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은 열정을 현실로 구현하는 과학이다. 좋은 기획을 만나면 변화될 세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슴이 뛴다. 같이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지난 호 ‘기획의 온도’라는 글에서, 기획의 지침이 될 만한 8가지 미덕에 대해서 이야기한 바 있다. 그 기획의 미덕이 기획안을 관통하는 날줄이라면, 기획의 과정에서 던지게 될 질문은 그 날줄에 얽히는 씨줄이다. 왜? 무엇을 목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그 효과는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 기획자가 반드시 묻게 될 이 네 가지 질문에 대한 응답이 바로 기획안의 주요 내용을 구성하는 요소이다.
기획의 첫 번째 요소 _ 명분
기획의 첫 번째 요소는 명분이다. 기획안의 일반적 형식에서 ‘추진근거’와 ‘추진배경(필요성)’ 항목에 해당한다. 왜 이런 기획을 하게 되었는지, 이런 기획이 왜 필요한지, 기획안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부분이다.
[추진근거]
추진근거에는 일반적으로 기획을 추진하는 법적·제도적·행정적 근거를 담는다. 각종 법령·자치법규·제도·공약 및 기관장의 공식적 메시지 등이 그것이다. 추진근거는 불필요한 논쟁과 혼란을 방지하고 강한 추진 동력과 협조를 확보해야 할 때 특히 중요하다. 예를 들어 교원평가나 자율학교평가처럼, 서로 다른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된 정책은 법적 근거가 없다면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 자명하다. 또한 2025년 전면 시행 예정인 ‘고교학점제’처럼 처음 시행하는 정책은 법령과 제도, 인적·물적 인프라 구축을 포함한 사전 준비작업이 없다면 전면 시행에 필요한 적극적 협조를 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다.
[추진배경(필요성)]
기획자가 생각하는 명분은 주로 ‘추진배경(필요성)’에서 드러난다. 기획안의 품질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보편적인 호소력이 있으면서 치우치지 않고 균형이 있으며, 문제 지점을 명확하게 드러내야 공감을 끌어낼 수 있다.
實事求是 不自以爲是(실사구시 부자이위시). ‘실제 사실에서 옳은 것을 찾아야 한다(사실을 떠나). 스스로 자기를 옳다고 여기지 말라’는 뜻이다. 기획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감정에 호소하는 격문을 쓰거나 당위적 주장으로 일관하는 것은 좋지 않다. 인상적인 사건이나 통계자료 등을 활용하여 사실묘사를 통해서 문제의식을 나타내는 것이 효과적이다.
기획의 두 번째 요소 _ 지향
기획의 두 번째 요소는 지향이다. 기획안의 ‘제목’, ‘목적’, ‘기대효과’ 등의 항목을 통해서 주로 드러난다. 기획안에는 기획자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드러나야 한다.
[제목]
기획자 의도가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은 제목이다. 의례적으로 해치우고 마는 기획이 아니라면, 제목을 정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기획을 끝낼 때까지 수정을 거듭한다. 제목은 ‘추상적이면서 구체적’이어야 한다. 모순되는 말 같지만, 추상과정을 거쳐 기획안 전체를 한마디에 담아내야 하는 동시에 기획안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동시에 기획안에 대한 호감과 궁금증이 생기도록 해야 한다.
이 불가능해 보이는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 비유나 대구(對句) 같은 기법을 활용하거나, 헤드라인을 뽑는 저널리스트의 마음으로 작명에 매달리기도 한다. 한 예로 <병든 사회 아픈 교육>이라는 책 제목을 들 수 있겠다. 지은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잘 드러나는 제목이다. ‘백만 개의 교실’이라는 슬로건도 좋은 제목의 예이다. 학교밖청소년까지 합하여 백만 명에 육박하는 서울의 학생, 청소년 한 명 한 명에 맞는 맞춤형 처방을 내놓겠다는 교육정책의 비전이 잘 드러나는 표현이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