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셈 인생, 뺄셈 기술

2022.10.25 15:35:57

“당신의 삶에서 무언가를 빼야 한다면 그것이 무엇일까요?” 누구나 이 질문에 쉽게 답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네 삶은 더하기만을 알고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직진 인생이지요. 우회나 후진 인생은 실패자로 간주 됩니다. 특히나 우리의 빨리빨리 정신은 절대로 뒤돌아보려 하지 않습니다. 세상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암시하고 조장합니다. 여기엔 살면서 더하기 욕망과 전진하려는 욕구가 끝없이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물질적 욕망은 절대 빼기가 쉽지 않지요.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 하지 않습니까. 보면 볼수록 더 많이 갖고 싶고 더 좋은 것을 원합니다. 그러니 더하기는 당연한 이치요, 세상의 흐름이라 알고 살아갑니다. 그렇다면 그 반대의 삶, 빼기로의 회귀는 불가능할까요?

 

우리의 현실을 잠시 돌아봅시다. 직장에서는 업무에 치여 살기가 일쑤지요. 거기엔 책임이 지워지기 때문입니다. 나이를 먹고 직위가 오를수록 일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온갖 스트레스로 병원을 찾게 됩니다. 의사는 대뜸 질문합니다. “요즘 스트레스가 많으신가요? 정서적 안정과 함께 좀 쉬는 게 좋습니다.”

 

이제 내 몸 사용 청구서를 들여다볼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아무리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나이를 먹으면 세포도 함께 늙습니다. 소화력이 줄어들고 면역력이나 회복력도 떨어지지요. 이런저런 의사의 진단에 가장 머리를 뻗치게 하는 말이 들려옵니다. “과로나 스트레스를 정신력으로 버티는 것이 절대 자랑거리가 아니에요. 자신을 빨리 죽이는 것입니다. 나이 든다는 걸 인정하고 일을 좀 줄이세요.”

 

그렇습니다.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내 몸이 아직도 20~30대인 것으로 착각하고 젊어서 입력된 코드를 그대로 사용하는 관성이 문제지요. 그러니 몸은 적신호를 보내고 끊임없이 생활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지요.

 

둔감한 저는 냄비 속의 개구리처럼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는 느끼지 못합니다. 얼마나 자기학대를 하는 것인지 이제 몸은 과용 상태를 허용하려 들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38년을 변함없이 직장 일에만 몰두한 결과가 아닐까요. 어찌 보면 인생 100세 시대에 견주어 결코 많은 나이는 아닌데 환갑이 지나면서 노화 현상이 발현하는 것은 분명히 몸에서 보내는 SOS라 여겨집니다.

 

이제 힘든 일이 있을 때 머리로 ‘괜찮아’라고 생각하면 나를 속일 수 있지만 몸은 속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청춘일 때는 며칠 밤을 새우고도 몇 시간 숙면을 취하면 거뜬했지만 이제는 하룻밤만 잠을 잘 자지 못해도 2~3일을 휘청거리게 됩니다. 흔히들 인생은 60부터라고 합니다. 이제 나의 일상에서 일을 슬슬 뺄 때가 시작된 것 같습니다. 소위 뺄셈의 기술이 필요한 것인가 봅니다.

 

일만이 아닙니다. 감정도 그렇습니다. 특히 자식 사랑도 뺄셈이 필요합니다. 무감각해지라는 것이 아닙니다. 적절히, 적당히 표현하라는 것입니다. 요즘 결혼한 자녀를 둔 지인들과 만나면 이제 자식을 놓아 주는 것, 아니 적어도 사랑을 덜 표현하는 것이 서로의 행복과 평화를 위해 좋다는 데 의견을 같이합니다. 결론은 우리의 삶, 그 자체로 대화의 주제가 집중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지식과 정보의 홍수 시대입니다. 여기엔 간결함과 요약이 미덕입니다. 무엇을 뺄지 알아야 합니다. 평생 배우면서 사는 게 인생이니 어느 순간 뺄셈의 기술도 배워야 합니다. 돈·감정·물건…. 어쩌면 자신의 욕심을 빼는 것, 그것이 건강하고 지혜롭게 나이 드는 비법이 아닐지요. 이제는 버킷리스트만 작성하지 말고 ‘비우는 인생’으로 더 행복해지도록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hak0316@hanmail.net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