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장학관제 실효 못 거둬

2004.11.27 22:40:00


‘주제 불분명, 횡설수설, 과거 자기자랑, 시대에 뒤떨어진 이야기, 객관성이 결여된 이야기, 교사들과 눈높이가 전혀 다른 이야기, 공연히 선생님들 시간 뺏기, 쓸데없는 이야기….’

화성시 C초등학교에 근무하는 Y교사(41세)가 얼마전 학교를 방문한 원로장학관 특강을 듣고 난 소감이다. 그는 한술 더 떠 “도교육청 예산으로 원로장학관 10만원 용돈 주기 아닌가요?”라고 되묻는다.

한마디로 예산 낭비라는 말인데 이보다 더한 혹평이 있을까. 일부(?) 원로장학관이 꾸준히 공부를 하지 않고 시대 흐름을 모르며 왕년의 자기 경력에 자아도취하여 충분한 교재연구 없이 특강에 임한 결과, 이에 대해 교사가 보인 반응이다.

경기도교육청이 자율장학의 보완책으로 도입한 원로 장학관제가 4년차에 접어들고 있지만 이에 대한 일선 학교 교사들의 반응은 매우 차갑다 못해 무용론까지 주장하고 있다.

시행 주체인 도교육청 쪽에서는 교육계 원로들의 경험을 교육현장에 접목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강조하는 반면 일선 학교에서는 자율장학의 취지를 퇴색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전국 시·도교육청 가운데 처음으로 2001년 시행된 원로 장학관제는 퇴임교원들을 장학요원으로 활용하자는 목적으로 경기도교육청이 도입한 시책사업이다. 여기에 교육청의 일방적인 장학지도가 불러오는 거부 반응을 줄이는 대신 자율적인 장학활동의 약점을 어느 정도 보완하자는 목적도 있다.

도교육청은 이런 취지에 따라 지난 99년과 2000년 퇴임한 교원 가운데 시·군교육청의 추천을 받아 초등 95명, 중등 63명 등 모두 158명을 원로 장학관으로 위촉한 이래 현재 초등 98명, 중등 61명이 도교육청의 위촉을 받아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시행 4년차에 이르렀건만 일선 학교에서는 '전시행정, 탁상행정'의 표본이라는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수원시 H초등학교 B부장교사(48세)는 "교육에 대한 수요변화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과거의 교육방식에 젖어 있는 퇴직교원을 장학에 투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하며 “교육 마인드가 뒤처져 있는 장학관의 이야기 듣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다”라고 강변한다.

원로장학관제는 장학관 당사자를 위한 것이지 교사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의 예우에 신경을 쓰다보니 오히려 일선 학교에서 부담을 갖는다고 말한다.

수원시 J초등학교 H교감(50세)은 “취지와 목적은 좋으나 실효성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원로장학관은 노하우는 풍부하지만 오늘날 교사가 필요로 하는 것을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교육전문가로서 전문적이고 실제적인 것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일선 학교에서는 마지 못해 초빙 신청을 하고 있으니 유명무실 그 자체라고 한다.

안산시 S중학교 Y교장(51세)은 이런 실태를 알고 아예 원로장학관 초빙 신청을 하지 않는다. 그들이 기껏 할 수 있는 것은 ‘교사론’ 정도인데 요즘 교사들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 교사들은 그런 내용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평소 자기연찬을 부지런히 하여 후배들을 선도할 만한 능력을 가진, 존경과 환영을 한 몸에 받는 원로 장학관도 있지만 일부에 국한되고 있는 실정이다.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경기도교육청의 원로장학관제, 교육 풍토 변화에 따른 원점에서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영관 yyg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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