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은 지난 10월 20일 1차 총파업에 이어 12월 2일 2차 총파업을 했다. 이에 학교는 대안 마련에 술렁였다. 엄동설한에 빵과 우유로 대체급식을 해야 할지, 단축 수업을 할지, 학부모의 도시락에 의지할지, 재량휴업일로 운영할지 고민이 깊었다.
노동자의 노동행위는 법으로 보장한 소중한 권리다. 그러나 학생을 볼모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행위가 정당한지는 한 번 생각해볼 문제다. 자라나는 미래의 학생들에게 안정적으로 급식을 제공하면서 노동자의 권리 주장을 병행할 수는 없을까? 학생들에게도 맛있는 점심을 먹을 정당한 권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학생들에게 맛있는 점심을 제공하면서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방안 몇 가지를 제안해본다.
첫째, 총파업으로 근무가 어려운 조리종사자를 대신할 대체인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급식을 제공하면서 총파업을 하면 파업 효과가 없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노동자의 주장이 정당하다면 모든 국민은 그들의 주장에 귀 기울일 것이다.
둘째, 학교급식을 직영급식과 위탁급식 중에 교육공동체 구성원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학교에 자율성을 주어야 한다. 전국의 모든 학교가 직영급식으로 운영되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 학교가 처한 환경은 매우 다양하다. 대도시학교부터 농산어촌의 소규모학교까지 학교 여건에 맞는 급식형태를 학교의 교육공동체 구성원이 선택할 수 있다면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학생의 맛나는 점심을 위한 급식지원비를 학생이나 학부모가 희망할 경우 그들에게 지급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대부분의 학부모는 지금의 편리하고 안전한 학교급식 형태를 선택할 것이다. 그러나 소수의 학부모는 사랑이 가득 담긴 정성 가득한 맛나는 도시락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도시락을 통해 부모와 학생이 사랑을 교감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넷째, 학교에서 제공하는 급식 메뉴를 다양화해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매일 제공되는 백반 형태의 급식에 변화를 줄 시기가 됐다. 최소한 학교급식으로 제공되는 메뉴가 5가지는 돼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면 백반(지금 제공되는 형태), 비빔밥, 칼국수, 스파게티, 돈까스 등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메뉴의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 다양한 메뉴 중에서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면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창의성과 책임성도 얻게 될 것이다.
다섯째, 학교 급식실도 학생만을 위한 시설이 아니라 교직원 나아가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위탁 급식으로 운영한다면 보다 다양한 메뉴를 제공할 수 있고, 주말에도 학교급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주말에 학생과 학부모가 손잡고 와서 맛 나는 점심을 먹는 학교 급식실의 모습을 흐뭇한 마음으로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