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슈1] 후다닥 만든 국정과제, 초등 전일제·교육자유특구 어떻게…

2022.06.07 10:30:00

들어가며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가 2022년 5월 3일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그중 교육분야 국정과제는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 모두를 인재로 양성하는 학습혁명, 더 큰 대학자율로 역동적 혁신 허브 구축, 국가교육책임제 강화로 교육격차 해소,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 등 5개(81번-85번)이다.

 

교육분야 국정과제 총평의 준거로는 교육분야 과제의 큰 방향이 옳은지에 대한 방향성, 방향성에 비춰본 구체 과제들의 타당성, 그리고 꼭 포함되어 있어야 할 과제가 포함되어 있는지에 대한 포괄성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준거에 따라 총평을 할 때 총평자의 주관적인 관점에만 의존하면 개인의 철학과 식견에 따라 총평 결과가 크게 달라지고, 총평자의 관점을 정당화할 근거를 찾기가 어려워진다. 다른 하나의 방법은 국정과제를, 시대의 흐름에 비춰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그러면서 국민이 원하는 미래사회의 모습과 미래사회 구현을 위한 미래교육의 모습에 비춰보는 것이다.

 

국회미래연구원(2021.12)은 2021년 9월, 국민이 원하는 미래사회를 파악하고자 3,000명 대상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아울러 202명이 참여한 숙의토론형 공론조사도 실시했다. 이를 위해 2020년 11월에 국가적 차원의 중장기적 아젠더를 발굴하고, 미래 이슈를 검토할 국가중장기아젠더위원회를 국회의장 직속 자문기구로 설치하였다. 이들의 논의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 누적된 갈등, 다가올 미래 의제를 바탕으로 13개 분야 설문을 구성하였다. 이 글에서는 집필자의 식견과 동위원회의 조사결과를 총평의 준거로 삼는다.

 

 

교육분야 국정과제 분석

교육분야 국정과제는 이해의 편의를 위해 유·초·중등교육 분야와 고등교육 및 평생교육 분야로 나눠 분석한다. 그리고 지면의 한계를 핑계로 핵심적인 것 몇 가지만 짚어보고자 한다.

 

1. 유·초·중등교육 분야

첫 번째로 제시된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의 주요내용에는 디지털 인재 양성, 교원 SW·AI역량 제고, 초·중등 SW·AI교육 필수화, 디지털 교육격차 해소, 디지털 인재 양성 인프라 구축, 민관협력 강화 등이 포함되어 있다. 첫 번째 과제에는 인공지능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정책들로서 기본방향은 잘 잡혀 있다. 다음으로 제시된 ‘모두를 인재로 양성하는 학습혁명’에는 대입제도 개편, 교육과정 개편, AI기반 기초학력 제고, 융합인재 양성, 사교육 경감 및 학습격차 완화, 학습·경력관리 플랫폼 구축 등 초·중등 부문 교육관련 주요정책이 제시되어 있다. 그러나 첫 번째와 두 번째 과제에서 모두 ‘인재’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교육을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의 수단으로 본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교육분야 국정과제이니 미래사회에 대한 큰 그림, 그러한 큰 그림에 비추어 학교가 길러내야 할 인간상, 그러한 인간상을 전제로 하면서 교육을 통해 길러야 할 디지털역량을 비롯한 다양한 역량을 제시하는 보완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고소득이 아니라 여유를 추구하는 국민의 비중도 45.3%나 되므로(한국행정학회, 2021),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인재의 관점만이 아니라 개인의 성장을 중시하는 다원가치의 시대를 염두에 두며, 교육방향을 설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교육의 블랙홀인 대입과 관련해서는 입시비리전담부서 설치와 더불어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대입제도개선위원회를 국가교육위원회 산하에 설치하는 등의 획기적인 정책제시가 필요해 보인다. 이 위원회는 대입 관련 국민대토론회 개최 및 의견 수렴, 기초자료 조사 및 생성 등의 연구, 미래형 대입제도 제시 등의 역할을 해야 한다.

 

‘다양한 학교유형을 마련하는 고교체제 개편’과 김병준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이 4월 28일에 발표한 학교교육 다양화를 위한 ‘교육자유특구’ 시범운영안 등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논란이 되는 정책은 다양한 시각을 가진 개인과 단체의 참여를 보장하는 과정을 거쳐 수정·보완해가길 기대한다.

 

‘국가교육책임제 강화로 교육격차 해소’에는 유보통합, 초등 전일제 교육, 교육 사각지대 해소, 교원업무 경감, 평생학습 기회 보장 등이 제시되어 있다. 여러 정책 중에서 윤석열 정부가 이룰 수 있는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는 유보통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핵심은 유치원과 보육기관의 교원양성, 사립 유치원의 교사 처우개선 등이 될 것이다. 유보통합에서 나아가 유치원 무상교육 혹은 유치원 공교육화에 대해서도 중장기계획 마련이 필요하다. 이 과제에 포함되어 있는 수석교사제도 확대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므로, 반드시 이에 대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교사들이 공감하는 정책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2. 고등교육 및 평생교육 분야

고등교육 분야와 관련해서는 ‘더 큰 대학자율로 역동적 혁신 허브 구축’을 기본방향으로 내걸었다. 핵심과제는 대학규제 개혁, 학사제도 유연화, 대학중심의 창업 생태계 구축, 부실·한계대학 개선 등이다.

 

인수위의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지균특위원회)가 2022년 4월 27일 발표한 ‘지역균형발전 비전’에 따르면 정부 주도의 획일적 평가를 중단하고, 현재의 사업별 대학지원을 포괄적 지원으로 전환한다. 이는 입법이 필요 없는 정책으로, 대학 자율성 강화라는 큰 흐름에도 부합하고, 대학들도 원하던 바여서 대학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시도를 기획재정부가 반대해왔으므로, 그 반대를 무마할 책무성 확보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실·한계대학 개선을 위해서는 자발적 구조개선을 촉진하도록 「사립대학의 구조개선지원 특별법」(가칭)을 제정할 계획이다. 이는 입법이 필요한데 한계 사립대의 퇴로를 열어주기 위한 입법 시도가 야당 반대로 무산되었던 것을 고려할 때, 야당과 사립대교수연합회 및 사립대학교수노동조합 등과의 깊은 논의를 통해 그들이 우려하는 바를 담아낼 수 있어야 이 법의 제정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거대 야당이 버티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다양한 집단의 이해가 상충하고, 다양한 관점을 반영해야 하는 국정과제는 야당 및 관련 집단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여 수정·보완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구현 및 착근이 가능할 것이다.

 

교육부 관료의 국립대 사무국장 파견제도를 폐지하고, 대신 국립대 총장이 직접 사무국장을 임용토록 하는 정책은 교육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찬성할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제도가 가져왔던 효과를 어떻게 살릴 것인지에 대한 보완책 마련도 동시에 필요하다.

 

학사제도 유연화 정책으로는 일반대학의 온라인 학사과정, 학·석·박사과정 통합, 학·석사 패스트트랙, 마이크로 디그리(micro degree) 등 학생 수요에 맞춘 교육과정 운영지원 등을 제시하였다.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의미 있는 정책들이다. ‘창업교육거점대학’과 ‘실험실 특화형 창업선도대학’ 정책은 지역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응하는 제대로 된 지원책 마련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지방대 지원과 관련해서는 지방대에 대한 행·재정 권한을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위임하고, 지자체·지방대·지역산업체 등이 참여하는 ‘지역고등교육위원회’(가칭)를 설치한다는 안이 포함되었다. 그리고 ‘지역인재 투자협약제도’를 도입해 대학·교육청·지역산업과의 연계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 제도를 시행하려면 이 제도로 인해 심화될 수 있는 지역 간 고등교육 격차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이 함께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중 일부를 지방대에도 지원할 수 있도록 확대할 예정이다. 이 정책은 법을 바꿔야 하는데 거대 야당이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국정과제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중앙정부 차원에서 반드시 논의해야 할 사안으로는 고등교육재정난 해소를 위한 국가 차원의 특별지원책 마련과 고등교육 무상화를 위한 논의, 과잉 고등교육기관 정리에 필요한 특별재원 마련,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고등교육기관 지역 안배 등이 있다.

 

평생교육과 관련해서는 대학을 중심으로 산학협력과 평생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조기 취업형 계약학과 확대, 순환형 대학 평생교육으로 지역밀착형 평생직업교육 강화, 전문대의 평생직업교육 기능강화 등의 정책이 포함되었다. 또한 전 국민의 평생 역량개발을 위한 혁신방안 수립(2022) 및 평생교육바우처 지원대상을 전 국민까지 단계적 확대 검토(∼2027), 이를 위한 성인의 학습·자격·진로 등 경력관리를 위한 ‘(가칭)온국민평생배움터’ 구축 정책이 제시되었다. 100세 시대 도래를 염두에 둔 체계적인 평생학습지원 중장기계획이 수립되기를 기대한다.

 

향후 밟아야 할 절차

현행 절차에 따르면, 국정과제가 과연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는 지를 검증할 기간이 충분하지 않고, 참여하는 사람도 집권당과 집권당의 이념을 같이하는 일부 전문가로 국한되다 보니, 비록 의견을 수렴한다고 하지만 많은 한계를 갖게 된다. 독재시절에는 정치권과 엘리트 관료가 과제를 선정하고 추진하더라도 국민들의 저항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국민의 참여의식이 높아졌고, 계층 간·집단 간 갈등도 심각해진 현재 상황에서는, 반드시 국민들의 관심을 제고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제시된 국정과제 중 사회적 이견이 크게 표출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정당과 행정부처 등 정치적 대표, 노사와 지역 등 사회적 대표, 계층·연령·성별·직업 등에 따른 국민의 대표 등이 참여하고 논의하여 자신의 삶과 관련된 문제로서 열정과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국회미래연구원, 2021: 150).

 

인도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수상 선출 후 공약에 의거하여, 6개월간 국회에서의 논의를 거쳐 여야 합의 형태의 국가발전5개년계획을 발표한다고 한다. 다양한 주체의 참여를 통해 합의된 사항을 바탕으로 국회는 관련 입법을 추진하고, 행정부는 제도적 기반 및 예산 확보방안을 마련할 때, 야당이나 국민들의 반대 및 갈등을 줄여 보다 효율적인 국정운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분야의 경우에는 2022년 7월에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하므로, 이견이 표출되고 있는 안건과 추가 안건 등에 대해서는 동 위원회가 주축이 되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관심을 제고하는 역할을 하도록 절차를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교육분야 국정과제를 이러한 과정을 거쳐 수정·보완하여 집행한다면, 설령 정권이 바뀌어도 그 국정과제는 우리 사회와 교육의 미래를 밝히는 정책으로서의 생명력을 유지하게 될 것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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