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교육은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한 투자

2022.05.08 12:26:37

70%가 금융지식 부족 자각하는데 교육은 빈약
영·미는 의무화…수학과 함께 가르치면 효과 커
청소년기의 교육받은 경험 직장인 때까지 영향

 

어떻게 하면 금융자살을 막을 수 있을까? 금융교육이다. 금융자살은 금융위기가 오면 실직을 당해 더 이상의 소득을 벌 수 없는 막다른 절벽에서 하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 금융자살을 막기 위해서는 설령 실직을 당하더라도 소득을 낳는 금융자산을 들고 있어야 하는데, 금융지식이 없이는 금융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쉽지 않다. 바로 이 금융지식을 얻는 수단이 금융교육이다. 금융교육을 통해 제대로 된 금융지식으로 무장하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에게 적절한 금융자산을 보유할 수 있다.

 

금융교육은 무엇인가? 나에게 필요한 금융상품이 무엇이고 내가 감당할 만한 여유와 능력이 있는지를 아는 것이다. 금융시장에는 많은 금융상품이 나와 있다. 은행예금, 주식, 보험 등. 누구나 은행계좌를 갖고 있고, 한 번쯤은 주식투자를 해 보았을 것이고, 친구나 아는 사람의 연락을 받고 보험을 구매한 경험도 있을 것이다. 예금상품은 거의 모든 은행이 사실상 같지만 주식투자에는 보통 주식도 있고 고난도의 파생상품도 있다. 보험도 생명보험, 손해보험 등 다양하다. 이 가운데 나는 얼마나 정확히 알고 나에게 필요한 것을 선택할 수 있을까? 이것을 아는 것이 그저 쉽지는 않다. 심지어 금융상품은 잘못 구매하면 독이 될 수도 있다. 더구나 금융사기에 걸릴 수도 있고 보이스피싱도 있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조사대상자의 거의 70%에 이르는 우리나라 금융소비자는 자신의 금융지식이 충분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자신의 금융지식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금융소비자 중에는 사실 금융지식이 충분하지 않은데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거의 절반 수준에 이른다. 특히 금융지식이 없으면서도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주식투자를 하더라도 파생상품 등 위험성이 가장 높은 투자를 너무나 과감하게 하는 특징을 보인다. 그렇다면 이런 과감한 투자를 통해 원하는 이익을 보기는 하는 것일까? 당연히 그러기는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금융교육이 시작된 것은 1997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다. 제법 역사가 오래됐다. 하지만 조사대상 금융소비자 가운데 절대다수는 금융교육이 있는지조차도 잘 모른다. 금융소비자 가운데 금융교육을 이용한다고 답변한 비중은 불과 6.5% 수준이다. 금융교육이 있지만 있으나 마나 한 처지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를 비롯해 많은 금융교육 전문가들은 금융교육을 위해 그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럼에도 왜 국민의 대다수는 금융교육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고 이용하는 사람도 거의 없을까?

 

그 이유는 금융교육이 세 가지를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학교가 금융교육을 하지 않는다. 학교는 금융교육을 체계적으로 배우기에 가장 적합한 기회다. 영국, 미국 등 선진국의 학교에서는 금융교육을 의무적으로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학교는 시험용 공부를 시킨다. 영어도 그렇고 수학도 그렇다. 그래서 영어와 수학은 졸업하는 순간 잊어먹는다. 교육의 실패다. 수학이 탄생한 역사적 배경의 절반은 경제금융활동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학교에서 가르치는 수학은 경제금융활동을 모두 제거한 공식 위주다. 그렇다 보니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배우는 입장에서도 수학을 왜 공부하는지 모르거나 등한시하며, 시험에 출제되는 유형을 중심으로 외운다. 그리고 시험이 끝나면 잊는다.

 

만일 수학을 금융과 함께 가르친다면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배우는 학생 입장에서도 수학의 의미는 달라질 것이다. 금융생활에 직접적인 보탬이 되는 공부가 되어 금융지식과 수학지식이 함께 느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금융교육을 하고는 있지만 대부분 학교 밖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일회성 방문교육이다. 일회성 금융교육으로는 목표를 제대로 달성하기 어렵다. 영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런던 시민들의 주도로 금융교육 의무화 입법청원 서명운동을 벌여 2011년에 학교 의무교육으로 도입했다. 미국에서는 금융교육을 1957년부터 도입해 각 주별로 근거법을 만들어 시행해오고 있다. 대부분의 미국 주에서 금융교육이 실시되고 있으며, 강화되는 추세다. 우리도 해외에서의 이러한 노력을 고려해 학교에서의 금융교육을 의무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직장인 금융교육도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형태의 교육이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유독 금융교육은 배제돼 있다. 직장인이야말로 근로소득을 얻는 위치에 있으므로 이들에 대한 금융교육은 즉시 효과를 낼 수 있다.

 

빠르면 20대 초반에 시작해 길게는 60대 초중반에 이르기까지 직장생활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다시 학업을 이어가기도 하고, 결혼, 자녀 출산, 집 구매 혹은 전세, 길게는 퇴직 이후 노년 준비 등 금융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하는 다양한 의사결정에 직면한다. 일종의 금융 라이프사이클에 직면하는 것이다. 바로 이 시기에 금융교육이 적절히 이뤄지면 보다 합리적이고 효과적으로 행복을 추구할 수가 있게 된다.

 

미국 등에서는 금융교육의 실효성이 크다고 평가되는 시기가 바로 직장인 금융교육이다. 여러 연구에 의하면 직장인 금융교육을 받았는지 여부는 청소년 시절 학교에서 체계적으로 금융교육을 받았는지 여부와 함께 가장 크게 금융활동의 합리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금융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자가 직장인 금융교육에도 더 열심히 참여한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학교뿐 아니라 직장에서도 금융교육이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소비자들이 충분한 금융지식을 갖추기를 기대하는 것은 지극히 곤란하다.

 

마지막으로, 금융교육이 중요한 순간은 금융거래가 이루어지는 금융시장이다. 금융지식의 효과는 금융계약을 체결할 당시에 드러난다. 나의 필요에 부합하고 내가 감당할 능력이 되는 금융상품을 제대로 찾아 실수 없이 계약을 할 수 있는지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금융 사기 거래나 보이스피싱 등을 구별하는 눈도 키워야 한다. 이 순간의 금융역량을 위해서는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모든 자에게 금융교육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금융자살은 쉽게 간과할 수 없는 사회적으로 큰 문제다. 해외 많은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 의하면 개인과 가계가 금융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자살률이 감소한다. 이것은 금융자산이 한 사회의 행복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교, 직장, 금융시장에서 금융교육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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