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을 가르치려면 학생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를 알아야 한다. 학생들도 배우려면 무엇을 알고 있고 모르는지를 알아야 하며, 알고 있는 것을 행할 수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선생님이나 학생들이 이를 알아야 하는 것은 학습의 기본적인 절차다. 의사는 환자를 진단하여 처방하고 치료과정을 보면서 완치여부를 확인한다. 하물며 병을 치료하는데도 이런 필수적 절차를 거치는데, 학생들이 무엇을 얼마만큼 알고 모르고를 왜 알아보려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일제고사와는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는 평가
학부모들은 자녀가 기초학업능력을 어느 정도 지니고 있으며, 어느 능력이 뛰어나고 부족한지를 알고 싶어 한다. 그래서 학원이나 공인되지 않은 검사결과로 자녀들의 능력을 파악하고자 한다. 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평가결과는 학생이 100명 중 몇 번째에 위치하는지의 등위나 서열도 알게 할 수 있다. 이는 부수적 기능이지 주목적이 아니다. 이 기능만 강조하여 학업성취도평가를 일제고사로 비난하는 것은 학업성취도평가의 기본목적을 오도하는 것이다. 일제고사가 모든 학생이 검사를 한번 치러 버리고 마는 시험이었다면, 학업성취도평가는 학생의 학업성취 수준을 판단하고 학습결손을 분석하여 이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보정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제고사와는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는 평가이다.
학업성취도평가의 기본목적은 학생에게 가르친 내용의 인지 여부를 확인하여 잘 모르는 부분이나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을 파악한 후, 보충학습을 실시하여 학습결손을 방지하는데 있다. 한번 학습결손이 발생하면 다음 학습이 가능하지 않아 학습결손이 누적되고, 상급학교 진학이나 사회진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 그래서 필요할 때 학업성취도평가를 실시하여 그때그때 학습결손을 해소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평가를 실시한다고 공지하면 학생들은 평가준비를 위하여 복습하게 될 것이고, 교사나 학부모들도 관심을 두게 된다. 즉 평가방법의 하나인 시험은 학생들을 공부하게 하는 교수적 기능도 가지고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하락하고 있다
동일한 학습수준을 지니고 있는 두 집단에 한 집단은 평가를 실시하고, 다른 집단은 평가를 실시하지 않는다면 평가를 실시한 집단의 학업능력이 그렇지 않은 집단의 학생들 학업능력보다 더 높게 나오는 것은 매우 당연한 결과다.
최근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예전만 못하고 얼마 전까지 발표한 국제학력비교 연구에서도 기초학업능력의 국제적 등위가 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만 15세인 중학교 2·3학년 학생에게 실시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의 2012년과 2018년도 발표결과를 보면 읽기는 1~2위에서 2~7위로, 수학은 1위에서 1~4위로, 과학은 2~4위에서 3~5위로 하락하였다. 국제평가협회(IEA)에서 실시한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변화 국제비교연구(TIMSS)도 2011년과 2019년 발표결과, 초등학교 4학년의 경우 수학은 2위에서 3위, 과학은 1위에서 2위로 하락하였다. 중2의 경우 수학은 1위에서 3위로, 과학은 3위에서 4위로 하락하였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떨어지고 국제학력 비교에서 기본학습능력의 국제적 서열이 하락한 것은 학업성취도평가를 전체적으로 실시하지 않고, 학습보정도 소홀히 한 교육정책과 무관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학습결손을 해소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
증가하는 다문화가정과 조손가정 학생들, 산촌지역이나 탈북학생들의 경우는 교육기회가 적어 학습결손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빨리 파악하여 그들의 학습결손을 해결하여 상위 학습을 가능하게 하고 사회진출을 원활하게 하는 것도 학업성취도평가의 순기능이다. 학업성취도평가를 통하여 학습결손을 진단하고 보충수업을 함으로써 지역·계층 간의 교육격차를 줄여나가면서 학생들의 학업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학생 개인뿐 아니라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시대를 선도할 우리 후손들의 기본학습능력이 부족해서는 안 될 것이다. 새 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다양한 능력도 향상시켜야 한다. 이런 시점에서 학업성취도평가를 실시하고 학습교정을 위한 보충학습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평가를 하지 않아 학교당국이나 학생들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그런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구시대적이고 비교육적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어떤 가정적 배경을 가졌던, 어디에 살든, 학습결손이 발생하면 그때그때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더라도 그것을 해소해 주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그들은 소외계층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교육당국도 반감이나 반대가 심한 교육정책을 집행할 경우에는 발표 전에 그 정책의 순수한 목적이 무엇이고, 현재의 교육환경은 어떠하며, 어떻게 적용하여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내용을 더욱 쉽고 솔직하게 홍보해야 할 것이다. 학생들이 제대로 학습하며 능력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을 반대하거나 오도하는 교사는 없을 것이다. 때문에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설수 있도록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학업성취도평가가 장점만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부수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들은 교사들이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아울러 제자 사랑의 마음으로 교육현장에서 애쓰고 있는 교사들이 학업성취도평가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격려하여야 할 것이다. 적절한 평가와 그에 따른 보정이나 보상은 학생들의 학업능력을 향상시키고 긍정적 자아개념을 갖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따라서 이념적 관점이 다른 경우가 있더라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여 학생들을 위한 길이 무엇이며, 국가의 장래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