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 실시한 온라인 조사 결과를 보면 어린이들이 어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로 ‘어린이를 존중해 주세요’, ‘어린이도 똑같은 사람입니다’, ‘어른들도 한때는 어린이였습니다’라는 말을 꼽았다고 한다. 어린 아동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봐야 한다는 취지에서 소파 방정환 선생이 사용하기 시작한 ‘어린이’란 단어. 100년이 지난 지금도 그 뜻을 정확히 모른 채 부모의 소유물이나 어른들의 가르침과 보호가 필요한 약하고 부족한 인간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현재 유치원을 포함해 전교생 31명의 작은 어촌학교인 월포초 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경주 아화초에서도 4년간 공모교장으로 근무했었는데, 두 학교에서 실현하고 싶었던 교육적인 이상과 꿈이 바로 어린이들이 한 인간으로 존중받는 행복한 학교와 가정에서 자라게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요즘 경제적 빈곤을 넘어 관계 빈곤과 시간 빈곤이 어린이의 행복감을 더욱 저해한다는 현실을 접하면 가슴이 아프다. 그래서 어린이들이 학교와 가정, 사회에서 한 인간으로 존중받고 기쁨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교육이 더 절실하다는 마음으로 다양한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찾고 또 학교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우선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공간 조성과 놀이시간 확보가 중요하다. 또 인간과 지구가 함께 공존해야 하는 필요성을 깨닫고 실천할 수 있는 기후환경 생태교육, 바다식목일을 맞아 주변 해수욕장의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활동, 해양환경 동아리의 자율적인 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이를 통해 어린이들이 기쁨과 행복감을 찾고, 나아가 자신의 존재에 대한 필요성과 소중함을 깨달아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을 갖게 해주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스로를 존중하는 어린이는 타인이나 인간이 아닌 생명과 자연환경 또한 존중하고 소중히 생각할 것이라 믿는다.
교장으로서, 교육자로서 배우고 싶고 롤모델로 삼고 있는 세계적인 교육 석학자, 우크라이나의 수호믈린스키 교장을 소개하고 싶다. 그는 교육의 의무 가운데 가장 어려운 것이 학생들에게 감수성을 가르치는 일이라 했다. 그가 실천한 교육내용을 적은 저서 ‘아이들에게 온 마음을’을 보면 감수성을 가르친다는 것은 아이들의 마음에 진정한 인간의 사랑, 즉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의 고통, 걱정, 처한 처지에 대해 관심을 심어주는 것, 마음속에 친절함이 자라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 더불어 내가 지금 누리는 다른 사람들의 노력으로 얻어진 모든 좋은 것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오면서 우리의 교육은 잠시 방향을 잃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친절과 감사의 감수성 교육 실천이 교육의 방향을 바로잡고 어린이의 올바른 인성교육을 실현하는 열쇠라고 생각한다.
전교생이 함께 감사편지를 적어 공모전에 낸 것도, 해수욕장 주변의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통해 바다의 소중함과 자연환경을 보존해야 하는 이유를 알아가는 것도 모두 감수성을 키우고자 한 노력이었다. 나 아닌 다른 존재의 슬픔과 고통에 귀를 기울이고, 다른 사람들의 행복과 평화를 위해 자신의 기쁨을 포기하거나 양보할 수 있고, 그런 행동과 실천이 더 큰 기쁨이 될 수 있다는 배움을 알아가는 어린이로 자랄 수 있도록 먼저 인생을 산 어른으로서, 교육자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할 것이다. 정지열 경북 월포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