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을 훔치는 자, 누구인가

2023.01.25 19:32:20

교육, 법, 언론의 삼각편대를 지키자

새해에는 좀 더 좋은 세상이 되기를

 

 

바다가 썩지 않는 것은 적정 비율로 녹아있는 소금 덕분이다. 평균적으로 1ℓ의 바닷물 속에는 약 35g의 소금이 녹아 있다. 항상 같은 비율은 아니지만 대략 3퍼센트의 농도를 유지하며 바다를 썩지 않게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한다. 가뭄과 홍수로 바다로 유입되는 물의 양은 늘 변하지만 바다는 스스로 자정 능력을 갖춘 위대한 능력으로 지구를 지키고 있으니 참으로 대단한 자연의 신비가 분명하다.

바다의 소금처럼 자정능력을 가진 사회의 소금은 교육과 법, 언론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의 출발점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믿음과 인간이 지닌 선한 능력과 잠재적 가능성에 대한 철학적 사유의 결과이기도 하다. 어린이를 어른의 축소판으로 여기지 않고 한 인격체로 존중하는 교육철학의 위대한 정신도 한몫한다. 젊은이를 귀하게 여기는 것은 물론이고 그들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보는 긍정적 시선도 함께 내재한 교육제도 덕분이다.

법은 교육보다는 강제적이고 합의적인 자정능력을 지닌 영역이다.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하는 판사나 법치국가의 수호자로 범법자를 징계하고 고발하는 검사, 법의 심판과 징계로부터 억울한 사람을 변호하는 변호사에 이르기까지 법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의 정의를 실현하며 세상의 부패를 막는 자정능력은 늘 현실보다는 한 발 늦다. 

선행적 자정능력을 지닌 힘은 교육이 앞선다. 교육자는 법보다는 양심과 철학, 희망과 긍정, 인간에 대한 사랑과 헌신이 바탕에 깔린 마음의 문제를 소중히 하며 사회를 선도하는 힘과 자정능력을 지니기 때문이다. 법은 교육보다는 좀 더 강제적인 자정능력을 지녔다는 점에서 현실적이다.

소금이 바다를 지키며 썩지 않게 하는 자정능력을 갖춘 것처럼 언론 또한 세상의 소금이다. 진실을 보도하고 어두운 곳을 비추며 정치권력으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횃불 노릇을 충실히 하는 언론이야말로 위대한 파수꾼이 아니던가. 그렇다고 모든 언론이, 기자가 언론 본연의 기능을 완벽하게 수행하는지, 오히려 정치권력의 앞잡이로 전락하는 언론이 더 많은 현실이다. 

그 언론을 적으로 대하는 것은 나라를 썩게 하는 위험한 행위다. 정치권력의 입맛에 맞지 않는 방송을 내보냈다고 특정 언론사를 배제하는 일이 벌어지는 현실이다. 문제의 당사자가 자신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반박하고 이미 알려진 비속어 발언까지 한 적이 없다고 변명을 한 뒤, 그 방송사를 대놓고 핍박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기자의 입에 자물쇠를 달고 언론사를 겁박하며 법이라는 미세현미경을 들이대고 면밀하게 빈틈을 찾아내려고 혈안이다.

소금 역할을 그만 두고 정치권력의 입맛을 돋우는 설탕의 역할을 하라고, 그래야 살아남게 해주겠다는 카드를 내밀고 있으니 큰일이다. 국민을 위하고 국가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다짐은 뒤로 하고 감시하는 일을 하지 말라고 겁박하는 모습이 기가 막히다. 송곳 같은 기사는 가짜뉴스로 매도하고 진실을 파헤치는 기자는 고소고발로 응징하길 반복하는 행태는 너무나 야박하다.

사회적 자정능력을 갖추고 세상을 선도하는 교육, 부패한 권력과 범법자를 격리하여 법치국가의 이름으로 사회를 지키는 파수꾼인 검경, 세상 어느 곳이든 미세현미경을 들이대고 부정과 불의, 억울함과 분노를 대변하며 청정소금의 역할을 다해야 하는 언론은 사회 정의를 세우는 3대 축이다.

교육, 법, 언론이 소금 맛을 잃지 않도록
음식의 맛을 결정하는 조건은 신선한 재료다. 그 재료의 풍미를 살리는 데는 소금만큼 중요한 게 없다. 너무 짜거나 싱거우면 입맛을 돋우지 못한다. 세상의 소금이 제 구실을 못하면 부패하고 억울한 사람이 넘치는 무서운 세상이 된다. 정치권력은 소금 역할을 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듣기 싫어도 자기편으로 만들지 않는 포용력이 필요하다.

세상에서 소금 역할을 하는 교육과 언론, 법, 때로는 종교도 포함된다. 그 역할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거나 자정능력을 상실하면 세상은 혼돈에 빠진다. 소금은 너무 많아도, 너무 적어도 문제다. 교육개혁을 부르짖으며 제도를 개편하고 새로운 정책을 입안하여 시행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잘 돌아가는 조직마저도 규제와 감시라는 이름으로 소금을 뿌려대는 간섭은 오히려 성장과 발전을 저해한다. 학생의 인권을 중시한다면서 침해를 넘어 무시하는 단계에 이른 교권추락이 단적인 사례다. 학생들의 인권을 앞세워 교사들의 손발을 묶어놓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결과는 참혹하다. 잘못된 길로 가는 제자를 보고도 그 행동을 제재할 그 어떤 소금을 제공할 수 없는 교사에게 권위가 있을 리 없다.

법은 어떠한가. 공정과 상식을 내세우며 검찰공화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모습은 전혀 공정하지도 상식적이지도  않다. 문제만 생기면 대화하여 오해를 풀 생각은 하지 않고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모습은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국론을 분열시키기에 충분하다. 자기편의 범법 행위에는 눈을 감고 반대편의 티끌은 풍선처럼 부풀려서 언론에 흘리는 행위는 소금의 양이 지나치게 많아 먹을 수 없는 음식과 같다.

보도에 따르면 지방자체단체장과 교육감을 러닝메이트로 묶어서 중립적이어야 할 교육감을 정치권력의 발아래 두겠다는 교육부장관의 브리핑이 있었다. 위험한 발상이 분명하다. 교육감 직선제의 의미를 무력화 하려는 음모가 분명하다. 교육은 정치가들의 손에서 독립하여 국가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젊은이들을 올바르게 교육시킬 교육자와 학부모, 교육단체가 정치적 중립을 전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정책을 입안하고 실천하며 감시하는 체계가 중요하다. 결코 정치권력의 도구가 될 수 없다.

정치권력에 기대어 발을 맞추는 언론계도 자성과 반성의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법치국가를 들먹이며 대화와 타협 대신 검찰정치를 일삼는 법이 아니라, 국민의 억울함과 분노를 잠재울 정의 수호자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가장 중립적이어야 할 교육을 정치의 도구로 삼으려는 시도도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교육감을 흔들어 특정 정치권력으로 도구로 삼으려는 횡포는 국민적 저항을 불러올 것이다.

세상의 소금인 교육, 언론, 법을 흔들어 사회의 자정능력을 지닌 소금의 역할을 약화시키려는 음모로부터 지키는 일은 국가의 장래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국민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여 세상의 소금을 잘 지켜야 할 때가 되었다. 우리는 지금 선진국으로 발을 들여놓기가 무섭게 정권을 잡은 자들의 손아귀에서 술술 빠져 나가 흩어지고 있는 귀한 소금들이 각자도생을 하느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음을 주시해야 할 때다. 제 몫을 다 하려고 몸부림치는 교육자와 기자, 소수의 뜻있는 법조계 인사들을 응원하는 대열에 서야 한다. 세상의 바다를 숨 쉬게 하는 소금을 훔치려는 자를 감시해야 한다.

 

 

장옥순 작가, 전 초등 교사 jos2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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