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정부와 여당이 제시한 간호법 중재안에서 간호조무사의 학력 요건을 ‘특성화고 간호 관련 학과 졸업 이상’으로 명시한 규정을 놓고 직업계고 등이 반발하고 나섰다.
간호조무사 양성 교육기관인 전국직업계고 간호교육교장협의회와 고교간호교육협회, 한국간호학원협회는 18일 국회에서 ‘전문대 간호조무과 설치 반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여당의 간호법 중재안 중 간호조무사의 학력 규정을 ‘고졸 이상’으로 정한 것은 기존 간호조무사 교육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여당의 중재안에 명시된 규정이 전문대의 간호조무과 양산으로 이어져 직업계고와 간호학원 중심의 현행 인력 양성 체계를 흔들 것이라는 주장이다. 현행 의료법의 관련 규정은 간호조무사의 자격을 ‘고졸’로 정하고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간호법 제정안은 이를 따랐다.
이런 규정에 대해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응시 자격의 학력 제한은 독소조항”이라며 “차별적이고 위헌적”이라고 반대했다.
국민의힘은 협회의 주장에 따라 지난 11일 중재안에서 간호조무사의 학력 요건을 ‘고졸’에서 ‘고졸 이상’으로 변경했다.
문제는 이 같은 절차를 거치면서 주무 부처인 교육부의 의견조차 듣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재안이 도출되는 과정에서 보건복지부 등과 협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특성화고 등 직업계고 차원에서의 간호조무사 교육을 맡고 있는 간호과는 2023년 현재 전국 59개교에 개설돼 8000여명의 학생이 재학중이다. 특성화고 학과 중 2010년 이후 가장 증가폭이 큰 학과로 꼽히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증가세가 예상된다.
최근 서울대병원 등 대형병원으로의 진출자가 늘면서 더욱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 특성화고 졸업생들의 직무 수행에 대한 의료현장 관계자들의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사회의료기관에 취업하는 경우가 많아 지방 공공화 현상, 인구문제 해결 등에도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
실제 고교간호교육협회가 지난해 11월 특성화고 졸업 후 간호조무사로 6개월 이상 근무한 경력자 112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자격증 취득 후 처음으로 근무한 의료기관은 일반의원 31%, 종합병원 27%, 병원 11%, 대학병원 8%, 한의원 8%, 치과의원 6% 등으로 나타났다. 2019년 집게된 보건복지부통계연보 간호조무사 현황에서 가장 적은 비율을 차지했던 종합병원 근무자가 2위에 오를 정도로 대폭 증가한 것이다.
이에 전국직업계고 간호교육교장협의회 등은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2년제 대학에서 양성하는 것은 불필요한 학력 인플레이션과 과도한 교육비 낭비를 조장할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