:35

대건중탕(大建中湯) 편

 

[김성용 대한한약사회 학술위원장] 입추가 무색하게 지속되던 폭염이 이제 기세가 꺾이고, 저녁에는 제법 선선한 바람도 불어 가을이 문턱에 와있음을 체감한다. 가을은 본디 곡식을 추수해 곳간에 차곡차곡 쌓아야 할 계절이지만, 우리 몸에는 오히려 비워야 할 공간이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가을에 특히 조심해야 할 질병으로 ‘변비’를 꼽고 있다. 통계적으로 변비 환자는 봄철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해 가을철인 9월과 10월에 가장 많기 때문이다. 좋은 음식, 건강식품, 의약품 등이 널려 있지만, 사람마다 변비의 종류와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몸 상태를 이해한 뒤 해결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번 호에는 변비에 대한 상식과 함께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한방차 ‘대건중탕(大建中湯)’을 소개한다.

 

변비약, 몸에 부담을 느낀다면 

 

변비란 배변 횟수가 적어 3~4일에 한 번 미만인 경우이거나 배변을 할 때 불편감을 많이 느껴 원활한 배변을 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벼운 변비라면 지방이 적고 섬유질이 풍부한 식사, 규칙적인 운동, 스트레스 조절 등 생활과 식습관을 조절하면 완화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는다면 차선책으로 흔히 선택하는 것이 의약품 복용이다. 시중에는 다양한 효능효과를 가진 변비약이 있다. 변의 양을 많게 해주거나 변을 무르게 만들어 주는 것도 있고, 장에 자극을 줘 변을 볼 수 있게 하는 의약품도 있다. 이런 의약품들은 단기간 복용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변비 자체가 식·생활 습관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질병이기에 만성화된 경우에는 장기간의 복용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특히 장에 자극을 주는 자극성 하제(下劑)의 경우 오랜 기간 사용 시 의존성이 생겨 내장 손상을 유발할 수 있기에 장기 복용에 적합하지 않다. 시중에 판매되는 한방 변비 의약품 역시 천연 성분이지만 수분을 흡수하고 변의 양을 일부러 늘려주는 차전자피나 장에 자극을 줘 변을 보게 하는 대황, 센나 등의 성분을 포함하기에 다른 일반 변비약과 마찬가지로 부담감이 있고 치료에도 한계가 있다. 그러나 기존 변비약의 작용방식과는 달리 장의 혈액순환을 증가시켜 변비를 치료하는 처방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는 대건중탕을 복용하면 한약을 부담 없이 차(茶)로 마시면서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

 

차갑고 둔한 장을 활성화하는 원리

 

특히 몸에 냉감이 있고 배가 차가워 장 운동성이 떨어지고 가스가 차 복부 팽만감 및 변비가 생기는 사람이라면 주목해보자. 장(腸)도 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혈액순환이 필요하다. 대건중탕은 위장관 운동을 유발하는 호르몬 및 펩타이드의 분비를 촉진시키고, 위장관의 혈관을 확장하는 작용을 가진 호르몬 및 펩타이드를 분비하도록 해 장의 혈류를 증가시킨다. 주 역할을 하는 약재는 산초(山椒)와 건강(乾薑·말린생강)으로, 산초는 위장관 운동을 촉진하며, 건강은 위장관의 혈관을 확장시켜 혈류를 돕는다. 
 

대건중탕의 효과는 근·현대에 들어 일본에서 변비 및 위장관 운동 기능 저하를 개선하는 효능이 밝혀져 변비약으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처방 자체는 3세기 초 중국 의학 서적 ‘금궤요략’에 처음 수재돼 역사가 깊은 안전하고 유효한 한약이다. 일본에서는 변실금과 항문 괄약근 장애, 개복 수술 이후 회복 기간 단축 및 장폐색 예방에도 효과적으로 응용되고 있다. 

 

 

추어탕에 뿌리는 산초도 한약재 

 

구성 약재는 산초(山椒), 건강(乾薑), 인삼(人蔘), 교이(膠飴·물엿)다. 건강, 인삼, 교이는 한약 및 식재료로 자주 활용돼 친숙하지만 일반인은 산초가 한약으로도 사용되는 것은 잘 모를 수 있다. 산초는 알싸하고 매운맛을 내는 특이한 향을 가진 향신료로, 흔히 가루를 내 추어탕의 비린맛을 없애기 위해 넣어 먹는 경우가 많다. 산초의 효과인 장 운동성 증가도 이런 알싸하고 매운맛을 나타내는 성분과 관련이 있다. 
 

그렇다면 변비약을 먹는 대신 추어탕에 산초가루를 팍팍 넣어 밥 한 그릇 뚝딱하면 변비가 나을까? 정답은 아니다. 산초는 과피에 약 성분들이 주로 포함돼 있고, 종자(씨)에는 미량만 들어있어 씨를 최대한 제거해 사용해야 한다. 또 산초는 가루 상태로 저장하면 약 성분들이 휘발돼 효과가 떨어지고 변질될 수 있어, 원형 그대로 서늘한 곳에 보관하고 사용하기 직전에 분쇄해 사용해야 효과적이다. 

 

블렌딩 효과와 약재 구매 주의사항

 

그렇다면 어떻게 복용해야 변비에 효과적일까? 두 가지 주의사항이 있는데, 첫 번째는 한약은 기본적으로 여러 약재를 최적의 비율로 조합해 상승효과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강은 위(胃) 부위에서, 산초는 십이지장 및 대장 부위에서 위장관 운동을 촉진시켜 서로 작용 부위를 보완해준다. 또 산초는 과량 사용하면 오히려 위장관 운동을 마비시키지만 적당량과 인삼이 함께 작용하면 혈류 개선 작용이 증가한다. 교이는 위장관의 삼투압을 높여 연동운동 개선에 도움을 준다. 개별 약재 각각의 효과를 합한 것보다 모든 약재들이 조화를 이뤄 더 큰 효과를 내는 것이 바로 한방에서 추구하는 블렌딩(Blending)의 묘미다. 
 

두 번째는 식품용이 아닌 의약품용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식품용 한약재들은 약재별 유효성분의 함량 규정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효과를 보장하기 어렵다. 특히 의약품용 산초는 약효성분이 포함된 과피만을 약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종자(씨)나 열매꼭지 및 가지가 일정량 이상 포함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건강, 인삼, 교이도 마찬가지다. 가까운 한방 약국을 방문해 한약사와의 복약상담을 통해 ‘대한민국약전’에서 규정하는 의약품용 정품 한약재로 달이는 것을 추천한다. 상담을 통해 약물 상호작용 및 주의사항에 관한 복약지도를 받을 수도 있다. 한약사가 직접 조제한 첩약을 받아 간편하게 달이는 방법도 있다.

 

 

대건중탕(차) 달이는 방법
 

1일 복용량은 60kg 성인 기준, 산초 2g, 건강 3g, 인삼 2g, 교이 20g이다. 복용량은 체중, 효능효과에 따라 개인차가 있어 1일 복용량을 2~3회로 나눠 개인에 맞게 복용하며, 특히 당(糖) 성분인 교이 양도 개인에 맞게 주의해 복용하도록 한다. 또 약재들의 약효 성분들이 모두 잘 추출될 수 있도록 잘게 분쇄하는 것을 권한다. 분쇄 시, 인삼은 질이 매우 단단한 편이므로 소음 및 안전사고에도 유의해야 한다. 다른 약성분의 추출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교이는 가장 마지막에 넣어 끓이도록 한다.

 

*재료: 산초 20g, 건강 30g, 인삼 20g, 교이 200g(10일 복용량이며, 개인에 맞게 조절 가능), 물 2.3L, 가정용 분쇄기(믹서기나 푸드 프로세서 등), 큰 사이즈의 요리용 망 또는 다시백

 

1. 교이를 제외한 모든 약재들을 분쇄기를 사용해 잘게 부순다. 분쇄된 약재들을 요리용 망 에 담아 내용물이 새어 나오지 않도록 묶어준다.
2. 물 2.3L를 약재들과 함께 끓이고, 센불로 10분 정도 끓여준 뒤, 중간불로 50분 정도 끓여 졸여준다.
3. 이후 교이를 넣어 잘 녹여서 저어주면서 5분 정도 중간불로 더 달인다. 
4. 달인 물이 2L 정도가 되면 상온에서 식힌 뒤 약재 망을 버리고, 약액을 요리용 망에 한 번 더 거르고 맑은 약액만 남도록 한다.
5. 약액은 빛을 차단하는 용기에 냉장 보관하고, 1일 2회로 나눠 복용할 경우 1회 복용량은 100cc정도로 개인에 맞게 따뜻하게 데워 마신다.

김성용 대한한약사회 학술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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