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총이 고등교육평가원 설치를 골자로 한 고등교육 평가에 관한 법률안 제정과 관련해 반대 입장을 국회에 전달했다.
교총은 3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서동용 민주당 의원실로 보낸 의견서를 통해 “새로운 대학 통제 수단이 될 수 있는 평가 기관 신설을 위한 입법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대학 재정지원 근거로 활용되던 대학기본역량진단을 폐지하고, 2025년부터 대학교육협의회, 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사학진흥재단 등의 인증에 따라 지원하기로 한 상황에서 새로운 평가의 체계를 만드는 것은 대학의 자구적인 진단이나 경쟁력 확보라는 최근 추세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2015년부터 3년 주기로 실시해온 대학기본역량진단은 정부 주도의 획일적인 평가로는 대학별 여건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따라 교육부는 이를 지난해 12월 폐지했다.
또한 구성되는 임원진도 대통령이나 국회, 정부 추천 인사가 많아 정부의 의사가 반영될 소지가 많다는 점에서 법 제정 취지에 맞지 않는 데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의 임직원 파견이 가능하다는 점도 고등교육평가원의 독립성을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재정의 비효율적 운영이라는 측면도 지적했다. 2005년 당시 정부가 유사한 법안을 계획했을 때 기관 설립 비용을 140억 원 정도로 예상했던 것을 감안하면, 현재는 훨씬 더 많은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막대한 재정을 투입한 것에 비해 대학 경쟁력 제고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차라리 대학의 교육과 연구 여건을 개선하는데 더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 교총의 설명이다.
실제로 2022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등교육 이수율은 회원국 중 1위지만 고등교육단계 공교육비 정부지출 비율은 38.3%로 OECD 평균 66.0%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석열 남서울대 교수는 “독립기관으로 고등교육평가원을 만든다고 하지만 법안의 내용을 보면 정부의 간섭이나 정치적으로 중립성을 보장받기 어려운 구조”라며 “또 다른 옥상옥이 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발의된 고등교육 평가에 관한 법률안은 공공성·공정성·전문성을 갖춘 고등교육 평가를 통해 대학 역량을 강화하고 체계적인 지원을 위한 한국고등교육평가원을 설립하고, 국회 2명, 대통령 2명, 대교협 2명, 경제·산업단체 추천 2명 등 15명 이내로 이사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