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정상교육 시대, 프로젝트학습은 선택 아닌 필수!

2023.01.05 10:30:00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로 변화의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 코로나19와 같은 위기의 일상화, 엔데믹의 시대, 세계 최고령화 국가, 기후위기를 해결해야만 미래가 보이는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 아이들. 이러한 시대가 교육에게 부여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경제협력개발기구인 OECD는 2019년 학습자를 중심에 놓고 학습의 개념적 틀을 규정하고자 하는 ‘OECD 학습나침반 2030(OECD Learning Compass 2030)’을 발표했다. 이때 학습자에게 중요한 역량으로 세 가지 ‘변혁적 역량(transformative competencies)’을 강조하고 있다. 미래사회의 예측불가능성은 미래를 살아갈 주체인 학습자의 변혁적 역량과 사회구성원으로서 발언 권리가 중요해졌다. 그리고 이러한 학습자의 변혁적 역량을 지원하는 교육이 필요해졌다. 


제롬 라베츠는 ‘탈정상과학’이라는 개념을 통해 “과학전문가 집단이 실험실에서 사실을 발견하고, 시민들은 그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는 ‘정상과학’의 시대는 이미 지났다. ‘탈정상과학’ 시대의 과학 주체는 과학자 공동체가 아니라 주민과 이해집단을 포함하는 확장된 공동체이다”라고 강조했다. 우리 교육도 ‘탈정상과학’처럼 ‘탈정상교육’을 경험하고 있다. 국가주도로 개발한 교육과정을 학부모·교사들이 그대로 수용하는 시대는 지났다. ‘탈정상교육’의 주체는 교사·학부모·학생을 넘어 마을·지역사회 등 전 국가구성원으로 확장된 공동체이다. 그리고 전 국가구성원이 참여하여 만들고 있는 교육과정 실현의 핵심주체인 교사의 교육과정 운영 또한 매우 중요해졌으며, 학생의 역량신장을 위하여 교사가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자율성과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교사로서 나는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학습자의 주도적 참여를 통해 학생이 지식구성의 주체가 되게 하고, 실제 세계와 연결하는 경험을 추구하는 학습, 학습의 설계부터 평가까지 학생이 주도성을 갖고 교사와 주변의 조언과 도움을 통해 깊이 있는 학습이어야 하지 않을까. 이것이 바로 프로젝트학습을 시작하게 된 이유였다.  

 

프로젝트학습은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성장시킬까?
첫째, 프로젝트학습은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 보는 과정이다. 학생들은 새로운 문제를 접하고, 해결방안을 찾고, 적용하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난관에 부딪혔을 때 이를 극복하는 문제해결능력을 키울 수 있다. 


둘째, 프로젝트학습에서 교사는 보조자(운영자)·조언자·연결자의 역할을 맡는다. 주도성을 가지고 학습을 진행하는 주체가 바로 학생인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학생이 주도적으로 진행함으로써 자기효능감을 높일 수 있다.

 
셋째, 학생들 삶과의 연결성·실제성이다. 교과지식을 바탕으로 실생활과 맞닿아 있는 주제나 문제들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앎’이 ‘삶’이 되는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 


넷째, 프로젝트학습의 참여와 문제해결에 대하여 학생이 주체가 되어 자신의 학습태도와 역량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학습태도와 역량을 성장시키기 위한 메타인지를 기를 수 있다. 


다섯째, 협업능력의 신장이다. 프로젝트학습은 다른 학생과 협동을 기반으로 한다. 삶의 문제는 여러 사람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에서부터 문제해결과정에도 여러 사람의 의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문제해결과정에서 개인의 노력이 다른 친구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프로젝트학습의 단계
프로젝트 학습과정은 초·중·고 학교급별에 따라 다르게 진행될 수 있다. 학생들의 발달단계를 고려하여 초등학교에서는 다음 <표 1>과 같은 단계로 진행할 수 있다. 물론 이보다 더 세세하게 단계를 분화하여 준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단계들은 상호연관성을 가지며 서로 영향을 미친다.

 

 

 

● 프로젝트 준비단계 
첫 단계인 프로젝트학습 준비단계는 프로젝트학습의 주제와 수행 내용을 설정·준비하는 과정으로 교사의 에너지가 가장 많이 필요한 부분이다. 다음은 5학년 교과연계 진로교육 프로젝트 수업의 준비과정이다. 

 

① 교사의 철학과 프로젝트 목적을 설정하였다.

•‌진로교육은 학생 개개인이 주체적인 삶의 방향성을 설정하고 능동적인 진로탐색을 실시하도록 학교교육과정 전반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이다. 본 프로젝트는 2015 학교 진로교육목표 및 성취기준을 근거로 구성한 교과연계 진로프로젝트이다.
•‌‘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고 학생의 온전한 성장을 위한 맞춤형 교육을 위한 프로젝트이다. 


② 진로 및 국어의 교육목표와 성취기준을 분석하고, 서로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분석하였다.
성취기준은 학생들이 교과를 통해 배워야 할 내용과 이를 통해 수업 후에 할 수 있거나 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능력을 결합하여 나타낸 수업활동의 기준이다. 진로교육 성취기준과 교과 성취기준 재구성을 통해 진로 교육목표 및 교과목표에 도달하고자 한다. 따라서 진로 교육목표와 국어 교육목표 및 성취기준을 분석하였다. 또한 국어교과의 특성과 진로교육의 목표는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분석하였다.

③ 이를 통하여 프로젝트를 다음과 같이 구성하였다.


④ 이러한 개요를 바탕으로 프로젝트 흐름도를 설계하였다.

 


● 프로젝트 도입 및 문제인식 단계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나에 대한 긍정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나를 소개하는 글을 쓰는 것이다. 그래서 도입단계에서는 ‘나는 누구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생각해볼 수 있는 <민들레는 민들레> 그림책으로 시작하였다. 

 

● 문제해결 탐구 및 해결방안 찾기 
이 단계에서는 친구와 협동학습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진행하였다. 이 단계에서 교사는 연결자·조언자로서 학생들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해가는 역할을 담당한다. 학생들은 부모로부터 가족 속에서 존재하는 나, 친구들과 관계 속에서의 나를 찾아가는 활동을 하였다.

 

그리고 성장하는 나를 살펴보기 위하여 미래 사회를 예측하는 키워드를 알아보고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가치를 찾아보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미래가치 선언문을 작성하고 선서하였다.

 

 

● 프로젝트 발표 및 성찰 
의미 있는 글쓰기를 위한 설계도를 그리고, 이것을 바탕으로 나를 소개하는 글을 썼다. 그리고 프로젝트 도입단계에서 학생들과 공유하였던 평가관점에서 자기평가와 동료평가를 실시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프로젝트에 스스로 이름을 부여하는 시간을 가졌다. 프로젝트 도입단계가 아니라 정리하는 과정에서 프로젝트에 이름을 부여하는 활동은 학생들에게 프로젝트 활동과정을 다시 상기시키고 프로젝트를 통해 성장한 부분에 대한 사고를 촉진할 수 있다. 

 

 

‘가만히 앉아서 교과서를 보자’라는 무언의 명령을 벗어 던져야 한다.
코로나19로 중요한 사회성이 결핍된 아이들이 여전히 교실에서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고 있다. 얼굴 전체를 볼 수 없는 아이들은 여전히 친구의 감정을 파악하기 어렵고, 학생들의 언어는 마스크 안에 갇혀 친구의 마음에 전해지지 못하고 있다. 답답한 아이들은 등교거부를 하기도 하고, 수업을 방해하는 행동을 보이거나 무기력한 모습으로 학교생활을 하고 있으며, 이기적인 태도와 감정·분노조절이 어려운 학생들이 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로 학력격차에 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수업시간과 수업시간 이후까지도 교과교육 목표도달을 위해 교사들이 소진되고 있다. 하지만 옳은 질문과 옳은 답변으로 짜여진 ‘완벽한(?) 교과서’는 아이들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극하지 못하고 있다.  


교사들은 우리 반 학생들과의 행복한 일 년을 꿈꾸며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고 준비하였다. 하지만 지금의 교실은 배움에 대한 관심분야와 속도 차이가 많은 아이, 코로나19의 비대면 상황으로 불안도가 높고 다툼 해결에 미숙한 아이들과 단지 오늘 하루를 잘 보내는 것이 목표가 되어 버렸다.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모든 수업을 프로젝트학습으로 구성하여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교실에서는 가만히 앉아서 재미없는 교과서를 열심히 보아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명령으로부터 교사와 학생 모두 자유로워져야 한다. 교사는 학생에게 배움의 주도성을 줄 수 있는 학생에 대한 신뢰와 철학이 필요하다. 이러한 신뢰와 철학을 바탕으로 학생들은 교과서 너머 우리 주변의 문제들을 해결해보는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수행한다. 프로젝트학습의 과정에서는 교사가 준비한 그 이상의 갈등과 실수가 발생한다. 하지만 이러한 갈등과 실수를 함께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의사소통능력·협업능력·문제해결능력·자기주도 학습능력 등이 자라나는 것이다. 교실은 이제 배움과 동시에 실천의 장이 되는 ‘앎’이 ‘삶’이 되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교과서를 보자’를 걷어낸 자리에, 교사는 보람 있고 학생은 재미있게 배움의 주체가 되는 프로젝트학습을 실천해보자.
 

김수영 서울금북초등학교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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