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
교육계에서 오랜 기간 정설처럼 여겨진 이 문장은 인공지능(AI) 시대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에듀테크 전시회에서 주최 측은 물론 주요 연설자, 참가 업체 관계자 모두 교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BETT(British Educational Training and Technology) UK 2023’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부터 3일간 영국 런던 엑셀(ExCeL)센터에서 개최됐다.
‘BETT UK’는 지난 1985년 첫 개최 이후 매년 영국 런던 엑셀(ExCeL)센터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에듀테크 전시회다. 올해 150개국에서 600개 이상의 업체들이 참여해 3만여 명이 몰렸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는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된 수준이다. 2021년에 온라인 행사로 대체됐고, 지난해에는 40개국 참여에 그쳤다.
올해는 글로벌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전 세계 에듀테크 기업들이 일제히 참여했다. 에듀테크 강국으로 통하는 우리나라에서도 22곳이 참여했다.
‘교육 불평등 해소’, ‘AI 교육’ 등 주요 이슈를 다루는 세미나도 진행됐다. 이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교육계에서 촉각을 곤두세우는 주제다. AI가 교사의 자리를 대체하느냐 여부에 대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 챗GPT의 등장으로 그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그러나 전 세계 최고의 기술들이 모인 전시회에서는 기술의 실용성이 교육의 본질과 부합하는지에 대해 고심하고 면밀하게 다듬은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교사 업무를 덜어주고, 교사 스스로 즐겁게 교육할 수 있도록 고려한 기술 등이 눈에 띄었다.
영국 정부는 교사와 학교에 민간 에듀테크를 접할 수 있도록 기회를 넓히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런 모습들을 통해 세계의 에듀테크 트렌드가 ‘교육을 위한 기술은 교사를 위한 기술이어야 한다’는 것 아니냐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는 것이 관람자들의 공통된 평이다.
질리언 키건 영국 교육부 장관은 개막식 연설에서 “AI 도입으로 일이 많아졌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AI는 교사 업무를 줄이고 업무를 분담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AI는 도구일 뿐 교사와 학생을 위한 기술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10년간 BETT에 참가해왔다고 소개한 김성윤 ‘아이포트폴리오’ 대표는 “에듀테크는 선생님의 업무를 줄여주고, 즐겁게 가르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AI가 선생님을 도와줄 수는 있지만, 그 자체가 목적이 되거나 앞에 서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런던(영국)=한병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